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횡스크롤 RPG 전성시대다. 동시접속자 41만을 찍으며 국내 게임계의 역사를 다시 쓴 ‘메이플스토리’가 먹이사슬 최정상에 군림하고 있고 그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한 ‘던전앤파이터’가 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 없는 장르가 어디 있겠냐만은 횡스크롤 RPG 쪽은 특히 더 그렇다. 판을 한번 깨야 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지만 지키는 쪽의 철옹성은 언제나 굳건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기회를 엿 볼만 하다. 작년에 업체마다 시장 상황을 엿보며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횡스크롤 게임들이 올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드래고니카, 펀치몬스터, 엠게임의 ‘애니멀워리즈’, CJ인터넷의 ‘서유기전’, 구름인터렉티브의 ‘케로로RPG’, ‘After 537:오즈’ 그리고 NHN의 ‘그랑에이지’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볼만한 게임이 없다. 모두 메이플과 던파 뒤를 잇는 3인자가 아니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자리 꿰차고 싶은 야욕을 숨기고 있는 까닭에 더 그렇다. 게임메카는 이런 힘찬 야망을 품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인 ‘그랑에이지’ 개발사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NHN 신지수 마케터, 로지웨어 우상균 이사, NHN 윤성국 PM, 로지웨어 정민영 이사
같은 횡스크롤 RPG 장르인 ‘메이플스토리’가 여름방학 동안 동시접속자 41만을 찍었다. 그랑에이지가 넘어서야 할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윤성국 PM :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 이후부터 7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 여름 가장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만큼 신규유저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사실 게임판도 요 근래 몇 년간 1~10위까지 절대로 불변이었다. 굉장히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인 것 맞는데 그래서 더욱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인 것 같다.
‘그랑에이지’는 얼마 전 2차 CBT를 끝냈다. 유저들에게 어떻게 평가 받았는지 궁금하다.
우상균 이사 : 2차 CBT부터는 콘텐츠가 많이 추가되면서 1차 CBT를 경험한 유저들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스러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콤보나 체인아츠 등 액션적인 부분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UI는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내부에서도 콘텐츠에 대한 교통정리가 제대로 안됐다고 생각하는데 관련 피드백은 꾸준히 쌓고 있으니 다음 테스트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보여줄게
많다보니 다소 산만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획 당시 타겟팅한 연령층과 테스트 당시 참여한 연령대와 일치하는가?
우상균 이사 :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이상으로 타겟층을 잡았는데 테스트 때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 고르게 분포해 조금 놀랐다. 테스트를 할 때마다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2차 테스트에서는 2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아무래도 횡스크롤 RPG장르가 유행하던 시기가 2003년부터인데 당시 중고등학생 분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면서 횡스크롤 RPG가 저연령층대 게임이라는 인식이 많이 깨진 것 같다.
그랑에이지의 방향성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메이플스토리’처럼 전형적인 횡스크롤 RPG느낌인데 액션은 ‘던전앤파이터’ 만큼이나 화려하다.
우상균 이사 : 개발하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뭘까’하고 스스로 그런 질문을 많이 던졌다. 질문 그대로 ‘그랑에이지’는 익숙한 횡스크롤 RPG의 모습 속에 액션을 강화해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이 두 개의 장점을 잘 살려 게임에 안에 녹여내는 게 그랑에이지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액션감 하나는 명품
횡스크롤 RPG 장르는 시장에 꾸준히 출시 되었지만 크게 성공한 게임이 드물다. 이런 요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우상균 이사 : 아마도 어느 한 게임을 답습한 상태에서 편의기능에 좀더 집중하고 양을 늘리는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 ‘그랑에이지’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요인이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트랩, 퍼즐이나 보스전, 체인아츠 등 특징있는 색깔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윤성국 PM : 우리도 작년부터 2D 횡스크롤 RPG 게임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 자신이 만드는 게임이 어떤 유저를 타겟팅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게임 역시 노동집약 산업이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콘텐츠라서 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랑에이지’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촘촘하게 설계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면 선점 게임과 경쟁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3차 테스트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나
윤성국 PM : 가장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유저가 게임에 접해서 ‘그랑에이지’에 대해 어떤 것을 원했는지 그리고 원하는 기대치와 맞아 떨어졌는지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 분석이다. 클로즈베타때는 짧은 시간 동안 데이터가 많이 쌓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강점은 계속 이어 나가고 이탈요소는 빠르게 체크해 보완하는 형태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3차 CBT는 아마도 양적인 추가 보다는 기존 요소를 개선하는 형태로 나가는 게 될 것이다.
