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이 개발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게임빌 이대성 기획자에게 놈은 단순히 궁합이 맞는 게임을 떠나서, 운명적인 게임이다.
2003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놈 시리즈’는 게임빌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창작 게임 시리즈다. 감각적인 그래픽, 독특한 캐릭터 컨셉, 획기적인 플레이 방법 등 ‘놈’은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바야흐로 2009년 네 번째 시리즈가 새로운 인물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그 사람이 이대성 대리다. ‘놈’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자타공인 ‘외계남’ 신봉구 실장도 놀란 그의 끼와 독특한 세계관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보았다.
▲ `놈ZERO` 기획자 이대성 대리, 마케팅 담당 김용민 대리. 두 사람은 7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
이대성 대리는 경력이 탄탄한 모바일 게임 전문 기획자다. 그가 일년 전쯤 게임빌로 옮기고 처음으로 개발하게 된 게임이 바로 놈의 네 번째 시리즈다. 그는 ‘놈ZERO’에 대해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옆에서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마케팅 담당 김용민 대리가 ‘호된 신고식’이라며 말을 보탠다.
놈의 재미를 뼛속까지 해부했다
“놈은 게임빌의 얼굴이잖아요. 자부심도 느끼고, 부담감도 컸죠. 개발에 앞서 이전 시리즈를 철저하게 분석했어요. 게임을 단순히 즐긴 게 아니라 뼛속까지 해부한 셈이죠. 특히 놈2는 웬만한 고수 유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실력입니다(웃음).”
이대성 대리는 놈 시리즈의 놓칠 수 없는 핵심적인 재미를 크게 세 가지로 손 꼽았다. 원버튼 조작, (캐릭터가) 달린다, (휴대폰을) 돌린다. 근원적인 재미를 놓쳐서는 아무리 재미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어도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변화와 발전을 주었다.
“이번 놈ZERO에서 특히 발전된 부분은 크게 시작적인 부분, 시스템적인 부분, 스토리적인 부분이에요. 시각적인 부분은 배경을 LED 전광판처럼 보이도록 감각적으로 처리하고, 시스템적으로는 정열, 추억, 보약이라는 세 개의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었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전한 부분을 반영한 거죠. 정열 시스템은 게이지를 모아 게임 중에 더 강력하고 화려한 액션을 발동시키는 거에요. 고수일수록 정열이 더 빨리, 더 오래 발동되는 식으로 고수와 하수 간 차이를 발생시키게 될 거에요. 또 추억 시스템은 일종의 도전 미션으로, 수집요소가 되요. 마지막으로 보약 시스템은 소모성 아이템인데, 플레이가 어려운 하수 유저들이 어려운 미션을 통과하게 도와주죠.”
▲ `놈ZERO` 플레이 스크린샷, 전작까지 돌리지 않고 플레이했던 사람도 이번에는 반드시 돌려야한다(?) |
시리즈의 네 번째 ‘놈ZERO’에 이르러,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은 게임의 제목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재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ZERO’란 숫자 0을 의미하며, 끊이지 않고 연결된 관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네 번째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놈 시리즈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한다. ‘놈ZERO’의 주제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다.
놈이 자기중심적이라고? 본격 드라마가 된 놈ZERO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놈은 매우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였어요. 내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내가 우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생각, 모두 ‘나’의 입장에서만 본 놈의 독백이나 마찬가지였죠. 놈ZERO는 달라요. 놈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캐릭터들을 직접 플레이 할 수도 있어요. 스토리도 1부, 2부, 외전에 해당하는 단막극장으로 나눠져 있죠. 그 동안의 이야기가 모노드라마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드라마가 되는 거죠.”
덕분에, 그 동안 게임의 주변에 머물렀던 ‘그녀’뿐만 아니라 ‘보스’같은 악당 캐릭터까지 나름의 사연과 스토리를 얻었다. ‘놈ZERO’의 부제에 해당하는 ‘가짜인간의 비밀’은 이것을 의미한다. 놈과 그녀와 게임에 등장하는 가짜인간들은 모두 저마다 성격이 있고, 사연이 있고, 비밀이 있다.
