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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별바람에서 교수 김광삼까지 “게임 개발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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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그녀의 기사단’으로 이름을 알린 별바람(김광삼)을 12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났다. 처음 찾아간 학교에서 두리번거리는 순간, 멀리 김광삼 교수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올 한해 기자는 여러 가지 모습의 김광삼 회장을 만났다. 게임산업진흥원 통합 문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국내 최대 게임개발자 정보교류의 장인 KGC2008의 주최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김광삼 회장, 국산휴대용게임기 GP2X Wiz용 게임 ‘혈십자’의 개발자로 참여한 별바람 크리처스 김광삼 대표, 2008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인디 게임 부문 시상자로 나왔던 유명 인디개발자 별바람까지, 참 다양한 모습의 김광삼 교수를 만났다.

 ▲ 청강문화산업대 컴퓨터게임과 김광삼(별바람) 교수. 인터뷰 당일 새벽 미국 출장에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밝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평범한 의사지망생, 비범한 게임개발자가 되다

어떤 모습이 진짜 김광삼, 혹은 별바람일까? 직접 그를 찾아가 개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그의 인생과 게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에게 이름 붙일 수 있는 수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별바람’은 여전히 가슴 속 깊이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청년 개발자’였다.

“개발은 어릴 때부터 했고요, 취미로 시작했죠. 처음으로 만든 게임은 국민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버지가 나온 의대를 진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게임도 개발했죠. 대학교 때 데뷔작으로 내놓은 게임이 ‘호랑이의 분노’라는 대전격투게임이에요. 그리고 94년에 공중전을 소재로 한 ‘푸른매’를 개발했습니다. 당시는 22, 23살의 피 끓는 청춘이었죠. ‘게임은 예술이다’, ‘게임을 만들 때 자본과 결탁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당시의 그를 불세출의 스타로 만들었던 것은 ‘1인 개발자’로서 게임 기획, 스토리, 그래픽, 프로그래밍, 사운드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했던 ‘그녀의 기사단’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를 배웠던 김광삼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만화였다. 김광삼 교수 스스로 좀 더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본래의 그림 스타일과는 상당히 먼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기사단’은 첫 번째 상용화 게임이었고, 그의 게임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손 꼽히는 명작이다.

결국 적당히(?) 공부를 하면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의대, 인턴 실습까지 나갔던 그를 붙잡은 것은 거부할 수 없는 게임 개발자의 길이었다. 이미 그를 스타로 만들었던 인디 게임계는 빠르게 주류로 흡수되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 먹은 청년 개발자 별바람의 진짜 게임 인생이 시작되었다.

 ▲ 2008 게임대상 인디부문 특별상 시상자로 나온 그는 당시 본명이 촌스럽게 느껴져서, `별바람`이라는 가명을 새로 지었다며, 이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이 타이틀은 저주받았다” 별바람 일생의 게임, 그녀의 기사단과 혈십자

이 시기에 탄생한 것이 본래 게임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상업용 온라인 액션게임 ‘다이나모 비스트’였다. 처음부터 상업용 게임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아머드 코어’ 같은 스타일의 탱크를 조합하는 방식의 이 게임은 그에게 작품이 아닌 오락의 대상이었다. 그는 게임에 있어서 오락과 작품을 엄격하게 구별했다. ‘다이나모 비스트’는 스토리와 주제의식이 뚜렷한 일종의 ‘작가주의’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그의 게임 개발론과도 거리가 있었고, ‘호랑이의 분노’, ‘푸른매’, ‘그녀의 기사단’ 등 한글이름으로 이루어진 별바람식 이름짓기와도 거리가 멀었다.

김광삼 교수는 ‘다이나모 비스트’가 자신의 게임 중에서 가장 사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게임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로 해외 시장에 일찌감치 수출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단, 당시로서는 업데이트를 할 수 없었던 그가 게임의 소스코드를 비롯한 전부를 넘겼기 때문에 그에게 추가적으로 돌아오는 수익은 없었다.