액션이나 콤보위주의 게임들이 대체로 장시간 플레이 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랑에이지’ 역시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을 것 같은데
우상균 이사 : 피로감을 느꼈다는 의견은 1차 CBT 부터 많이 받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배경 등 색감이 원색위주로 많이 쓰여 시각적인 피로도가 먼저 왔다고 본다. 그래서 2차 때는 전체적인 색감을 한 단계 다운시켜 눈의 피로를 최소화 시켰고 조작으로 인한 피로감 역시 계속 의견을 받아서 개선할 예정이다.
신지수 마케터: 이어서 설명하자면 아무래도 1차땐 레벨업을 위해 던전이나 퀘스트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반복 플레이로 인한 피로감을 쉽게 느꼈던 것 같다. 2차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게 ‘그랑운동회’라는 콘텐츠인데 미니게임을 통해 참여하는 방식이라 유저반응도 좋고 내부적인 평가도 만족스러워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해 반복적인 플레이로 오는 피로도를 최소화할 생각이다.
▲2차
CBT에서는 색감으로 인한 피로도는 많이 사라졌다
이번 테스트 반응에 만족하는가?
정민영 이사: 좋은 평가는 얻고 있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 같다(웃음). 아직은 절반 정도 만족하고 있다.
평가가 박하다. 인터뷰 전에 공식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 유저들의 평가를 확인해 봤는데 아직 CBT임에도 불구하고 ‘그랑에이지’에 대한 호평 글을 많이 보이더라
정민영 이사: 좋은 의견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의견만 있는 건 아니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좋은 의견보다 안 좋은 의견에 눈이 가는 게 사실이다. 계속 개발을 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은 살리고 부정적인 것은 하나씩 줄여 나가면서 개발하고 있다.
윤성국 PM : 사실 인터뷰하기 전에 3명이 모여서 보고 있던 게 빽빽하게 적힌 개선리스트였는데 보면서도 아 이걸 언제 정리하나 그 고민을 하고 있었다(웃음).
개선 리스트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뭔지 궁금하다.
윤성국 PM : 일단은 UI 개선이 가장 먼저다. 하지만 이런 개선 사항은 사실 당연히 고쳐야 할 정상적인 피드백이고 ‘그랑에이지가’가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가령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게시판에 강한 논조로 불만을 표출하는 유저가 아니라 말 없이 그냥 게임을 포기하고 나가는 유저다. 그렇게 되면 게임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개발팀에서 전혀 알 수 없으니 진짜 문제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현재 개발팀에서는 CBT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고 나간 유저들의 로그를 면밀히 분석해서 마지막에 즐긴 콘텐츠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
개발팀에서 생각하는 게임의 방향이 있을텐데 유저들이 이와 다른 피드백을 보내온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
정민영 이사: 유저 의견을 많이 수용하는 편이다. 100% 수용하는 경우도 있고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법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이 안 좋다면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1차 때 모았던 피드백을 2차 때 많이 반영시켰는데 전체적인 유저반응이 매우 좋았다.
자꾸 유저 의견만 수용하게 되면 게임의 색깔이 흐려지는 게 아닌가?
정민영 이사: 물론 그런 부분은 충분히 경계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핵심 방향과 유저들의 피드백이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인터페이스 등과 같은 편의적인 부분에 문제점을 많이 제기했고 이는 개발자의 의도보다 당장 유저들이 즐기기 편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오픈베타를 기다리는 유저가 상당히 많을 텐데 앞으로 몇 번의 테스트를 더 거칠 예정인가
윤성국 PM : 그 부분은 개선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로지웨어도 계속 테스트하고 있지만 NHN에서도 내부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벽을 모두 넘은 다음에야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이밍은 별로 좋지 않다. 시장에 횡스크롤 게임이 너무 많이 나와 경쟁이 심할 것 같다.
윤성국 PM : 현재 게임 시장을 잡고 있는 1~ 10위까지 업체들의 거의 한번은 횡스크롤 RPG를 만든 것 같다.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들어 경쟁이 더 치열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더 냉정한 평가도 받을 수 있는 것 같고 타 경쟁작들과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웃음).
마지막으로 3차 CBT를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상균 이사 : 항상 고민을 많이 한다. 들인 노력과 별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방향과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이 다를 수도 있는 법이고 또 그렇다고 기존의 게임을 답습하거나 이미 검증 받은 게임성만 따라가는 건 말이 안되고 유저들도 어쨌든 새로운 게임을 원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열심히 개발한다고 해서 그게 실제 유저들이 느끼는 재미와 꼭 비례하진 않겠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값을 얻기 위해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3차 CBT에서 더욱 발전된 ‘그랑에이지’의 모습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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