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MMORPG의 명가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엔씨소프트가 ‘팡야’, ‘프로야구 매니저’,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등 캐주얼 게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엔트리브소프트(이하 엔트리브)를 인수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러브비트’를 제외하고는 캐주얼 게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엔씨소프트이기에 엔트리브 인수는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초석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와 함께 이전에 이루어진 대부분의 기업 인수와 마찬가지로 엔트리브의 주요 임원진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인수한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임원진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회사 장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트리브 인수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엔트리브의 임원진은 그대로 남아있고, 엔트리브 사외 이사 자리에 이전 최대 주주였던 SK텔레콤 대신 엔씨소프트 사람들이 들어갔을 뿐이었다.
과연 이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게임메카는 현재 엔씨소프트와 엔트리브의 관계를 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엔트리브 김준영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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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브 김준영 대표
엔씨소프트 피인수로 시작된 ‘제 2의 창업’
엔씨소프트에 피인수된 이후 엔트리브는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인수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엔트리브는 한 쪽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닌, 각각 잘 하는 장르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MMORPG에서, 엔트리브는 캐주얼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각 회사가 잘 하는 게임 장르도 확실히 구분이 가고 운영 방법이나 유저 성향 등이 너무나도 달라요. 단순히 물리적으로 합친다고 해서 시너지가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전체로 보면 결국 하나잖아요? 처음부터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 보다는 각자 잘 하는 곳에서 열심히 하자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플레이엔씨’와 엔트리브의 ‘게임트리’는 각각 따로 운영 중이다. 각각의 게임 포털에 찾는 유저의 성향이 다를 뿐더러 포털 통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업체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게임 개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이죠.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MMORPG, 엔트리브는 캐주얼 게임에 강세를 보이는 만큼 서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배우려는 자세로 대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리 없죠.”
엔씨와의 관계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게 된 엔트리브. 김 대표는 지금의 엔트리브에 대해 ‘제 2의 창업’을 했다고 표현했다.
“당장 내년부터 ‘엔씨 다이노스’가 프로야구 1군에서 뛰기 시작하면 엔트리브가 운영하는 ‘프로야구 매니저’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이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개발, 마케팅, 서비스 노하우 등에 대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문에 저는 지금 엔트리브를 다시 창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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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체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상)와 팡야(하).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성공한다
2003년 엔트리브를 설립한 김 대표는 ‘팡야’, ‘트릭스터’를 성공시키면서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2006년부터 엔트리브는 게임 개발이 아닌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다. ‘블랙샷’을 시작으로 ‘공박’, ‘신 마법의 대륙’, ‘디노마키아’, ‘삼국지 온라인’, 여기에 계약만 맺은 채 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한 게임까지… 엔트리브는 2010년 ‘프로야구 매니저’ 전까지 7가지 게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절실함’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반성했다.
“당시에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2007년 당시에는 1년 동안 직원을 100명 이상 늘리기도 했지요. 그러나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까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더라고요. 라인업이 많다 보니 ‘하나 실패해도 다른 거 성공하면 된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성적이 안나오니까 ‘프로야구 매니저’를 런칭할 때에는 ‘이거 안되면 회사 망한다’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프로야구 매니저’가 잘 되는 것 같아요.”
‘프로야구 매니저’의 대 성공으로 엔트리브의 매출은 2010년 349억 원에서 2011년 547억 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김 대표는 안일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올해 준비 중인 세 가지 게임에 절실한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갑자기 회사가 성장했을 때 그게 바로 위기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당시에 왜 이 말을 못봤는지 많이 후회됩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능력과 역량에 맞춰서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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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8기만에 좋은 성적을 거둔 `프로야구 매니저`
‘HON’은 ‘LOL’의 경쟁자가 아닌 다른 유형의 AOS
현재 엔트리브는 AOS ‘히어로즈 오브 뉴 어스(이하 HON)’와 액션 RPG ‘파워레인저 온라인’, 그리고 MMORPG ‘구음진경’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역시 ‘HON’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과 같은 장르라는 점에서 ‘HON’의 성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초만 하더라도 FPS는 매니악한 장르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넷마블에서 FPS를 유저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카르마’를 서비스했을 때 10만 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AOS도 비슷합니다. 지금 ‘LOL’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AOS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LOL’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AOS란 장르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덕분에 ‘HON’이란 게임에 대해 알리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HON’으로 ‘LOL’을 이긴다기 보다는 ‘LOL’과 맛이 다른, 새로운 유형의 AOS가 나왔다는 것을 유저들에게 인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AOS는 FPS와 유사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AOS가 뭐지?’라는 반응이 많겠지만 이후에는 ‘AOS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고 다양한 게임을 즐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FPS처럼 앞으로 국내 AOS 장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파워레인저 온라인’과 ‘구음진경’ 역시 올해 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파워레인저 온라인’의 경우 게임의 개발사인 아이언노스의 개발력이 향상되어 좋은 게임으로 나올 것이며, ‘구음진경’ 역시 대작 타이틀인 만큼 국내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두 차례에 걸친 비공개 테스트(CBT)에서 ‘파워레인저 온라인’의 문제점을 확인했고 보완 중입니다. 지금까지 IP를 이용한 게임 중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파워레인저 온라인’이 새로운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 쪽에서도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음진경’의 국내 서비스 계획은 아직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통 무협 게임이고 화려한 그래픽을 갖춘 대작 게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구음진경’도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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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LOL`(상)과 엔트리브가 서비스할 예정인 `HON`(하)
예나 지금이나 엔트리브 2대 주주는 바로 나
최근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주식을 처분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황스럽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엔씨소프트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제가 갖고 있는 엔트리브 지분 7%를 넘기는 대신 해당하는 금액의 90%를 엔씨소프트의 주식, 나머지 10%는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엔씨소프트와의 피인수 계약은 전략적으로 서로 주식을 교환하여 경영권을 지키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엔씨소프트에서 주식 매도 제한을 걸었겠죠.”
“여전히 저는 약 10%의 엔트리브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엔트리브의 2대 주주였어요. 지분율 변동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경영권과는 전혀 무관한데… 직원들의 믿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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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여전히 약 10%의 엔트리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부정적인 소재를 새로운 가치로 만들고 싶다
엔트리브의 ‘게임트리’는 다른 게임 포털과 달리 고스톱, 포커 등 일명 ‘고포류 게임’을 서비스 하지 않는다.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포류 게임’을 왜 엔트리브는 하지 않을까? 김 대표는 ‘팡야’와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의 사례를 들면서 새로운 가치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골프’는 아저씨나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스포츠였지만 ‘팡야’ 덕분에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경마’ 역시 사회적으로는 인식이 좋지 않은데 이를 바꾼 것이 바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입니다. 이처럼 ‘고포류 게임’을 서비스 하더라도 사행적이거나 부정적으로 가기 보다는 색다른 방식으로 개발해서 서비스 하고 싶습니다.”
올해에는 ‘팡야’와 ‘프로야구 매니저’, ‘트릭스터’ 등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과 ‘HON’, ‘파워레인저 온라인’, ‘구음진경’ 서비스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김 대표. 현재 엔트리브에서 개발 중인 신작은 없으며 여러 가지 소재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팡야 2’를 꼭 서비스하고 싶어요. 2006년에 실제 ‘팡야 2’ 개발팀도 만들어서 진행했던 적도 있고요. 그러나 우선 하고 있는 것, 준비하고 있는 것부터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리뉴얼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하나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엔트리브가 직접 개발하는 신작은 내년 상반기 정도에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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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뉴얼 중인 `앨리샤`, 엔트리브의 신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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