현재 김광삼 교수가 제작 중인 국산 휴대용 게임기용 소프트웨어 혈십자(‘호랑이의분노3’)와 그녀의 기사단 시리즈(‘강행돌파’)의 운명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의 표현대로 라면 “기구한 운명”이자 “저주받은 게임”의 두 게임은 국산 휴대용 게임기, 게임전용폰 개발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몇 번의 개발과 출시 연기를 반복하게 된다.

 ▲ 그는 자신과 같은 게임 개발자를 가리켜 ‘프로 인디’라고 말했다. 원맨개발자로서 인디게임을 상업용 수준으로 끌어올려 판매까지 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뭍어난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라” 별바람, 김광삼 교수가 되다

시대가 바뀌고, 그 역시 온라인 게임 개발의 의지를 다지며 메이저 퍼블리싱 업체와 계약을 앞두게 되었다. 광주에 있는 집이자 작업실에서 전업개발자로 일하던 그에게 부인의 비난이 쏟아졌다. “집에만 있는 것이 보기 싫다. 제발 제대로 된 직장에 평범하게 출근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며 웃어 보였다. 피 끓는 청년 별바람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때마침 강의를 나가던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교수 채용 연락이 왔고, 그는 망설임 끝에 다시 한번 선택을 했다.

결국 별바람이 김광삼 교수가 된 이후, 교수에 학회장에 협회장 일까지 동시에 세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제가 두려워하는 비난이 있어요. 저 인간은 평생 ‘그녀의 기사단’만 우려 먹으려고 작정했구나, 라는 말이요. 지난 10년 동안 만들었던 게 ‘혈십자’와 ‘다이나모 비스트’, ‘그녀의 기사단’, ‘그녀의 기사단 강행돌파’, ‘그녀의 기사단 글로리아(리패키지 버전)’, ‘그녀의 기사단 키리에’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막상 2000년대 이후로 나온 게임이 모두 그녀의 기사단 시리즈입니다. 작가로서도 두 가지 죄책감이 있습니다. 모두 ‘그녀의 기사단’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광삼 교수는 아직 완결되지 못한 숙제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염려했다. 그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 마련된 작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재학생, 졸업생과 함께 모바일RPG 개발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졸업생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재학생에게는 직접적으로 개발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장소다. 무엇보다 개발자의 피가 끓어오르는 그가 가장 원하는 공간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그녀의 기사단’을 완결내기 위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원작 그녀의 기사단은 매우 블랙코미디적인 내용입니다. 왕정과 공화정의 대립에서 단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공주가 적들을 숙청하고 결국 여왕이 되는 이야기죠. 여기에 연애담이 등장하여 일종의 연애시뮬레이션게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모바일로 이어지는 ‘그녀의 기사단 키리에’는 공주가 주인공이 아니라 기사단이 주인공입니다. 원작에서 다 밝혀지지 않았던 기사단간의 숨겨진 스토리와 인간관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어떻게든 완결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요즈음 그가 작업하고 있는 모바일용 그녀의 기사단 키리에의 캐릭터 원화다. 공주와 기사단의 모습에서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지고 성숙해진 그림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인간은 평생 그녀의 기사단만 우려먹겠다”는 말이 제일 두려워

이즈음에 김광삼 교수가 깜짝 공개한 그녀의 기사단의 정식 후속작은 ‘그녀의 어사대’다. 농담이 아니다. 같은 시간 다른 대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두 개의 이야기가 겹치는 순간도 미리 생각해두었다. “신암행어사가 나오고 놀랐습니다(웃음). 이대로라면 이 이야기(어사대)는 언제 나올까? 십 년 안에는 안되고, 오 년 안에 나오면 좋겠는데.” 그의 말이다.

