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으로 꾸며진 방이 하나 있다. 양쪽 끝에는 문이 있는데,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각 방은 저마다 특색이 있는데 높낮이가 일정치 않은 구조로 이뤄져 있기도
하며, 다른 방을 통해서만 연결된 높은 구조물도 있다. 또, 각 방의 바닥에는 체력을
회복하는 캡슐 등 갖가지 버프 아이템도 널브러져 있다. 세팅 끝. 이제 플레이어를
이 방에 몰아넣기만 하면 된다.
이 방에 들어간 플레이어는 총기류 무기를 지급받게 되는데, 게임이 시작되면 끊임없이 쏘고 쫓고 쏘고 쫓는 흥미진진한 전투를 이어갈 수 있다. B라는 플레이어를 만나 신나게 쏴주니 갑자기 옆방으로 도망을 가네, 바로 쫓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뿔싸 그 방에는 C와 D라는 플레이어가 도망 나온 B를 무차별 공격. 곧 B가 쓰러지고 C와 D가 본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니 원래 있던 옆방으로 피신, 또 아뿔싸 그 방에는 다른 방에서 넘어온 E라는 플레이어가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갑작스런 총알 세례. 넘어온 문 끝으로 이동해 응전사격을 하던 중 육식동물 태세를 갖춘 C와 D가 격렬하게 문으로 들어오니, 그 틈을 타 아까 그 옆방으로 빠르게 이동. 살았다 튀자, 헉 뭐야 그 방에는 어디선가 또 건너온 F라는 플레이어가 오를 수 없는 높은 위치에서 수류탄을 던지네. 저런 못된 녀석. 결국 플레이어는 죽고 고지에 있던 F는 뛰어내려와 살짝 밟아주며 마무리 일격을 날린다. 그 사이 옆방을 ‘해결’하고 온 C와 D가 쳐들어와 F와 싸우는데 셋이 모이니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배틀스타:리로드(이하 배틀스타)’는 이처럼 심플하게 구현된 게임이다. 허나 ‘슈팅’이란 장르가 근간이 되기 때문에 무대는 심플하지만 그 안에서 엮이는 플레이어는 긴장 속에 격렬한 전투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는 키보드로 캐릭터를 단순 조작하고 적을 향해 공격하는 것 외에 특별한 액션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본능대로 움직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과정이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자 재미요소라 할 수 있겠다. ‘배틀스타’의 개발 총괄인 넥슨의 정영석 본부장은 “간단하지만 원초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게임을 정의내리면서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초점에 두고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배틀스타’에 대해 더 다양한 내용을 들어봤다.
▲ 넥슨 정영석 본부장
-게임 공개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던 거 같다. 시연회 역시
성공적으로 개최된 거 같은데, 이럴 것이라 예상했나?
게임을 발표한 뒤 자랑하면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적중한 거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다. 우리 직원들도 테스트 시간이 1시간이면 10분은 회의하고 나머지 시간은
게임을 하느라 바쁘다. 만드는 우리가 이렇다. 재미없는 건 빼고, 재미있는 것만
넣었으니 게임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주가 배경이고 은하 종족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게 되는데, 밀폐된 방에서
싸운다. 도대체 어떤 이야긴지 궁금하다.
철저하게 플레이 위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배경이나 줄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개발자마자 성향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플레이가 최우선되는 형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관보다 캐릭터는 이런 형태로 가야겠다는 걸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붙이는 건 시스템이 완성된 이후에 할 일이다.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설정하고 이후에 이야기는 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은하설정이 주는 특색이 돋보이진 않는다.
원화를 보면 인간족과 로켓런처족은
단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돌을 형상화하여 만든다던지, 돌격형 야수라든지 다 특색이
있다. 그런데 게임 시스템 안에서 팀을 가르다 보니 모두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표현이
됐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모두 각 종족별
무기별 특색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된 캐릭터들이다.
▲ 밀폐된 공간에서 쏘고 쫓고 쫓기는 `배틀스타:리로드`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무기를 먼저 생각한다.
어떤 걸 넣을까 생각하고 발사체는 어떤 형태로 구현할 것인지 고민한 뒤에 캐릭터의
생김새를 따진다. 그 무기와 가장 잘 어울리고 감정이입이 잘 될 것인지가 최대 고려사항이다.
