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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개발사 살린다` 한콘진 DSP 본격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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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때 망하더라도 꼭 한번 우리 게임을 유저들에게 서비스하고 싶다.”

한 중소개발사 사장의 말이다. 흔히 있는 일이다. 기업 인수합병 바람과 대형 퍼블리셔의 공룡화 현상으로 시장에서 중소개발사의 입지가 점차 줄고 있다. 다수의 중소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일부는 개발비 충당이 어려워 중도 포기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벤처열풍은 끝났다. 바야흐로 공룡의 시대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 최근 정부가 중소개발사를 위한 맞춤형 사업 하나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콘진에서 지난 18일 시작한 DSP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DSP는 일종의 게임포털 사업으로 중소개발사들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마케팅과 홍보를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물론 모두가 무상이다.

한콘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김일곤 차장은 “시장이 중소개발사가 게임을 서비스하기 너무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면서 “DSP는 일반 유저들이 중소개발사의 게임을 접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기회의 장’인 셈이다.

◀ 한콘진 글로벌허브센터 김일곤 차장

DSP는 글로벌허브센터에서 파생된 사업이다. 차세대 게임 산업을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 하에 만들어진 글로벌허브센터는 개발 인재 육성, 기업 인큐베이션(입주), 개발 제작 지원, 게임 품질 테스트, GSP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 차장은 “최근 중소개발사들이 게임을 제작하고 서비스하기 너무 힘들다. 퍼블리셔가 있긴 하나 대부분 내부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 먼저 챙기기 바쁘고, 외부적으로는 대작 게임 위주로만 보거나 아예 가격이 싼 중국산 게임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세상에 뿌려지지도 못한 채 사장되는 게임이 많다.”며 시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성공실패를 떠나 중소개발사에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지난 18일 론칭된 DPS 게임포털 `게임앤게임`


현재 DSP에는 1차적으로 12개의 중소개발사가 입주업체로 선정돼 있다. 동시 서비스는 최대 10개까지 가능한데 클로즈베타 기간과 오픈베타 기간이 서로 겹치지 않는 게임이 있어 일단은 12개까지 선정해둔 상황이다. 김 차장은 사업 준비 단계에서 입주를 원하는 중소개발사가 많아 선정하는 데 꽤 애를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입주업체는 게임 전문가(업계 관계자, 교수, 기자, 게임투자자 등)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아 선정된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게임성과 그로 인한 재미요소다. 해당 개발사가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입주를 원하는 중소개발사가 많기 때문에 실수가 없도록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김 차장의 설명이다.

이 과정을 거쳐 입주한 중소개발사는 6개월 동안 서버 등의 인프라와 마케팅을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이 기간 내에 공개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준비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최대 1년까지 입주해 있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무상 지원에는 제약이 있다. 서비스를 하다 상용화로 전환하거나 6개월 추가 연장 시에는 유료로 전환돼 월 5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 대신 모든 서비스는 그대로 지원된다.

김 차장은 “6개월 정도 테스트하면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한 검증이나 가능성을 볼 수 있는데, 마냥 무상으로 길게 끌었을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은 게임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중소개발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일종의 자체정화인 셈”이라며 유료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 게임의 세부적인 정보까지 포털에서 제공된다


DSP의 예산은 올해 약 15억 정도의 규모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난 3월 KT가 게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서버 인프라를 1년 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해 훨씬 수월해졌다. 김 차장은 이미 내년 예산까지 모두 확보해놓은 상황이며 규모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예산은 DSP 내 게임들의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 사용된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단연 포털 광고다. 10개의 게임이 각각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DPS의 포털 ‘게임앤게임’을 링크해 노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앤게임’은 사인온 솔루션으로 연결해 유저는 한번만 회원가입을 하면 10개의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노출하는 PR과 흥행열쇠인 PC방,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활발한 모습은 아니다. 김 차장은 “아직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임이 많아 돈을 쓰는 마케팅은 최대한 참고 있다. 11월~12월 사이에 공개 서비스를 들어가는 게임이 많은데, 이 시기를 노려 강하게 터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는 DSP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규모의 게임포털이 많다. 그들과의 경쟁은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최소한 ‘보여주기’는 가능하다. DSP를 통해 게임이 서비스돼 유저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는지, 그리고 가능성은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 애초에 DSP는 이윤이 목적이 아니라 ‘졸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입주한 게임이 더 좋은 조건으로 퍼블리셔를 만나 하루빨리 넘어가는 것, 이게 바로 ‘졸업’의 의미다.

마지막으로 김 차장은 “일단 DSP 내에서 성공사례를 창출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성공작이 꾸준히 나와 주면 예산 등의 부분에서 더 지원이 많아질 것이고 협력 업체도 늘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DSP가 더 확장되고 중소개발사가 원하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며 DSP의 푸른 빛깔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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