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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도 게임시장의 불안요소, 극단적 힌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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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얽혀 있는 인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인도가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됐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인도를 중국에 이은 제2의 초대형 시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퍼져나가고 있다. 인도 진출 관련 얘기를 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인도는 생각보다 넓고 다양한 나라다'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국가로 묶어 보기엔 너무나도 거대하고,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완전히 다르고, 종교와 생활 습관, 건축양식과 문화까지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현재 인도 진출을 생각한다면 이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지닌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색으로 덮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극우 힌두 세력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2019년,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주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플레이를 금지시킨 사건이 있었다. 구자라트주는 힌두교가 90%가량을 차지하는 곳으로, 힌두 극단주의의 물결이 강하다. 어느 종교든 그렇지만, 극단주의로 나아가면 새로운 것을 배척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전통에 사로잡힌 힌두교는 조금 더하다. 구자라트의 힌두 극단주의를 지지하는(혹은 그저 꽉 막힌) 높은 분들에게는 젊은 것들이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빠져 있는 것도 불순한데, 거기다 총 쏘는 게임까지 유행을 타고 있으니 불편했을 것이다. 사실 이들에게는 카스트나 종교와 상관 없이 인터넷 공간에서 섞여 노는 인터넷 게임 자체가 거슬린다. 여기서 힌두교를 꺼내들며 ‘이건 우리 사회와 맞지 않다’,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며 게임을 금지하고 나서니, 다들 그렇구나 하고 따르는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앞서 얘기했듯 인도는 지역에 따라 인종과 언어, 문화, 종교가 각기 다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구자라트주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금지는 그저 힌두교 우세 지역 한 곳의 극단적 행위라고도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구자라트주는 암소 도축 시 종신형까지, 소고기를 운반만 해도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꽤 극단적인 지역색을 띠고 있다. 실제로 2017년에는 합법적으로 자연사한 소를 운반하던 사람들이 반쯤 공인된 단체인 '소 자경단'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등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 곳이다.

다시 말하지만, 구자라트주의 사례는 인도 내에서도 상당히 극단적인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델리, 뭄바이, 첸나이, 콜카타 등 대도시 주변에서는 훨씬 더 상식적이고 현대사회적인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바에서 술을 먹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도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PC방까지 있다. 얼핏 보면 저런 지방의 일개 소요사태가 인도 전역으로 퍼질 것 같진 않아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2014년부터 인도 총리를 맡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가 바로, 이 구자라트주 출신이고, 모디 내각 역시 극단적 힌두주의 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다. 주 정부 차원이 아닌 중앙 정부에서 앞서 소개한 구자라트주의 기행들을 이어받아 전국에 퍼뜨리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실제로 모디 정부는 앞서 언급한 '소 자경단'과 같은 목적을 담은 '소 보호법'을 밀었으며, 이로 인해 소고기를 비교적 자주 먹는 북동부 아쌈 주에서도 한 무슬림이 소를 도축하려 했다는 의혹만으로 맞아 죽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도 전체가 극우 힌두주의화 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쯤에서 2019년으로 돌아가 보자. 구자라트 주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금지했고, 이듬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 전역에서 금지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앱 척결이었지만, 크래프톤에서 직접 배그 모바일 인도를 낸 후에도 다시금 철퇴를 맞은 데는 앞서 구자라트주의 극우 힌두 세력에서 꾸준히 중앙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반영됐으리라 본다. 모디는 자신의 출생지이자 표밭인 구자라트와 힌두 세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편에 가깝다. 구자라트에서 시작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금지가 인도 전역으로 퍼져나간 데는 이러한 배경이 존재한다.

그리고 6월 말, 인도 각 지역에서 스팀 접속이 막혔다. 처음에는 일부 통신사들의 문제인가 싶었지만, 곧이어 중앙 정부 차원에서 '도박 요소, 유해 요소, 중독 요소가 포함된 게임은 인도에서 금지한다'는 발표를 하고 규제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세부 규칙들을 만들고 있는데, 이전부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대해 '폭력적이고, 중독적이고, 아동과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주장했던 극우 힌두 세력의 주장이 게임 전체로 확대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정확한 것은 인도의 게임 규제 관련 세부 규정이 발표돼야 알겠지만, 몇 달 내로 인도는 중국 못지 않은 게임 규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마치 중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 이념에 맞지 않는 내용을 규제하는 것처럼, 인도는 힌두교적 규범에 맞지 않는 내용들을 대폭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소를 죽이거나 소고기를 먹는 것을 빼는 정도가 아니라, 극우 힌두주의자들의 구시대적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은 모두 금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느 날 갑자기 게임 전체를 사회악으로 규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모디 정부가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자주 쓰는 방법의 하나가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이 인도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을 뛰어넘어 인구 1위를 기록한 인도의 커다란 시장 뒤에는 이런 불안 사항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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