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학생 시절 게임을 만들다 선배의 손에 이끌려 엔씨소프트에 합류했다. 자신을 이끈 선배는 떠났지만 ‘리니지’ 등을 거치며 엔씨소프트의 산증인이 되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몇 가지 게임을 개발하는 실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현재 언어치료사인 아내와 사이에 10개월 된 아기를 두었다. 그리고 그가 책임지고 있는 실에서는 기능성게임을 두 종 만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공전의 히트를 친 ‘마법천자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개발7실 김형진 실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다. 엔씨소프트가 ‘마법천자문’을 이용한 교육용 온라인 게임을 발표했을 때 업계는 술렁였다. 엔씨소프트와 ‘마법천자문’의 결합. 분명 각각 메가톤급의 파워를 지녔지만 쉽게 상상하기 힘든 조합인 것도 분명했다. ‘마법천자문 온라인’에 대한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게임메카는 `마법천자문의 온라인`의 개발을 총괄하는 김형진 실장을 만나 그 모습을 가늠해 보았다.
엔씨소프트 안에 기능성 게임 하나 더 있다
KGC에서 시리어스 게임 시리어스하게 개발하기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형진 실장: 현재 7실에서는 엔씨소프트의 기능성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 KGC에서는 ‘마법천자문 온라인’과 그 이외의 개발중인 기능성 게임에 대해 묶어 발표하려 했으니 공개허가가 안 나서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족도 팔고 그렇게 강연을 진행했다.(웃음)
수많은 교육용 IP중에 ‘마법천자문’을 골랐다. ‘마법천자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형진 실장: 사실 ‘마법천자문’이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된 데에는 사업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큰 역할을 했다.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기로 하고 IP로 쓸만한 물건들을 보았는데 ‘마법천자문’은 그런 아이피 중에 독보적으로 재미있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교육용 게임이 아니라 장르만화로서의 재미가 아주 뛰어났다. ‘마법천자문’은 소년만화로서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손오공이 의도치 않게 대마왕의 부활을 막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의지를 다지는 과정을 수준 높게 묘사하고 있다. 왜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지 깨치는 과정. 일종의 성장담이다.
한자는 뜻글자이다.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 ‘마법천자문’에는 손오공이 강해지고 싶다라는 의지를 가지는 과정이 한자를 습득하게 하는 학습의지와 아주 잘 연결되어 담겨져 있다. 성장담인데도 불구하고 승부나 경쟁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감동을 준다. 그런 내용은 게임 특히 RPG라는 장르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함정도 많다.
함정?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김형진 실장: ‘마법천자문’ 만화 자체는 게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어쨌든 마법이란 것을 쓰니까. 하지만 만화적으로 내러티브를 푸는 것과 게임으로 내러티브를 푸는 것은 다르다. 일대일로 매칭 안 된다. 만화에서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게임에서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마법 천자문’을 ‘마법천자문 온라인’으로 그대로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한고 있다. ‘게임으로 만들어졌을 때 어떨까’ 이런 상상을 다 충족 시킬 수도 없다, 기술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텔링으로 한자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함정을 피하면서 어떤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김형진 실장: 개발이 많이 진행된 상태는 아님을 알아 달라. 프로토 타입도 완전히 만들어진 상태는 아니다. 일단 몇 가지 명제를 공개하자면, ‘반복플레이 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고 있다’, ‘MMORPG가 아니라 MORPG 형태이다’, ‘플레이 타임에 제한을 두자’ 정도이다.
일반적인 MORPG 처럼 반복 플레이의 비중이 높지 않을 것이다.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학습의 기능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타임에 제약을 두려 한다. 제약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만화의 에피소드를 체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자 체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말이다. ‘마법천자문 온라인’은 아주 헤비하게 ‘이 게임은 한자를 교육시키는 게임이다’ 라고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한자를 교육하기보다는 한자 자체를 재미있게 느끼게 흥미유발을 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실제 ‘마법천자문’ 만화책도 한 권에 20자 정도 습득하는 것이 전부다 다음 책에서는 전에 책의 한자 10개 복습하고 새로 20개를 습득한다. 몇 개를 배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자에 흥미를 느끼고 한자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마법천자문`의 목표다. 기본적으로 게임도 이 방향을 따를 것이고 거기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중시된다 해도 결국은 온라인 게임이다. 어떤 반복적인 플레이 없이 무한정 콘텐츠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김형진 실장: ‘마법천자문 온라인’이 10년을 담보하는 게임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으로서는 ‘2~3년만 잘돼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웃음) IP프로젝트는 IP의 생명력과 관계가 있다. 아마 이 게임의 경우에도 ‘마법천자문’의 생명력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마법천자문`이 지금 완간을 앞두고 있는데 일단은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충실히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마법천자문2’가 나온다면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브랜딩을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플 스토리’의 ‘시그너스 기사단’처럼 말이다.
비주얼은 어떻게 설정되고 있나
김형진 실장: 일단은 3D가 될 가능성이 높다. 8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져 프리 카메라에 적응을 못한다. 쿼터뷰가 되던 횡스크롤 방식이 되던 고정된 시야를 제공할 생각이다.
캐릭터는 그대로 가져 오는가?
김형진 실장: 그렇다. 손오공 비슷한 걸로 플레이하기보다는 손오공을 직접 플레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 최대한 원작이 줬던 즐거움을 살릴 생각이다.
게임, 보다 어른스러운 미디어로 자리잡을 수 있다.
아무래도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부모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을 것 같다.
김형진 실장: 나는 아직 애가 많이 어려서 모르겠는데, ‘마법천자문 온라인’을 전담하는 우리실의 팀장님은 아이가 여섯 살이다, 우리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게임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데 딱 ‘마법천자문 온라인’을 플레이해야 하는 나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또래 애들에게 게임을 안 시킬 수는 없다. 게임에 대한 욕구가 높고 또래 층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은 교육의 기능이 있는 게임이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 부모층에서는 환영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유저의 경우 시간 조절권은 부모에게 줄 생각이다. 또 그 안의 게임행위나 이런 것 대한 리포트를 부모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외의 것들은 사업적인 부분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학습지 업체들이랑 연계해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의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게임개발을 상당히 오랜 기간 해 왔다. 기능성 게임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형진 실장: 여러 생각을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게임쟁이다. 일차적인 관심 대상은 게임이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재미의 가능성, 배움의 과정이 즐겁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게임을 가지고 어떻게 교육을 할까.라는 고민보다는 세상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어떻게 게임의 영역으로 가져올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차적으로는 우리가진 기술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면서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온다. 병원이나 교육기관 같은 곳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내가 언어치료사인데, 보면 쓸만한 교육자료가 없다. ‘교육에 쓸만한 게임을 만들어라.’라는 잔소리를 매일 듣는다.
영화는 사실의 기록에서부터 시작해 기법이 개발되면서 사람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도구로 자라났지 않나. 게임이 조금 다르게 하지만 비슷한 비중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면 쓸모 있는 기능성게임을 개발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시리어스 게임이 가진 정치적인 함의가 아닐까. 교육, 치료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어른스러운 미디어로 자리 잡는 것이 기능성 게임이 가진 비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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