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재도약을 노리는 대표적인 두 회사가 만났다. 모바일 레이싱게임 '가속스캔들'은 드래곤플라이가 개발, 네오위즈인터넷이 퍼블리싱한 타이틀로 지난 5월 28일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다. 드래곤플라이의 입장에서는 '가속스캔들'을 시작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네오위즈인터넷(이하 네오위즈i)은 그간의 불운을 씻고 새로운 출발선을 끊는 기념적인 타이틀이다. 진지하고 경중한 마음에 비해 결과물의 이름은 다소 가벼운 감이 있지만, 제목만큼이나 나름의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산하 모바일개발 스튜디오의 박인찬 대표와 고윤호 네오위즈i 사업 PD을 만나 늦은 첫 인사 겸 중간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스캔들, 네오위즈게임즈와 드래곤플라이
▲ AP스튜디오 박인찬 대표와 네오위즈i 고윤호 PD(왼쪽부터)
간략하게 AP스튜디오 소개를 부탁한다.
박인찬 대표(이하 박 대표): AP스튜디오는 드래곤플라이 산하의 모바일 개발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다. 처음 2005년에 설립됐고, 그동안 온라인게임을 개발했었다. 작년부터 모바일 개발실로 포진돼, 약 1년 동안 ‘가속스캔들’을 만들었다.
초반에는 모바일게임 개발에 대한 제반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년간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드는 도돌이표같은 과정을 겪었다. 식당에 가면 반찬은 많은데 메인 음식이 없는 느낌이랄까. 강한 매력이 없었다. 네오위즈게임즈로 퍼블리셔가 결정되면서 게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실제 개발다운 개발을 한 건 약 6개월 전부터다. 중요 콘셉트는 퍼블리셔를 만나게 되면서 잡게 된 것 같다.
고윤호 PD(이하 고 PD): ‘가속스캔들’은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별화가 강점이다. 처음부터 충돌이나 부스터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 있어 장점은 살리고, 국내 사정과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축소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했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게임에 변화를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AP스튜디오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다양한 빌드를 많이 연구해놓았는지 금방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서 놀라기도 했었다.
▲ 사용자도 주체를 못하는 박진감 넘치는 질주가 '가속스캔들'의 포인트
재미는 있는데, 초반에 플레이를 익히기가 어렵더라. 접근이 어렵다는 건 아직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고 PD: 개인적으로 ‘번아웃’ 시리즈를 상당히 좋아한다. 부스터 콤보가 늘어나고 속도가 가속화되가면서 플레이어 본인도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초고속 레이싱을 만들고 싶었다. 99등에서 1등이 되기 위해 질주하는 챔피언쉽에 대한 게임이라고 할까.
넷마블의 ‘다함께차차차’와도 비교가 많이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박 대표: 서로 비슷한 시기에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레이싱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그쪽이 먼저 출시가 됐던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차피 두개의 타이틀이 모두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고 PD: ‘다함께차차차’류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피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충돌하고 부딪히는 ‘가속스캔들’의 플레이 방식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미리 조작 방식을 알려주려고 사전에 자료를 노출했는데, 몇장의 스크린샷만 본 사람들이 ‘다함께차차차’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해보면 두 게임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이제 출시 3주 정도 됐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가속스캔들’이 거둔 성과를 평가하자면?
고 PD: 수치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 28일날 출시가 됐는데, 운이 좋게 동시에 론칭된 카카오 게임 수가 적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유입량도 늘었고, 유저 피드백도 쌓였다. 출시 이후에는 이제 마케팅 싸움인데, 사업적인 투자를 크게 하지 않고도 좋은 기록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드래곤플라이라는 회사 자체가 FPS같이 코어한 게임으로 많이 읽히게 되는데, ‘가속스캔들’이 나오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이름도 너무 잘 지었고.
박 대표: 본사 그룹 차원에서 모바일 타이틀의 첫 지평을 열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까. 내부적으로는 좋게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이야 차차 보완해 나가는 문제가 될테고,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됐건 새롭게 파생시킬 수 있는 하나의 지지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유저들 평가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는지.
고 PD: 얻은 것이 있다면, 애초에 회사가 원했던 방향으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충돌 타격감에 대한 반응이 좋고, 과금이 아니라 실력으로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분한 재미와 몰입감을 전달하고 싶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한 것같다. 잃은 것이 있다면, 이제 사업적인 이슈다.
사업적인 부분이라면 매출이 저조하다는 이야기인가?
고 PD: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보상을 확실히 해주지 못했다. 하다 보면 자연히 라이트 유저가 미들코어한 계층으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판단 착오였다. 돈을 써도 티가 안나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박 대표: 큰 줄기로 봤을 때, 돈을 쓴 티가 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던 것같다.
고 PD: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지금 콘텐츠 시장이 전체적으로 힘들다. 유명 IP가 아니고는 쉽게 인기 순위에 랭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탑 랭크에 들어가 이용자에게 각인이 됐고. 상품 가치를 입증한 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
지금은 모바일게임도 라이브 서비스가 중요시되고 있다. 앞으로 업데이트를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있을 수 있는데, 업데이트 방향성을 알려달라.
박 대표: 큰 골자로 이야기하면 라이트 유저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를 할 예정이다. 또, 실력을 겨루려는 유저들을 위해 PVP 대결모드를 오픈함으로써 별세계에서 놀 수 있게 장을 열어 주고 싶다.
고 PD: ‘가속스캔들’의 강점이 저사양 폰에도 최적화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나왔던 레이싱게임들은 최적화 문제 떄문에 iOS로 못 내는 경향이 있었다. ‘가속스캔들’은 고속 주행, 충돌 이펙트 등을 소화하면서도 프레임드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글로벌 시장을 미리 염두하고 만든 타이틀이 만큼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 네오위즈i와 드래곤플라이는 '가속스캔들'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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