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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을 무대 위 공연에 비유한다면, 버그는 실수 동작이다. 이러한 실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튀어나온다. 가벼운 건 무시하고 넘어가거나 미처 못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할 경우 몰입감을 깨고 공연 전체를 완전히 망쳐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 머릿속에 실수 장면만 떠오른다면, 그 공연은 실패작 오명을 벗기 어렵다.
이처럼 버그는 여러모로 없어져야 할 존재지만, 정말 간혹 게임이 진행되는 무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예정된 동작이나 애드리브처럼 녹아들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버그인지 아닌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아, 이거 버그였구나'라며 깨닫기 마련이지만, 간혹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정식으로 채용되는 사례까지 있다. 오늘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아들어 뭇 게이머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던 '좋아, 자연스러웠어!' 버그들을 모아 보았다.
TOP 5. 소녀전선 2: 망명, 슬로우모션 연출인가?
게임에서 슬로우모션은 중요한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사용된다. 특히 긴박한 액션 도중 슬로우모션이 깔리며 평소 순식간에 지나갔을 법한 공격이나 표정, 자세가 하나하나 비춰지면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라는 느낌이 확 산다. 지난 12월 국내 출시된 소녀전선 2: 망명의 경우도 이런 슬로우모션을 적극 활용했다. 각종 컷신이나 전투 중에 슬로우모션이 걸리며, 조금 있으면 뭔가 위력적인 한 방이 나올 것임을 암시한다. 자연히 게이머들의 손에도 땀이 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슬로우모션이 결정적인 액션이 끝나고도 지속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이거 버그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이 버그는 특히 몇몇 스킬 발동 순간에 자주 나타나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얼마나 강력하고 결정적인 스킬이기에 이런 효과까지 주는지 궁금해하며 슬로우모션이 끝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후 게임 자체가 통째로 느려져 버리기에, 기존 전투를 포기하고 재시작하거나 저장 가능한 상황까지 억지로 끌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기분 좋은 버그는 아니다.

TOP 4.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와바잭으로 보스를 녹이자
엘더스크롤 시리즈에 등장하는 무기인 와바잭. 겉보기는 평범한 지팡이지만, 범상치 않은 성능 덕에 유명세를 널리 알렸다. 그 성능이란, 바로 랜덤 가챠다. 휘둘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용자도 피격자도 아무도 모른다. 물론 시리즈마다 랜덤 범위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한데, 어쨌든 꽤나 사용하기 까다로운 아이템임은 틀림 없다. 그러나 언제나 게이머들은 정답을 찾기 마련이고, 이 아이템의 쓸모 역시 찾아냈다. 바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최종 보스전이다.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 '데이드릭 프린스' 메이룬스 데이건은 세계관에 있어 절대악이자, 스토리 상 죽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서 와바잭이 등장한다. 오블리비언에서 와바잭은 '특정 생명체를 임의의 동물로 강제 변환'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변환되는 동물은 최소 쥐에서 최대 오거까지다. 그리고 이게 데이건에게도 부분적으로 통한다. 외형은 변하지 않지만, 막강한 능력치가 쥐~오거 사이 동물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데이건을 쫀득~한 시체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녹아내리는 듯한 사망 모션이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으며 스토리상으로도 아무런 변화는 없지만, 와바잭이 정답처럼 느껴지긴 한다. 제작진이 의도한 점이 아니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TOP 3. 호그와트 레거시, 크루시오+폭탄통 연쇄마법
