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게임 사운드라는 건 크게 돋보이지 않는 분야다. 특히 테마음악의 경우 장르의 한계성 때문에 ‘전형적인 음악’을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추구하려는 이미지에 써먹을 수 있는 음계는 이미 다른 이가 다른 게임에서 대부분 써먹었으니까.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기가 더 까다로운 이유다. 효과음을 비롯한 각종 음향도 순간순간 플레이어의 세포를 자극하며 플레이의 진한 맛을 돋궈주지만, 기억에 남는 임팩트는 크지 않다. 오히려 정교하게 손질된 캐릭터의 화려한 몸동작만이 오래도록 잔상에 남는다. 이래저래 게임사운드는 아쉽다.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올해 최고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도 위와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니, 세간에 ‘대작’이라고 알려진 턱에 오히려 더 부담감이 클 거다. 그래도, 대작인데 다른 게임과 다르지 않을까? 당연히 이런 기대심리에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민했던 엔씨소프트는 결국 선택을 했다. 게이머들에게 크게 돋보이지 못하더라도, 창조를 위한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 과정에 대한 스토리가 모두 밝혀졌다. 엔씨소프트가 진행 중인 블러드러스트 팀 릴레이 인터뷰에서 송호근 사운드 실장이 기자단 앞에 선 것. 그는 ‘블레이드앤소울’이 최고의 게임인 만큼, 화제가 된 그래픽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운드 부분에도 힘을 묵직하게 실었다고 밝혔다. 그가 ‘자랑’하는 사운드의 묵직한 힘은 어느 정도일까? 바로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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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송호근 사운드실 실장을 대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2만개의 음향 효과와 300개의 테마 음악
-사운드실 자체가 유저들에게 생소한 팀이다. 그 규모와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엔씨소프트의
사운드실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모로 약 40명의 인원이 전문적인 4개 파트에서
작업하고 있다. 각 파트는 사운드 디렉팅(음향과 음악, 음성을 총괄), 사운드 음향
디자이너(효과음 전문), 음악 작곡가(작곡 및 프로듀싱), 더빙(성우 캐스팅, 연기
지도, 레코딩, 더빙)이다. 작업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흔히들 사운드는 마지막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완성도 있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획서와 콘셉트 원화가
나온 시점부터 개발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누락된 부분, 또는 사운드가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리니지 1과 2의 사운드를 제작했는데, 블레이드앤소울의 작업 방향과 다른
점이 있는가?
기존의 MMORPG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에 대해서는 사운드를
배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은 역동적인 카메라 기법을 사용해서 모션을
강화하고 있어 모션 사운드를 배제하면 타격감과 액션성을 살리기 어려웠다. 결국
모션 사운드를 다른 게임보다 크게 강화했으며, 사실적인 타격감을 주기 위해 피격체의
피부를 감안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다. 이런 세심한 접근이 기존 MMORPG 및 리니지
1, 2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블레이드앤소울의 동양적인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였나?
너무
극단적으로 동양적 색을 강조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촌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사운드 기반에 동양의 서정성과 한을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약 20%만이 동양 악기로 제작되었는데, 충분히 동양적 분위기가
풍겨 나와 만족스럽다. 그 외에도 한국의 멋을 담기 위해 대금 등 국악기 연주자를
초청해 연주하거나, 아프리카 민속 악기 등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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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게임이라고 무작정 동양 악기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사진은 오케스트라 녹음
현장
-이와시로 타로를 음악 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는 동양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가?
개인적으로
이와시로 타로 감독은 비장함 속의 슬픔을 잘 담아내는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주로 동양의 무사도, 또는 복수를 주제로 많은 음악을 작곡하였고,
적벽대전 1, 2에서 거대한 동양적 서사시를 잘 표현해냈다. 이런 부분이 주인공의
복수, 무협, 그리고 동양적 서사시를 다룬 블레이드앤소울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이와시로 타로는 바람의 검심, 살인의 추억, 적벽대전 1, 2등의 음악 감독을 담당하였으며, 블레이드앤소울의
음악 감독으로 21개의 스토리 테마를 제작하였다)
-음악 및 음향 효과를 얼마나 제작되었나?
테마 음악은 마을, 필드 및
그 지역의 분위기에 맞도록 약 300개가 작업되었다. 그 중 10%만 이와시로 타로가
작업하고, 나머지 90%는 사운드실에서 직접 작곡 및 편곡했다. 음향 효과는 약 2만개가
삽입되었으며 그 종류는 PC, 몬스터, Ambience, UI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레이드앤소울만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사운드가 많다고 좋은 게임은 아니다. 사운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는가?
많은 수의 음향 리소스가 삽입되었고, 이 소리들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들려줄 수 있을 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캐릭터의 상태에 따라 실시간
음향 콘트롤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탈진 상태에는 EQ를 적용하여 모든 소리가
멍멍하게 들린다거나, NPC와 대화 시에는 대사를 집중적으로 들려주는 등의 모습이
그 결과물이다. 또한 실내에 있을 경우 사운드가 울리는 등 공간에 따른 사운드 효과도
삽입하였다.
그 외에도 더 좋은 음향을 들려주기 위해 모든 사운드를 5.1 채널로 제작하였다. 그 결과 5.1 채널을 사용하는 유저라면 게임 속 모든 사운드에 대해 방향과 거리,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시네마틱 영상에서는 이런 부분이 더욱 강조되는데,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못지 않은 영상과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 제작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블레이드앤소울의 몬스터들은
다양한 동작과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몬스터에 생동감을 주기 위한
음성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음향 디자이너들이 녹음실에
향했고, 몬스터 영상을 보며 스스로 괴성을 질러 더빙 작업을 완료했다. 실제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 중 약 30%는 음향 디자이너들의 음성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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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칼을 뽑아 녹음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기획팀의 무리한 기획으로 인한 충돌은 없었나?
