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기다린 게임’이란 슬로건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게임이 있을까. 과거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한번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소원은 05년, 그러니까
‘대항해시대 온라인’ 한국 서비스 소식이 발표되면서 이루어졌다. 출시되자마자
리스본 앞바다는 패키지의 추억과 향수에 얽혀 있는 게이머들로 가득 찼고,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항해시대’ 출시 이후 근 10년 만에 ‘리스본 앞바다의
감동’을 만끽한 순간이었다.
이렇듯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기존 패키지 유저들의 호응에 힘입어 거침없는 항해를 시작했다. 콘텐츠 분량도 넉넉해 온라인 게임으로써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항해 시뮬레이션’이란 독보적인 장르로 시장 한 곳을 차지했다. 아, 그런데 과도한 욕심이었을까? CJ는 당시 유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싼 월정액제 요금제를 책정했고, 그 결과 믿지 못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갔다.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는데, 지난 09년 1월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다. 떠난 유저들이 되돌아오고, 신규 유저들도 조금씩이나마 늘었다. 그렇게 잔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오는 21일, 네 번째 확장팩인 ‘El Oriente’를 업데이트한다. 동남아시아 해역이 열리면서 세계 최초로 조선이 공개되고, 이순신 장군이나 거북선 등 한국적인 요소가 대거 추가된다. 게임메카는 오늘(15일), 확장팩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어 ‘대항해시대 온라인’ 한국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CJ 인터넷 김하영 PM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 CJ인터넷 퍼블리싱 사업 1팀 김하영 PM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출시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서비스를 하며 얻은 성과나 느낀 점을 말한다면?
OBT 당시 게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았으나 비싼 요금제 때문에 주춤했던 적이 있다. 다행이 전면 무효화 정책이 적용된 후로 동접수가 OBT 때보다 더 높아졌다. 이 때가 전성기였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인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참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이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콘텐츠가 풍부하고 즐길 거리가 많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저 분들이 워낙 게임을 사랑해 주셨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확장팩에 조선이 먼저 업데이트된다. 그럼 나머지 중국, 대만, 일본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재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4개국(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확장팩의 첫 챕터를 모두 자국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3개월 정도 업데이트가 빠르기 때문에 지난해 12월에 일본 챕터가 오픈됐고, 다음으로 한국이 4월 21일에 조선을 업데이트한다. 일본에서도 조선 챕터는 아직 공개된 것이 아니기에 한국에서 최초 공개가 되는 셈이다.
확장팩의 볼륨은 얼마나 되나?
일단 준비한 콘텐츠가 많아 기존 확장팩 규모보다 약 2~3배 정도 크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금까지 콘텐츠는 일본에 먼저 적용돼 검증된 것만 가져오는 형태였는데, 이번 조선은 일본에서조차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한국형 콘텐츠가 많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업데이트될 조선의 `한양`의 모습
확장팩 세부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좀 해달라.
우선 유저 분들이 가장 기다리던 동남아시아가 출현하고, 조선이 등장한다. 한국형 콘텐츠로는 이순신 장군이 NPC로 등장하며, 거북선이나 보신각, 광화문, 남대문 등이 구현된다. 일본에서 만든 것인데도 역사 고증을 해서 잘 만들어줬다. 이 밖에 콘텐츠 측면에서 부관 등장, 최고 레벨 상승, 남만 무역, 육상전 강화, 지하유적미궁 추가 등이 있다.
부관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기존 패키지에 적용된 부관 시스템과 같은 개념인가?
맞다. 말 그대로 부관 한 명을 둘 수 있는 거다. 부관은 함선 하나를 끌 수 있으며, AI가 있어 각종 전투에도 함께 참여해 싸운다. 부관을 통해 이제부터 두 대의 함선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항해 중에도 서로 함선을 바꿔 탈 수 있다. 이로 인해 바람과 해류를 고려해 함선을 교환하며 빠르게 항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적재량도 늘어날 것이니 기존 유저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은 어떤 인물로 등장하나?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NPC로 등장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각 국가마다 주요 NPC가 존재하는데, 한국은 이순신 장군이 그 주인공이다. 그 분(?)과 직접 대화도 나눌 수 있고, 퀘스트를 받고 후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거북선은 어떤 선박인가? 전투함으로 등장하나?
맞다. 전투형 선박이다. 기존 선박과 차별화된 사항이 있다면 철갑전선이라 백병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거북선에 승선한 유저 분들도 백병전을 걸지 못하고, 오로지 포격전만 할 수 있다. 유저들이 원했던 불 뿜는 기능은 구현되지 않았다(웃음). 거북선은 전투 레벨이 만렙 가까이 되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등 전열함이나 티클리퍼 등 신규 선박도 추가된다. 티클리퍼는 폭풍 속에서도 빠르게 항해할 수 있는 특수한 선박이며, 역시 레벨이 높아야 탈 수 있다.
▲ 스토리에 핵심 인물이 될 이순신 장군
▲ 부관 시스템을 통해 배 한 척을 더 끌고 다닐 수 있다
육상전을 강화하고 백병전을 추가한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인가?
육상전이 전면적으로 리뉴얼이 됐다. 기존에는 단순한 턴제 방식이었는데, 이를 벗어나 특정 존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싸우는 RPG 형태로 변경됐다. 해상에서의 갑판전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선박이 백병전에 돌입하면 일정 확률로 갑판전 상태가 되는데, 함장들이 나와 서로 싸우는 형태다. NPC가 아닌 플레이어와 전투할 때만 적용되며 파티를 맺었을 경우 다 함께 나와 싸운다. 이 때문에 장비 류 같은 육상전 관련 아이템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최근 코에이의 게임의 그래픽이 퀄리티가 높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출시된 지 꽤 지났는데 대대적인 그래픽 업그레이드 작업을 시행할 생각은 없나?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코에이가 본인들이 만든 작품에 자부심이 있고, 콘텐츠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어 추후에도 힘들 것 같다.