마법사 세계 역사상 가장 흉악한 재능을 가지고, 금지된 마법을 개량하고 고대 마법까지 섞어가며 볼드모트 따위는 귀여운 말썽쟁이로 만들어 버린 '기록조차 남겨서는 안 될 자' 호그와트 레거시 주인공. 그는 스치기만 해도 사망하는 '죽음 마법' 아바다 케다브라를 체인 라이트닝처럼 광범위에 뿌리고, 고대 마법으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내려치고, 사람을 폭탄통으로 변신시켜 터뜨리는 등 그야말로 흉악한 마법은 다 쓴다. 그런 주인공의 또 다른 특기(?)는 금지된 마법인 '고통 마법' 크루시오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선 단순히 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용도로 쓰이지만, 주인공은 이 마법을 대량 살상무기로 활용한다. 적 한 명에게 크루시오를 쓴 다음 공격을 하면 주변에 도트 대미지를 공유하는 효과가 퍼지는데, 여기서 대미지를 공유받은 적 하나를 폭탄통으로 만들어 터뜨리면 대미지를 받던 적 모두가 사망한다. 인게임 설명을 토대로 해석해 보면 폭탄통이 되어 터지는 끔찍한 고통이 공유되면서 적들을 사망케 하는 효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 그러나, 이는 버그였다. 결국 패치로 해당 플레이가 수정되긴 했지만, 그 무엇보다 '기록조차 남겨서는 안 될 자'에 걸맞는 마법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TOP 2. KOF 시리즈, 장거한에게 경례하는 레오나
킹 오브 파이터즈(KOF) 시리즈는 각 라운드 시작 전, 캐릭터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스토리적으로 서로 엮여 있을 때만 발동되는데, 예를 들어 쿠사나기 쿄와 야가미 이오리는 서로 라이벌 관계이기에 서로 노려보는 신경전을 벌이는 식이다. 그러나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서로 스토리적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팀의 경우 전체 스토리에서 좀 따로 노는 성향이 있기에, 악역 캐릭터마다 널 처단하겠다고 말하는 김갑환을 제외하면 다른 팀 캐릭터들과 상호작용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유별나게도 장거한은 타 팀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한다. 정확히는 이카리 팀의 레오나 하이데른이 장거한만 보면 FM 자세로 경례를 하는 것. 레오나는 상관을 만나면 경례를 하는데, 같은 팀의 랄프 존스에게는 경례를 하지 않으면서 뜬금없이 장거한에게만 경례를 붙인다. 사실 이는 KOF 98 당시 발생했던 버그였는데, 제작진은 여기에 살을 붙여 '레오나는 순수한 힘을 동경하기에, 힘의 결정체인 장거한을 동경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결국 레오나의 장거한에 대한 동경은 애정에 가까운 정도로 발전했고, 장거한에게 러브레터를 전달하려고 하는 그림까지 넣으며 레오나X장거한 관계를 기정사실화 했다. 뭐, 다들 좋아하니 해피 엔딩이라고 해야겠지?

TOP 1. 사이버펑크 2077, 머리에 총 맞고 시각을 잃어버린 V
사이버펑크 2077의 1막 후반부. 주인공 V는 렐릭 탈취작전에서 절친한 친구 잭키를 잃고 무시무시한 광경만 목격한 채 일을 의뢰했던 픽서 덱스터 드숀에게 향한다. 그 곳에서 V는 배신을 당해, 머리에 총을 맞고 사실상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총을 맞은 순간부터 V의 의식은 끊기고, 화면이 암전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V는 어딘지조차 모르는 어두운 곳에서 깨어나 덱스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기어간다. 그 과정에서 빛 하나 없는 곳을 기어가고 청각만으로 주변 상황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V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는 버그였다. 원래는 쓰레기장을 기어가는 장면, 타케무라가 덱스터를 죽이는 장면 등이 V의 눈에 들어와야 한다. 이것이 버그로 인해 깜깜한 상태로 아무것도 출력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암전 버그를 유저들이 제작진의 의도라 착각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 시야가 암전되는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야만 보이지 않을 뿐, 각종 UI나 시스템 재부팅 메시지, 자막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출력됐기에 이것이 버그라고 생각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물론, 그대로 진행하다 보면 추격전 씬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총을 쏘라고 하다가 결국 게임 오버를 당하기에 100% 알아차리게 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연출도 괜찮았으리라 보는 장면 중 하나로서, 1위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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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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