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괴혼, 10분 만에 그만둔 게임이에요.”
강정인 ‘괴혼’개발팀장은 ‘괴혼’에 대해 이렇게 말을 땠다. 콘솔로 발매된 ‘괴혼’은 강 팀장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괴혼’의 온라인 화를 책임지게 되면서 다시 잡은 ‘괴혼’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있었다.
‘괴혼 온라인’은 겉으로만 보면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야말로 ‘캐주얼 게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이니 ‘잘 엮어서 내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뻔 했다는 것이 강팀장의 말이다. 이후 ‘가볍다’, ‘유명하다’라는 선입견은 ‘괴혼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몇 차례 깨지게 된다.
첫 번째 깨짐. ‘괴혼 온라인’의 맵 디자인은 굴려서 붙이는 ‘괴혼’의 컨셉을 잘 살리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제작하고 있다. 테스트도 수십 차례 반복하며 가능한 상황이나 동선에 대해 끊임없이 체크한다.
“다른 게임에 비해 맵이나 레벨 잡는 것이 상당히 난해하고 특이한 게임이에요. 굴려보면서 계속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횟수 자체도 많고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숫자도 다른 캐주얼 게임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해요. 겉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안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장치들이 돌아가는 게임이죠.”
“의외의 상황에 따른 확장성이 대단한 게임이더라고요. 굴려서 오브젝트를 붙여나간다는 컨셉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재미를 몰랐거든요. 사실 이런 점 때문에 개발하는데 더 애를 먹고 있지만요.”
가벼워 보이지만 상당히 정교한 매커니즘 가진 게임. ‘괴혼 온라인’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것이 강팀장의 설명이다.
두 번째 깨짐. ‘괴혼 온라인’은 최근 숙명여대 앞에서 게릴라 테스트를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포커스 그룹테스트를 실시했다. 또 이에 앞서 사내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도 실시했다. 여대 앞의 게릴라 테스트는 ‘괴혼 온라인’의 주 타겟층으로 설정된 20대 여성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총 200명이 참가한 이 게릴라 테스트 그리고 사내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개발진들은 많은 피드백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이라 방 만드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개발진으로서는 충격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게임 인터페이스를 이해하지 못해 게임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게임 자체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지만 진입을 좀 더 도울 필요가 있었다. |
여성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두 번의 테스트에서 강 팀장은 ‘괴혼’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절함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번째 깨짐. 사실 세 번째 ‘깨짐’은 개발진이 아닌 기자의 ‘깨짐’이다. ‘괴혼’은 일본의 반다이 남코가 IP를 가진 게임이다. 한국의 윈디 소프트로서는 반다이 남코와 조율을 해가며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유명 게임개발사와 공동개발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그동안 많은 선례들이 ‘일본 게임사와 공동개발은 힘들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터였다. 그리고 손발이 맞지 않는 팀웍 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때문에 강 팀장에게도 ‘일본 게임 개발사와의 공동 작업’ 힘들지 않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IP에 대한 충돌은 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대전 모드 같은 경우에 오리지날 ‘괴혼’의 느낌을 살리면 크래쉬 배틀(부딪히기)이 성립이 안되거든요. 그런데 크래쉬 배틀 모드를 제작해 보여줬더니 ‘이런느낌의 굴림은 괴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매뉴얼을 다 지키다 보면 배틀 모드는 포기해야 하죠. 결국 조율해서 우리 쪽 의견을 관철시켰습니다.”
강 팀장의 설명에 의하면 ‘괴혼 온라인’에서 반다이 남코의 역할은 ‘감수’ 정도 이다. 받아들이는 입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따라 건섭과 태클이 될 수도 있지만 일단 공통의 목표가 있는 만큼 큰 문제없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 강팀장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괴혼’에서 시작했지만 ‘괴혼 온라인’은 엄연히 온라인 게임이다. ‘크래쉬 배틀 모드’처럼 온라인에 특화된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해 추가될 예정이다. 게임의 로비도 하나의 월드로 꾸며 그 안에 다양한 즐길거리를 넣을 계획이다.
‘괴혼 온라인’은 두 번의 소규모 테스트를 마치고 올 여름 정식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강 팀장에게 ‘10분만에 게임을 던져버린 게이머’의 전철을 밟은 선배로서, ‘괴혼 온라인’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저는 좀 성격이 급한 편인가 봐요.(웃음) 포커스 그룹 테스트에 응했던 분들을 보면 7~80%의 유저들이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플레이 하시더라고요. 처음 5분 그리고 30분 그리고 한 시간. 딱 이 스텝을 밟으면 괴혼 온라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봐요. 학습까지는 아니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이런 재미가 있구나라고 충분히 느낄만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콘솔 버전으로 괴혼을 즐겨보신 분들은 처음부터 즐기셔도 무리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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