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심각한 비리가 있었음이 밝혀지며 게이머들이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고무줄 심의’라 불릴 정도로 불명확한 심의기준으로 전문성 부족이 지적된 와중,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비리 사태는 질타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건을 토대로 기존부터 이야기되던 ‘게임위 폐지론’이 다시금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다만 관련 법을 정리하지 못한 채로 게임위를 없애버리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여성가족부가 게임 등급분류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근거는 청소년보호법에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산하에 있는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국내 출시되는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심의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된 것을 ‘청소년유해매채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매체물을 정의하는 부분에는 ‘게임’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게임을 직접 심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게임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위라는 전문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에도 매체물의 윤리성, 건전성을 심의하는 기관이 있다면 여가부가 직접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여가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직접 심의하는 콘텐츠는 전문 심의기관이 없는 음악이 있고, 게임을 포함해 영상, 정보통신물, 방송, 간행물은 각 심의기관이 맡고 있다.
여가부의 음악 연령등급 심의는 시대에 맞지 않게 보수적이라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후의 명곡에 퀸의 대표곡 ‘돈 스탑 미 나우’를 방영한 KBS에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근거는 여가부에서 과거에 이 노래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했고, 이 노래를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방영했기 때문이다.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2세 이상 관람가를 준 것과 상반된 행보다.
게임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업무처리다. 게임위 역시 이 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여가부는 현재는 폐지된 강제적 셧다운제를 추진해왔던 기관이고 게임을 4대 중독물질에 포함하자는 게임중독법에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간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행보를 보였기에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게임 심의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이 있는 것과 청소년 보호가 핵심인 여가부가 맡는 것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시대흐름 반영에서도 접근성에서 큰 격차를 보일 수 있다.
신뢰를 잃어버리고, 전문성이 의심되는 기관에 게임 심의를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가 포함된 청소년보호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게임위만 폐지하면 여가부 산하에 게임 심의가 주어지며 전문성 있는 심의는 더 멀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게임위 폐지보다는 게임위가 제대로 된 ‘게임 심의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방법을 찾는데 힘을 기울이는 차분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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