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거 메탈슬러그 같은 건가? 재밌겠네.”
일반 게이머들의 경우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으레 ‘메탈슬러그’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숙련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솔댓’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그 이름을 알린 것이 ‘메탈슬러그’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만하다. 이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메탈슬러그’ 외에 지금까지 국내에서 성공한, 혹은 눈길을 끈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몇 년 새 몇몇 업체에서 시도는 했지만 시장을 흔들진 못했다. 결국 횡스크롤 슈팅은 비인기 장르로 전락했고, 관심을 두는 업체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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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2D 횡스크롤 게임 `Soldat`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횡스크롤 슈팅 장르에 도전하는 작은 회사가 있다. 바로 지앤아이소프트다. ‘카르페디엠’으로 이름을 알린 이 회사는 지난 07년 ‘아트오브워’를 개발해 내놓음으로써 횡스크롤 슈팅 장르에 최초로 발을 담갔다. ‘메탈슬러그’를 표절해 한 몫 건져보겠다는 게 아니라 횡스크롤 슈팅 장르의 장점과 특징을 부각시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거다. ‘메탈슬러그’나 ‘솔댓’는 일종의 오마쥬인 셈이다.
▲ 지앤아이소프트 박원범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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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아이소프트의 박원범 대표는 “현재 시장에서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 대중적인 장르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지만, 장르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르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횡스크롤 슈팅이 하나 나와 주기만 하면 그 매력에 푹 빠지는 유저들이 늘어날 것이고, 해외에서도 ‘솔댓’ 스타일의 게임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 충분히 그 비전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박대표는 이미 한차례 쓰디쓴 실패를 맛 본 적이 있다. 기대를 걸고 내놓은 ‘아트오브워’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유저풀 형성에 실패하자 결국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슈팅의 특성상 유저들의 실력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해줄 시스템이 없었고, 온라인 설계 과정에서도 여러 착오가 있었기에 나타난 결과였다. 최초 시도였던 만큼 박대표의 아쉬움은 컸다. |
그러나 박대표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아트오브워’의 실패를 발판삼아 또 다른 횡스크롤 슈팅을 바로 머릿속에 기획하며 개발 계획을 세웠다. 작은 회사인 만큼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실제 결과물로 완성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박대표와 지앤아이소프트는 또 하나의 횡스크롤 슈팅 게임을 완성해냈다. 바로 ‘기가슬레이브’다.
▲ `아트오브워`의 후속작인 2D 횡스크롤 슈팅 `기가슬레이브`
‘메탈슬러그’ 모조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기가슬레이브’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그 반응은 아직까지 미적지근한 편이다. 사이즈가 큰 MMORPG도 아니고, 최근 인기 장르인 캐주얼 액션RPG도 아니니 그럴 만 하다. 박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해 나가는 부분이 몇 년 사이 더 어려워졌다며, 장르 정착까지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접적으로 암시했다.
하지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한 번의 경험이 있는 만큼 전작에서 불필요했던 부분을 걸러내고,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더 강화해 게임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 지앤아이소프트의 첫 번째 횡스크롤 슈팅 `아트오브워`
우선 ‘아트오브워’에서 문제가 되던 전투 중 난입이나 유저간 실력차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전면 개선했고, 횡스크롤 슈팅 장르에서 재미요소가 되는 협동전이나
PvP 대전모드를 강화해 롱런 콘텐츠로써 자리매김 시켰다. 신규 유저나 초보 유저가
스스로 재미요소를 발견해낸다는 관점에서 ‘메탈슬러그’와 흡사해 보이는 미션모드도
준비됐다.
“솔뎃 스타일의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저 간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게끔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슈팅계 게임이니까요. 그렇다고 경쟁 요소를 죽이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저 간 실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시스템으로 유도해야 하죠.”
박대표는 시스템과 콘텐츠 개선 외에 개발 방향을 온라인 게임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잡았다. 기본적인 커뮤니티 형성은 물론 유저간 경쟁이나 협동, 유저들의 플레이 타임을 고려한 콘텐츠 생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자신의 캐릭터나 무기를 연구하고 아이템을 조합해 사용하는 RPG적인 요소들도 꾸며 넣었다.
▲ 이제 게임 진행 중에도 난입이 가능해 손가락 빨고 있을 필요가 없다
▲ 대전모드는 `아트오브워`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충분한 콘텐츠
이런 의미에서 ‘기가슬레이브’는 ‘메탈슬러그’와 전혀 다른 방식의 게임이다.
공개된 스크린샷이나 분위기가 ‘메탈슬러그’와 흡사해 보여 속는(?) 유저들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게임 내 들어가 보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유저들과 ‘무엇인가’를 함께
즐기는 게임인 거다.
“기가슬레이브는 메탈슬러그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물론 진행방식을 미션 위주로 설계하면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니 이에 맞춰 게임을 설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유저들의 플레이 타임도 신경 써야 했구요. 결국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위험한 도전을 하자, 바로 이거였죠.”
박대표는 ‘메탈슬러그’를 떠올리며 접속하는 유저들이 실망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맞습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바로 접더라고요.”라며 호탕하게 웃음지었다.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이미 예상했고 있었다는 눈치였다. 결국 그는 ‘메탈슬러그’의 모조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솔댓’ 스타일의 독립적인 게임을 하나 만들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키고 싶은 거다. 고인 물이 아닌 맑은 물을 찾아 땅을 파는 중인 거다. 회사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몇 년을 함께 동락해온 직원들이 있으니 그는 외롭지 않다.
▲ `기가슬레이브`는 횡스크롤 슈팅이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아이템 조합 같은 RPG적 요소가 가미됐다
“장르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산업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란
목표를 두고 앞으로도 게임 개발에 전념할 것입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 못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계속 도전하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박대표는 만약에 ‘기가슬레이브’가 성공적인 정착을 하지 못한다면 또 한번 같은 장르에 게임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는 거다. 무모해 보일법 하지만, 박대표는 지극히 낙관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결과가 좋은 나쁘든 박대표와 지앤아이소프트의 행보는 눈여겨 볼만 하다.
“기가슬레이브, 메탈슬러그보다 못 만든 거 인정합니다(웃음). 하지만 작은 회사가 도전하고 있는 것이니 질책도 좋지만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기가슬레이브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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