사운드 제작은 기획팀의
요구를 받아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기획팀의 기획서를 우리가 읽고, 직접 사운드
기획서를 작성하여 기획 팀에 전달한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받아 추가 작업을 하는
형태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팀의 무리한 요구는 없었으며,
되려 사운드실이 기획팀에게 이런 사운드를 제작하는 것이 좋지 않냐며 제안하는
편이다. 실제로 이번에 등장할 캐릭터의 사운드 선택도 우리가 제안한 부분이다.
아마 3차 CBT에서 남자 캐릭터는 9개의 음성을, 여자 캐릭터는 6개의 음성 중 하나를
선택 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80명의 성우들이 참여, 100명까지 확대할 예정
-다양한 성우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명한 성우들이 있는가?
지금까지
국내 성우들이 약 80명 가량 참가했다. 다음 더빙 때에는 약 100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성우들도 대규모 캐스팅에 놀라고 있다. 심지어 블레이드앤소울 더빙 여부를 기준으로
성우를 구분하는 등의 농담도 나오고 있다. 주요 캐릭터에는 주로 원로 성우를 많이 배치했는데, 우선 그들의 따뜻하고 익살스러움을
유저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두 번째로는 그들의 목소리를 남기고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유명한 성우로는 무성 사형역의 김환진 성우, 영묵
사형역의 김기현 성우 등이 있으니 게임을 즐기며 확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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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CBT 당시 블레이드앤소울의 성우들은 큰 이슈였다 <해당 기사 보러가기>
-다양한 성우들이 참여했는데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성우를 선발할
때는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작품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에서 많은 참조를 했다.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성우들의 목소리 샘플과 담당했던 캐릭터의 특징을 보며
블레이드앤소울과 어울리는 지 판단했다.
-성우들의 녹음 과정이 궁금하다.
캐릭터의 표정이나 행동을 매우 강조하는
편이기 때문에 녹음실에 캐릭터의 모션과 외형을 출력해놓고 작업하고 있다. 또한
대사 외에도 캐릭터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호흡과 의성어 부분도 같이 부탁하는
편이다.
-성우들이 작업에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나?
블레이드앤소울은 MMORPG이기
때문에 약 800명의 등장 인물이 존재한다. 그 결과 성우 한 명이 약 10명 이상의
배역을 연기하는 경우가 생겼고, 성우들이 이런 부분을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아쉽게도
원로 성우들은 하나의 배역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음성은 젊은 성우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패러디 캐릭터의 경우 실제 모델을 사용할 생각이 없는가?
연예인 음성의
경우는 많은 난점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지속적인 노출 부분이다. 더빙
작업은 어렵더라도 시도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노출은 기획사측과의 협의가 없는
이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해당 캐릭터의 실제 모델의 음성을 들려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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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에 출력되어 있는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들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는 `역동성`
-온라인 게임에서 사운드가 부각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사운드 자체는 유저들에게 크게 부각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표현하거나, 더 구체화 하는 등 게임 제작에
있어 중요한 역할임에 틀림없다. 예를 들어 고대 유적을 방문했을 때, 음악을 통해
더욱 신비롭게 표현하는 등의 역할도 사운드가 하는 일이다. 특히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시네마틱 영상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동을 구체화하는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를
정의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단어로 아우르자면 ‘역동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사운드 작업을 하는 동안 호쾌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역동성’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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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를 `역동성`이라 정의내린 송호근 사운드실 실장
-게임 사운드를 독립적 가치를 가지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는가?
게임은
영화와 같은 종합 예술이며, 그 중 게임 사운드는 독립적으로 즐겨도 충분히 가치
있는 콘텐츠가 확실하다. 하지만 독립적 가치를 가지는 예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 OST가 영화를 보면서 들을 때 가장 감동적인 것처럼, 게임 사운드도 게임에
녹아있을 때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온 OST처럼 블레이드앤소울도 OST가 발매되는가?
정식 서비스 시점에
맞춰 OST가 따로 발매될 예정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이 3차CBT를 앞두고 있다. 2차 CBT에 비해 변경된 부분이나
유저가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2차 CBT를 즐긴 유저들 중 한 분이
‘블레이드앤소울의 음악이 부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어느 게임보다 다양한
연출과 많은 음악을 집어넣었는데 인상을 깊게 주지 못한 점은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3차 CBT에서 추가되는 컷신 영상 외에도 이전 지역에 대해
전면 리뉴얼을 했다. 예를 들어 용맥을 처음 탈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을 주기 위해
컷신이 나오는 퀘스트를 삽입하였고 관련된 테마 음악을 들려주는 식이다. 성우들의 목소리도 묻혔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는 게임의 대사를 모두 풀 보이스로 만들 예정이다. 3차 CBT에서는 에픽 퀘스트와
제룡림 초반 지역의 대사는 풀 보이스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사운드는 게임 관련 다른 팀에 비해 특별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사운드팀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달라
게임 사운드를
작업하기 위해서는 게임에서 사운드가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기능을 하는 지, 분석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운드 제작에 있어 창의적인 표현력도 중요하다.
즉 게임 사운드를 작업하고 싶다면 아티스트의 시각과 개발자의 시각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게임 사운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 또는
시네마틱 영상에서 감동과 흥미를 느낀다면 사운드실의 노력도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3차 CBT에서는 더욱 많은 부분을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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