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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하긴, 불만이 없는 직원이 어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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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뒷담화' 만큼이나 직장인들에게 달콤한 말이 있을까요? 회사에 대한 불만부터 시작해 인간관계에 얽힌 답답함까지, 이걸 털어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는 역시 '뒷담화'가 최고니까요. 물론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함께 이슬의 효과음 '쪼르르'가 뒷받침된다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 아닐까 싶네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내느냐고요? 네, 게임메카를 아껴주시는 독자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번주 이구동성 주제가 '뒷담화'에 얽힌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꿀 위키'죠. 

'꿀 위키'는 게임 프로그래머 사이트 게임코디에서 운영하는 위키백과로, 게임 제작부터 시작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웃음을 주는 다양한 문서가 정리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존 국내 게임업체의 갖가지 이야기가 담긴 문서가 큰 이슈가 됐는데요, 여기에는 각 업체별로 별도의 카테고리가 존재해 회사 내부 사정, 복지 상황, 불평불만, 쓸데 없는 이야기 등 다양한 '뒷담화'가 적나라하게 공개돼 있지요.  

내용은 정말 많았는데요, 몇 가지만 추려보면 "지금 이 회사 들어가면 안 된다", "어디 회사 여직원이 무척 예쁘더라", "아무개 팀장이 여자친구를 기획팀장에 앉혔다", "대표가 모든 걸 관할해 피곤하다", "노익장들의 회사다", "모 기업이 어디를 서자 취급한다", "서울대 아니면 쳐다도 안 본다", "모 업체 모 개발팀은 유배지나 다름 없다" 등이 있습니다. 슬쩍 봐도 이 정도인데, 세부 내용은 더 적나라하겠죠? 

이렇게 '뒷담화'가 이슈가 되면서 '꿀 위키' 또한 크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게임메카 보도 이후 대형 검색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죠. 위키백과 특성상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내용 또한 비례해지기 때문에 어느순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꿀 위키'가 화제가 되자, 각 업체 인사 담당자들이나 홍보직원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회사 대표의 뒷이야기나 영업비밀 등 각종 정보가 막무가내로 쏟아져 도저히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모 회사는 급한데로 관련 정보를 삭제하는 담당자를 임시로 두었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그만큼 민감한 내용도 많았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긍정적으로 본 이들도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든 '꿀 위키'의 게임업계 관련 문서는 페이지가 닫힌 상황입니다. 운영 측에서는 워낙 많은 관계자가 편집을 하니, 무불별한 추측성, 허위, 과장된 글이 난무했다는 게 그 이유죠. 특히 운영자 측은 "위키는 뒤에 숨어서 비밀을 발설하는 장소가 아니니, 책임질 수 없는 내용이라면 애초에 밝히지 말아달라"고 공지했습니다. 애초 취지대로 '정화'가 되면 다시 '꿀 위키'를 오픈하겠다는 암시였죠. 

게임메카 독자 분들도 "사이트 닫혔네요, 보는 재미 솔솔했는데 트래픽 때문인가?(ID vpdlfaktmx)", "아깝네 보고싶었는데(ID 사클빅)", "이런 뒷담화가 장점과 단점이 균형을 이뤄야 웃으면서 볼만한데.. 폭로니까 점점 비관적인 측면만 가더라고요. 그래서 닫았나?(ID 보고있나)" 등의 의견을 남겨주셨네요. 

지난 1월,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가 실시한 직장인 설무조사에서 무려 87% 올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수는 직장에서 만난다", "헌신하면 헌신짝된다"라는 직장인 명언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죠. 그만큼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어디에 있는 직장인 치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당장 저를 포함한 취재팀 기자들만 해도, 홍대 옆에 대나무숲만 있다면 몇 시간이고 떠들 자신이 있으니까요(웃음). 이름처럼 달콤한 '꿀 위키'가 순간 이슈가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모든 달콤한 건, 독이 있지 않은 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당장 '꿀 위키'만 봐도, 모든 내용이 '공개적'이라는 독이 있습니다. 동시대의 동종업계 종사자 수천, 수만 명이 볼 수 있다는 의미죠. 당연히 '책임'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분별난 비난, 폭로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뒷담화'가 아마 '꿀 위키'의 취지였을 겁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각 업체도 직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어, 더 친근한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꿀 위키' 운영자가 언급한데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내용이 채워져 서비스가 재개됐으면 좋겠네요.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사실 너무 재미있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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