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에는 일 년에 한 번씩 돌아와 솔로 게이머들을 괴롭히는 ‘발렌타인데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발렌타인데이라니 새삼 세상의 ‘상술’이 원망스럽다. 부지런한 커플은 화이트데이, 로즈데이까지 챙긴다고 하는데, 역시 남의 나라 일이나 마찬가지다. 솔로게이머들은 차라리 밤새도록 게임을 하며 어서 주말이 지나가길 바라겠다.
하지만 게임회사들마저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각종 커플 이벤트를 진행하니, 게임 안이라고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겠다. 솔로 게이머를 위해 ‘13일 밤의 금요일’을 맞아 이벤트를 하는 게임은 없을까?
아니, 아예 솔로 게이머를 위한 게임은 없을까?
솔로를 위한 게임 본격 연애 커뮤니티게임 ‘필 온라인’
이제까지 게임에 바친 시간들이 아까워질 때 즈음(게임을 많이 한다고 떠나갔던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각난다.) 드디어 솔로 게이머를 위해 ‘커플매니저’를 자청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게임메카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아스트로네스트의 본격 연애 커뮤니티 게임 ‘필 온라인’은 온라인 상에서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데이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 깔끔하고 세련된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으로 여성 취향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다. |
“필 온라인은 자사에서 2002년에 만들었던 모바일 게임 ‘러브플러스’가 모태가 되었어요. 일종의 연애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실제 사용자간 문자채팅이 가능한 게임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죠. 온라인 게임으로 본격적인 개발은 2007년 초부터 시작했는데,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현재의 방식을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필 온라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권순영 부장의 이야기다. 아스트로네스트는 1999년에 설립하여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베테랑 개발사. 미국 수출까지 이루어진 웹 전략 시뮬레이션게임 ‘아스트로네스트’와 독특한 슈팅 MMORPG‘아스트로엔’을 개발한 바 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채팅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기대감 속에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웠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사는 지역과 화제가 비슷하면 제법 빈번하게 이루어지던 쪽지팅과 번팅. 꼭 10년 전 즈음, PC통신과 ‘세이클럽’ 등 채팅사이트에서 이루어지던 풋풋한 만남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때와 지금의 달라진 분위기를 이해할 것이다.
채팅으로 인한 만남은 불건전? 초창기 ‘채팅만남’을 기억하시나요?
아스트로네스트에서 ‘필 온라인’의 게임기획을 맡고 있는 황혜민 기획자의 생각도 여기서 출발한다.
“지금은 채팅사이트에서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부정적이잖아요. 제가 대학교를 막 들어간 무렵만 해도 사람들이 세이클럽 같은 채팅사이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미팅이나 소개팅도 하면서 채팅으로도 사람을 만났는데, 어느새 그런 문화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그런 만남의 창구나 상황 자체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소개팅이나 미팅 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 `필 온라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황혜민 기획자(좌), 프로젝트 PM 권순영 부장(우) |
‘필 온라인’의 기획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과거의 채팅사이트를 대신하는 건전한 만남의 장소가 되는 것.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함’이라는 부분이다.
“여성분들이 연애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 같은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지가 중요해요.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는 지, 이 사람이 나한테 메시지 하나라도 신경 써서 보내는 지, 말은 잘 통하는 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잖아요.”
그녀의 설명이다. 게임의 재미가 항상 몬스터를 사냥하고 던전을 탐험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애시뮬레이션장르가 있듯이, ‘필 온라인’은 남녀가 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게임으로 구성했다. 권순영 부장은 단호하게 ‘필 온라인’을 ‘여성을 위한 게임’이라고 못박았다.
`필 온라인`은 여성을 위한 게임, 쉬운 조작과 건전한 분위기가 강점
온라인에서 실제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게임이라면, 흔히 생각하기에 솔로 (남자)게이머를 대상으로 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건전한 만남’이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것처럼 ‘필 온라인’은 여성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게임이다.
“채팅이나 미팅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대체로 그러면 여성분들은 접근을 안 하고, 싫어해요. 지금 유명한 채팅 사이트 역시 나이든 남자분들을 대상으로 회원비를 받고, 여성은 ‘공짜’라는 식이죠. 필 온라인은 그래픽이나 방식, 컨텐츠 자체가 여성을 위한 게임이에요. 무엇보다 건전한 분위기가 중요하죠. 남녀가 만나려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게임이 되는 거죠. 가상의 데이트 콘텐츠로 심리 테스트나 데이트 시나리오, 퀴즈, 대화 등을 나누면서 친해지는 거죠.”
