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있던 라쿤소프트가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모바일게임 개발사 라쿤소프트가 한국 공동관을 통해 참여한다.
작년 12월 ‘라쿤슬라이스 for Kakao(이하 라쿤슬라이스)’를 낸 이후 잠잠하던 라쿤소프트가 국내가 아닌 해외를 먼저 겨냥했다는 것은 다소 의문이다. 이와 함께 라쿤소프트는 ‘E3 2013’에 3종의 게임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는데, 하나같이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신작이라는 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국내에서 일정수준의 성과를 낸 게임의 해외출시가 일반적인 코스였다면, ‘라쿤소프트’는 사뭇 다른 행보를 밟고 있는 셈.
도대체 어떤 계획을 세우고 E3에 참가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라쿤소프트의 조영종 대표를 만나봤다.
▲ 라쿤소프트의 조영종 대표
목표는 미들코어, 그 이상
-모바일게임사치고는 공백기가 길었다
라쿤소프트는 아직 1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다. 회사가 작년 9월에 만들어졌고 한 달은 내부 시스템 세팅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다만 초기에는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무언가 만들어 결과를 내고 싶었고, 새로 만든 자체 서버나 기술 등을 검증받고자 2개월 만에 ‘라쿤슬라이스’를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설립 이후 첫 목표를 ‘검증을 해보자’에 두었다. 지금 제작 중인 게임이나 앞으로 나올 게임에 도입될 시스템을 미리 테스트했다고 하면 될까? 때문에 첫 작품을 단순한 미니게임으로 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미들코어 게임 이상이 목표다.
-‘라쿤슬라이스’ 이후 약 6개월간 신작이 없었다. 그동안 왜 소식이 없었나
외부에서는 계속 ‘라쿤슬라이스’류의 미니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준비를 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미니게임은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들코어 게임을 목표를 잡으면서 그쪽에만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선택했고, 잘 잡은 것 같다. 최근에 미니게임만 만들던 회사 중에서 힘들어하는 곳도 있고, 미들코어 쪽으로 전향하는 기류도 만들어지는 추세다.
-E3 한국공동관에 참여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E3나 GDC에 참여했던 것은 라쿤소프트가 글로벌 기업이 목표기 때문에 세계에 우리를 좀 더 알리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시각으로만 게임을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이건 국내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작년 E3에서 ‘바이킹 아일랜드’로 수상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이 도움됐나?
소셜 게임만 생각한지 5년이 됐다. 어떻게 하면 소셜의 재미를 더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바이킹 아일랜드’를 통한 데이터 등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범주를 만들어 둔 셈이다.
▲ 라쿤소프트의 첫 작품 '라쿤슬라이스' (사진출처: 라쿤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이제, 드디어 라쿤소프트 게임을 말한다
-‘라쿤슬라이스’에서도 교훈을 얻었을 것 같다
‘라쿤슬라이스’에서 얻은 교훈은 많다. 일단은 미니게임은 아니라는 것. 회사마다 성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미들코어 이상의 게임이 목표였는데, 미니게임을 만들자니 그게 수월할 수가 있나. 남의 밥그릇은 건들지 말자는 생각과 작은 게임도 쉽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장에 나온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목표로 회사의 방향을 굳혔다. 덕분에 경험이라는 큰 이득을 얻었다. 다른 퍼블리셔들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통계자료를 볼 수 있었는데, 짧긴 했지만 유저 성향과 같은 데이터도 얻을 수 있었다.
-E3에서 선보일 게임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우선 ‘마이스쿨’은 ‘바이킹 아일랜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차세대 SNG다. 친구들과 상호작용 기능이 많아졌으며, 해외 SNG의 느낌도 많이 섞었다. 스토리 요소를 넣어서 혼자 해도 재미있고, 친구랑 해도 재미있는 게임, 하면 할수록 즐길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게임을 목표로 했다. 여태 나온 SNG들의 문제를 파악해보니 하면 할수록 할 것이 없는 것이 문제더라.