지하유적미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던전 형태로 보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 던전이라고 보면 된다. 패키지에도 없던 최초의 콘텐츠이며, 이집트 피라미드 같은 유명한 유적지가 그 장소가 된다. 조선은 무령왕릉이 될 것 같다. 지하유적미궁은 하나당 3계층으로 분류돼 있으며 상/중/하 난이도로 나뉜다.
언뜻 들으면 어떤 재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가장 큰 재미요소는 아이템 획득에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은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다. 전체적인 진행은 퀘스트 방식이 되며 던전 끝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내부에는 도굴범 같은 육상 NPC가 있는데 이 녀석들을 모두 무찔러야만 끝가지 갈 수 있다. 존이 넓지 않아 혼자 들어가면 7:1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파티로 구성해 들어가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보상도 나눠 받기 때문에 훨씬 이익이다.
전투의 경우 일반 RPG처럼 대단하진 않더라도 전략적인 부분을 강화해 최대한 재미를 주고자 했다. 이른바 ‘기 게이지’라는 것이 있어 공격을 하다 보면 서서히 차오르는데, 어느 정도 차면 육상전 전용 스킬에 불이 들어와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필살기 같은 것도 존재하기 때문에 꽤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착용한 무기마다 사용하는 스킬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무기 선택에 대해서도 다각화시켰다.
▲ 한층 강화된 육상전 시스템
▲ 지하유적미궁의 가장 큰 재미는 보물 획득!
동남아시아가 마지막 해역인데, 그럼 향후 업데이트는 어떤 형태가 되나?
일단 앞서 언급한 4개국이 1년 반 정도에 걸쳐 전부 업데이트 된다. 2번째 챕터가 6~7월에, 3번째 챕터가 10~11월에, 4번째 챕터는 내년에 나올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소규모 콘텐츠는 계속 추가된다. 이번 확장팩이 지리적 측면에서는 완성된 것이지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디언 추가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변화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3~5년 동안 업데이트 될 내용은 충분하다.
무분별한 PK로 인해 힘들다고 호소하는 유저들이 많다. PK에 대해 규제를 하거나 다른 서버로 이전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
사실 해적 유저 분들에게는 지금까지 쭉 적당한 패널티를 부여해왔다. 우리는 해적 유저 분들도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즐기는 분들로 생각하기에 패널티를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초보 유저들에 대한 배려로 공격받을 수 있는 최소 레벨 제한을 20에서 30으로 늘렸고, 전투를 당하지 않게 해주는 아이템도 제공하고 있다. 유저 해적도 분명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고유한 자산이라고 본다. None-PK 서버도 따로 제공하고 있으니 만약 해적이 싫으면 여기서 플레이하면 된다.
코에이 쪽에서 협조는 잘 해주는 편인가?
물론이다. 특히 작년에 시행한 전면 무료화에 동의해준 부분은 정말 크다고 본다. 이를 진행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분들의 수가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아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번 조선 업데이트의 분량이 많은 것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유저 분들의 힘 때문에 일본 개발사가 일부로 우리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개발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된 지 오래되긴 했지만, 지금 초보 유저들이 들어와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해 시간이 긴 부분은 여전히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생각하나?
항해시간이 길긴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보면 약 2배 이상 빨라진 거다. 게다가 선박 속도를 올려주는 아이템도 제공하고 있고, 한 명만 사면 파티원 전원이 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는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걸 즐기는 것 자체가 ‘대항해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더 걸림으로써, 더 어렵게 감으로써 특유의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부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 항해 속도는 OBT 당시와 비교해 봤을 때 2배 이상 빨라졌다
이번 확장팩에서 초보 유저들을 배려한 시스템이 추가되나?
멘토 시스템이 추가된다. 이는 사제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인데, 고레벨 유저와 파티를 하고 그 옆에 있으면 경험치와 명성치를 더 많이 획득하는 방식이다. 스승과 제자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는데, 이는 파티만 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파티를 촉진하는 시스템으로 생각해도 된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유저들은 워낙 매너가 좋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항해 네비게이션과 같은 외부 애드온을 사용한다. 이를 게임 내에 직접적으로 구현할 계획은 없나?
코에이 측에서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들은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생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혹은 공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대항해시대’는 지금도 인터넷을 보고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도를 켜 놓고 계산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저 편의성에 너무 강조하면 금방 지루해지기도 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캐시 아이템 가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확장팩에서 새로운 캐시 아이템이 나오나?
다른 게임에 비하면 고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장팩에 추가되는 캐시 아이템다 비싼 건 없다. PM 입장으로써 매출도 중요하지만 유저들에게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업데이트와 동시에 진행되는 이벤트가 있나?
룰렛을 돌려 경품이 당첨되는 이벤트가 기획돼 있다. 아이패드같은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경품도 있지만, 사또복장이나 치마저고리 등 게임 내 의상을 받을 수도 있다. 사또복 입고 거북선에 승선해 지중해를 항해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또한, 초보 분들을 위해 저레벨 어느 구간까지 추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대항해시대 온라인` 확장팩을 기대하는 유저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개발사와 함께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콘텐츠를 검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벤트도 많이 준비 했으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린다. 그리고 유저 분들이 가장 많이 기다렸던 콘텐츠가 동아시아라고 생각하는데, 그 적용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고생해 준비한 만큼 그에 맞는 응답을 해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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