스스로 “아주 위험한 스토리”라고 이야기하는 ‘혈십자’ 역시 방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뱀파이어, 비밀결사, 교황청, 세계정부 음모론, 외계인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모으는 이 이야기는 각종 신비주의와 음모론 등 ‘세계의 이면’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이 반영되어있다.

김광삼 교수는 이번 게임산업 중장기 대책에도 게임개발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문인으로서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성장하지 않는 온라인 게임, 등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현재 생황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05년 이른바 빅3가 무너지면서 게임업계에 대규모 이직이 이루어졌다. 많은 개발자가 나갔고, 많은 개발자가 다시 입사했다. 그는 이 과정을 두고 ‘개발자가 섞였다’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었다. 결국 2006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이 별로 없었다. 그는 이 2년의 시간이 버려지고, ‘반성의 결과’로 나온 게임들이 올해 말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이온’을 시작으로 현재의 온라인 게임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그도 대형 게임개발사에서 일하거나 대중적인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욕망이 없었을까?

“실제로 제의를 받은 적도 있지만, 회사를 들어가서 돈을 버는 게임들을 만들라고 하면 그렇게 못할 거에요.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 젊었을 때는 자본과 결탁하지 않겠다, 라고 겁 없이 말하고 다녔고, 또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 때 제 이야기를 듣고, 제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 청강문화산업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직접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게임개발 스튜디오. 게임개발자로서 그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가 게임 개발을 선택한 이유 “결국 게임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김광삼 교수의 달변을 듣고 나니, 그가 이 같은 생각을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도 공유하는 지 궁금해졌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단호히 이야기했다.

“교수의 권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인으로서 게임개발자의 기술과 경험을 가르칠 뿐입니다. 제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따로 저를 찾아와 물어볼 수 있겠지만, 강의시간에는 철저하게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만을 전수해 줄 뿐입니다.”

김광삼 교수, 별바람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만큼 그는 현실적인 분석과 거침없는 상상력이 뒤섞인 오묘한 사람이다. 일생을 바쳐도 모자랄 것 같은 게임 개발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늘어놓다가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 보였다.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였지만, 게임 순수주의자나 게임 이상론자는 아니다. 김광삼 교수는 게임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게임이 마케팅을 잘 못해 시장에서 실패할 수 있으며, 좋지 않은 게임도 마케팅을 잘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진짜 좋은 게임은 마케터를 사기꾼으로 만들지 않는거죠.”라고 말했다. 이것은 게임개발자가 가져야 하는 자질에 대한 생각에서도 드러난다.

“학생들에게도 항상 강조하지만,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근성과 어마어마한 인내력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은 지겹고 하기 싫은 작업들입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1%라면, 나머지 99%가 지겹고 어려운 일들입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고, 농부와 마찬가지라고 말하죠. 게임에 대해 잘 아는 것과 많이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마치 수도승처럼 근성과 절제를 가져야 합니다.”

김광삼 교수는 일찍이 게임을 무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게임이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이고,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 항상 꿈을 꾸는 청년이자, 변치 않는 비전을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게임개발자 별바람

불가능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매력을 느끼는 그가 생각하는 다음 세대의 게임은 ‘인공 인격’이 등장하는 게임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말하는 ‘인공 인격’을 꿈꾸고 있다. 의대 시절 그가 가장 매력을 느꼈던 정신과 분야와도 겹치는 부분이다.

시나리오, 음악, 만화, 게임,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게임 개발뿐이다. 그에게는 게임이 ‘한 우물’이다. 기구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의 단 하나뿐인 운명이었다.

“게임 개발자니까 게임을 개발하는 게 정정당당하고 생각합니다. 글도 써본 적이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글로 쓰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자 주제에 게임으로 도망쳐(웃음)? 만화도 좋아하지만, 음악도 애니메이션도 선보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의 매력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저 스스로 플레이를 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 제약이 많습니다. 만화는 일방적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주제의식과 이야기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 게임은 예술로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이 시점에서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는다면 내가 그 일을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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