‘디크로스’는 내부에서는 MORPG로도 만들어보고, 디펜스로도 만들어봤는데 출시날짜에 따라서 게임내용이 바뀔 예정이다. 기본적으로는 AOS 느낌이다. 장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인 마린키우기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일단 액션성을 살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타격감과 조작을 통한 전략성을 많이 넣었다.
마지막으로 ‘터트리고’는 퍼블리싱 타이틀로, ‘뿌요뿌요’와 비슷한 퍼즐게임이다. 여기에 ‘테트리스’의 느낌이 나도록 독특한 비트의 소리도 사용됐다. 우리가 인큐베이팅하는 에이엘소프트와 2D엔진을 새로 만들어서 게임을 제작했는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준비를 했다. 우리가 해도 재미있는 게임들이다.
-SNG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기본적인 파밍 외에도 재미요소 중 도시건설이 있는데 요즘 게임들은 그게 사라졌다. 너무 효율 위주로만 돌아간 것이 문제인데, 덕분에 아름다운 환경보다는 실리를 위해 이상한 마을을 만드는 게임이 많아졌다. 보기 좋은 게임이 재미있지 않겠나?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도시계획의 취지도 살리는 한편, 거기에 위트도 섞어 재미있게 만들었다.
-인큐베이팅 이야기가 요새 화두더라. ‘터트리고‘는 어떤 계기로 퍼블리싱을 결정하게 됐나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데, 에이엘소프트의 대표가 나같이 의지 넘치는 사람이어서 내 경험을 공유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그분들이 나보다 잘하는 것도 있어 함께 해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보려고 하니, 같이 실험한다고 보시면 된다. 작은 개발사에서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느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간단하게라도 경험하려고 하고, 거기에 대해 투자를 하고 싶다.
▲ 라쿤소프트가 E3에서 선보이는 게임 3종, 왼쪽부터 '마이스쿨', '디크로스', '터트리고'
(사진제공: 라쿤소프트)
라쿤소프트의 상생은 ‘먼저 길을 닦아두는 것’
-에이엘소프트와의 관계처럼 인큐베이팅과 퍼블리싱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 있나
인큐베이팅과 퍼블리싱 사업을 계속해볼 생각도 있다. 수익을 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에이엘소프트의 사례와 같이 경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공유하겠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상생’이다.
-많은 업체가 상생을 논하지만 기준은 없다. 라쿤소프트가 말하는 상생은 무엇인가
큰 업체가 해외시장을 미리 주도해서 공략하고 다른 업체들을 끌어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상생이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는 큰 업체는 게임업계 전체를 힘들게 만들 위험이 있다. 작은 업체들은 끼어들 틈이 없으니 사라지거나, 도전하려는 열의도 없어진다. 스타트업들은 작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동력으로 열정을 쏟아내는데, 큰 업체와의 경쟁에 치이다 보면 그 열정만 소모되고 남는 것이 없다.
-대표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회사 운영에 힘든 점은 없다. 게임도 생각보다 잘 나오고, 일도 잘 풀리고 있다. 오히려 국내 모바일 시장이 걱정된다. 국내에서의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큰 회사가 자꾸 해외로 뻗어 나가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게임의 사례만 봐도 처음에는 우리나라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북미나 중국 등 시장에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모바일게임 시장도 똑같아지게 될 것이다.
GDC에서 느꼈던 것이 있다. 미국에 있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가 옛날 온라인게임 시장처럼 게임업계에서 앞으로 나가려면 누군가는 세계 시장을 생각해서 먼저 길을 닦아놔야 한다. 나갈 길은 많다. 오픈마켓이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장치가 있으니까. 라쿤소프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며, 그게 바로 글로벌 기업이다. 슈퍼셀처럼 세계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E3에 가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오겠다.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게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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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소개기사 [신작앱]을 연재하고 있다. 축구와 음악을 사랑하며, 깁슨 레스폴 기타를 사는 것이 꿈이다. 게임메카 내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잘 먹히지는 않는다.roto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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