그들은 모두 무작정 악당이 된 것이 아니다. 보스미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보스의 독백’이 등장한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그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로 가짜인간의 탈을 벗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실제로 이대성 대리가 생각하는 현실 세계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는 종종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가 게임의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대상은 다름 아닌 진짜 ‘사람’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또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가짜인간과 어울려 살고 있으며, 우리 자신이 가짜인간인지도 모른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다. 너무 철학적이라고? 그건 ‘놈’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 게임은 마냥 심각하기보다 특유의 유머를 첨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
놈ZERO의 개발 조건, 최고로 즐거운 상태가 되어야 한다
“놈은 성인게임이에요. 이게 야하거나 폭력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코드나 이야기가 있다는 거죠. 줄곧 놈은 세상의 때를 탄 사람들이 ‘피식’하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왔어요. 동시에 중, 고등학생들도 좋아하는 게임이 또 놈이에요. 그들은 세계관보다는 솔직한 놈 캐릭터를 좋아해요. 자유롭게 말하고, 아플 땐 아프다고, 짜증날 때는 짜증난다고 이야기하는 놈은 억압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신선한 매력이 되죠.”
개발을 진행하면서 이대성 대리는 누구보다 ‘놈ZERO’에 빠져 살았다. 그것은 그가 ‘놈’ 한 사람이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다중인격자처럼 살았다.”며 웃는다. 옆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듣던 김용민 대리도 얼굴을 찌푸리며 “성격이 들쑥날쑥 해 힘들었다.”며 핀잔을 주었다.
“제 철학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게임을 하는 사람도 즐겁다는 거에요. 만드는 사람이 짜증을 내면서 개발하면, 그건 즐기는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어요. 게다가 놈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게임이에요. 당연히 ‘최고로 즐거운 상태’에서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놈이 되어, 감정을 이입해서 개발하려고 했죠. 게임에 등장하는 대사를 미리 회사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하고, 은근 슬쩍 다가가 장난도 치고요. 내가 놈도 되었다, 그녀도 되었다, 보스도 되었다 하는 거죠. 내 안에 놈 있다! (웃음)”
천상 게임기획자인 그는 자신에 작업에 대해 ‘게임에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물어요. 게임기획자가 무슨 일을 해? 그러면 저는 그래픽, 프로그래밍, 사운드 빼고 나머지 다. 라고 말해요. 그럼 다시 커피 타냐?(웃음)라고 되물어요. 물론 농담이죠. 저는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머가 게임의 보이는 부분에 해당하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기획자는 그릇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게임기획자로서 자부심을 가진 그에게, 기획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어떤 게임보다 강하게 반영되는 ‘놈’은 참으로 적절한 개발이었다. |
“세상에는 분석적인 게임 기획을 하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게임을 만드시는 분도 있을 거에요.”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바로 ‘이코’, ‘놀러 오세요 동물의 숲’, ‘브레스오브파이어5: 드래곤쿼터’다.
“아이가 생기면 꼭 같이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 이코에요.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게임회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놈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새로운 기록 세운다
그가 꼭 일년 간 붙들고 있었던 ‘놈ZERO’는 지난 21일 출시되었다. 밤낮없이 다중인격자 노릇까지 해가며 개발을 했던 이대성 대리는 이제 막 한 숨 돌리는 상황. 여태까지 묵묵히 그를 상대해주었던 동갑내기 마케팅 담당 김용민 대리가 바빠질 즈음이다.
“놈은 매우 유쾌한 게임이고, 또 보기 드물게 독특한 게임이에요. 전해야 할 메시지도 많고요. 캐릭터, 스토리, 게임성 어느 하나 빼놓고 가기 어렵죠. 당연히 이벤트도 뭔가 특별해야 하고 독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저 친구처럼 막 튀는 성격이 아니라 재미있게 전달하는 과정이 어렵긴 하죠(웃음).”
하지만, 김용민 대리 역시 인기스타의 컴백 이상으로 ‘놈ZERO’의 출시 이벤트에 신경을 썼다. 모바일 게임계의 인기스타의 컴백이나 마찬가지므로, 캐릭터 컴백 기자회견, 컴백 스페셜 같은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출시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시리즈 전체 누적 다운로드가 300만 정도 되는데, 이번 시리즈로 전작 보다 더 나은 성적들이 기대돼요.”
동갑내기 친구 둘이 마주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돌아온 ‘놈’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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