권순영 부장이 생각한 기획의도다. OX로 나뉘어진 심리 테스트, 선택지를 이동하면서 즐기는 에피소드 데이트,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즐기는 퀴즈,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데이트까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건전한’ 콘텐츠로 만남을 이어가게 되는 것.
“게임 방식이 너무 답답하지 않을까요? 너무 여성을 대상으로 만든 것도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여성들은 게임의 조작감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아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데이트하는 느낌도 나고, 인터페이스도 쉬어야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나 여성들이 좋아하는 심리 테스트 같은 콘텐츠까지, 역시 철저하게 여성에 맞춰져 있죠. 일단 여성들이 많이 있어야 남자분들도 오시니까요(웃음).”
황혜민 기획자의 말이다. 권순영 부장 역시 기획팀에 있는 두 명의 여성기획자의 말을 최대한 존중해서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여성들이 좋아하는 심리, 퀴즈게임. 어색한 만남을 해결해주는 다양한 대화 주제 |
실제로 ‘연애’라는 요소는 최근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댄스게임 등을 중심으로 가장 화두가 되는 커뮤니티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댄스게임에 너나없이 등장하는 ‘커플모드’나 ‘짝짓기모드’는 게임의 메인 요소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게임성에 버금가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커뮤니티’가 남녀의 ‘커뮤니티’로 의미가 좁아진 것뿐이다. 오히려, ‘필 온라인’은 여성을 위하여 고집스러울 정도로 ‘건전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성인 남녀의 만남 자체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고 불건전하거나 부정적일 이유는 없는데, 일부의 잘못된 만남이나 그 우려로 인해 선입관이 만들어졌다.
게임의 분위기는 최대한 밝게, 게임 ‘커플매니저’가 밝히는 전략
‘필 온라인’은 밝고 자연스러운 만남의 내용만큼이나 게임의 분위기 자체도 최대한 건전하게 만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다.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로 가입이 가능한 만큼 우려가 될만한 미성년자나 성인의 만남도 시스템 상에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잘못된 만남이나 ‘비매너’ 행위를 신고하고 보상을 받는 체제와 상시적인 운영과 관리를 통해 게임의 이미지를 가능한 밝게 이끌어나가겠다는 것.
하루에 단 한 번만 데이트를 할 수 있고, 데이트를 통해 하나씩 상대방의 프로필을 알게 된다. 게임 내용도 그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의 소개팅에서 있을 법한 가벼운 대화나 심리, 퀴즈, 산책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심의도, 전체 이용가를 생각 중이었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소 규모의 포커스그룹테스트(FGT)에서는 게임의 타겟이 되는 20세에서 24세 정도의 젊은 층의 의견을 가장 많이 들어볼 계획이다.
“중간에 게임을 하면서 딱 3줄밖에 채팅이 안 되는데, 너무 짧지 않을까요?”
“3줄이니까 더 감질맛나게 되지 않을까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데이트와 연애의 ‘진맛’을 살리겠다는 여성기획자가 설명하는 깜찍한 의도다. 딱 3줄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센스를 알아보겠다는 것. 그것은 남자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요소다. 본격 연애 커뮤니티 게임을 만들면서 상상할 수 있는 어려움이란 무엇일까? 놀라운 그래픽이나 획기적인 게임 시스템이 아닌 이상, 흔히 들을 수 없는 대답이 나오리라 기대했다.
“남녀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이슈나 화제를 찾는 것이 어려웠죠.”
메인스토리나 히로인을 공략하는 방식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게임도 없었다. 결국 남녀 기획자가 함께 머리를 싸매는 수 밖에 없었다.
▲ “부장님은 여성의 생각을 잘 이해해주세요.”, “게임을 만들면서 더 잘 이해하게 됐죠.” |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FGT를 통해서 커뮤니티성을 강화해야 할 지, 아니면 게임성을 강화해야 할 지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조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권순영 부장의 조심스러운 당부다. 마지막으로 황혜민 기획자의 말도 들어보았다.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쉽고, 꾸밀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건전한 게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온라인 게임에서 시도되는 본격 연애 커뮤니티 ‘필 온라인’, 과연 게이머들과 ‘필’이 통할까?
▲ `필 온라인` 플레이영상(※ 개발중 영상입니다.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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