게임에서 감정이입은 되게 중요하니깐. 내가 이런 걸 전달해보자 라기 보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이 캐릭터를 선택할 때 이래야 더 감정이 이입되지 않을까 싶은
걸 팀원들과 최대한 고민한 뒤에 선택한다고 보면 된다.
-메딕 같은 경우 팀 특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건 초보라 그렇다.
우리 팀 내에서도 더 재미있고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친구들은 메딕으로 개인전을
즐긴다. 그리고 사다리에서 누구 한명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한방에 날려버린다(웃음).
▲ `배틀스타:리로드`에 등장하는 4종의 캐릭터
-우주가 배경인 만큼, 다들 색다른 무기를 기대했을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전통적인 무기로 한다. 우주가 배경이라고 레이저건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 고 있는 무기를 횡스크롤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우선하고, 정말 할 게 없을 때 창작 무기를 등장시킬 생각이다, 횡스크롤이라는 장점을
무기에 잘 녹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8종정도 개발돼 있는데, 다 전통적인 무기다.
-그렇다면 계속 총기류만 등장하는 셈인가?
무기는 현재까지 계속
총으로 갈 생각이다. 나중에 정말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시도해볼 여지는 있지만 유저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아이템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 적을 `샷` 해서 `다운` 시키거나 `다운` 당한 아군을 `회복` 시키는 게임 전개
-부분 유료화 계획은?
상점은 최대한 배제하는 형태로 갈 생각이고,
커스터마이징이 없기 때문에 부분 유료화는 캐릭터 하나를 산다거나 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 사이버머니가 들어가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캐시 아이템을 만들 생각은 없다.
-영웅놀이류의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처럼 느껴진다. 상점에서 캐릭터를 구매하여
게임을 즐기는 부분이 특히 그런 느낌이다. 처음부터 이점을 노리고 만들었나?
맞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른 게임처럼
모든 캐릭터를 선택하게 하지 않을 거다. 체험판에서는 머신건 하나만 공개했는데,
선택권이 많다고 해서 그게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아무리 많아도 처음 시작하는 유저는 선택권은 한 두 개일 테니까.
-넥슨은 업데이트가 상당히 빠르다. 그럴 때마다 게임이 진화해서 나중엔 완전체가
되는 느낌이다. ‘카트라이더’도 솔직히 캐주얼 게임의 대표작이지만, 후에는 너무
많은 아이템, 주로 캐쉬 아이템이 업데이트된 나머지 누군가에게는 이제 범접할 수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카트라이더’ 개발자로써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그 부분은 회사의 입장이 있고, 개인의 입장이 있다. ‘카트라이더’같은
경우 이제 내가 담당하는 게 아니지만 나는 게임을 만들 때 한 게임을 누군가 평생
하기를 바라면서 만들진 않는다. 세 달 정도가 적정기간이라고 본다. 물론 업데이트가
되고 변화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온라인 게임은 돈을 내고 사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라는 형태로 들어가야 한다. 쉽게 말해 서비스가 전체가 되는 게임이다. 유저들이
더 남아있게 하는 면에서는 회의적인데, 그렇기 때문에 난 캐주얼 장르에 특화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콘솔 게임처럼 돈 주고 사서 3개월 정도 플레이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데 굳이 체험판이라는 딱지로 공개하게 된 계기는?
오락실
같은 느낌을 풍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캐주얼 적인 느낌도 최대한 살리고. 이게 체험판이면,
오리지널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고 싶다.
-여전히 ‘카트라이더의 아버지’로 통하는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 않는지.
‘배틀스타’는 7년 만에 만든 게임이다. 지난 7년 동안 논 것도 아니고
‘카트라이더’만 만든 사람도 아닌데 좀 이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을 떠올리면 그들의 영화가 어떤지 감이 잡히는데, 유저들이
게임을 선택하는데 내 이름만 듣고도 떠오르는 느낌이 있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다.
쉽게 말해 하나의 아이콘처럼 정영석하면 어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확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모인 사람이 안 나가고 얼마나 플레이를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이 모일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게임이
재미있으니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
방문을 열었더니 정영석 본부장이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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