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저는 각각 자신만의 삼국지를 품어야 한다.”
역사 게임의 장인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가 신작 ‘삼국지를품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게임메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른 말보다 ‘정통 삼국지’를 특히 강조했다. 게임을 통해 삼국지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물론 그 안에 내재된 감동까지 통째로 얹어준다는 의미다. 온라인 게임에서, 그것도 MMORPG 장르에서 그것이 가능한 지 의아했던 기자는 그의 차분한 설명을 들으며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가능해 보였다.
지금까지 공개된 ‘삼국지를품다’의 정보는 웹에서 바로 구동되는 3D MMORPG라는 점과 아이패드 플랫폼과의 연동이 전부다. 이 정보 자체도 놀라운데 ‘정통 삼국지’의 감동이라니. 확실히 지금까지 공개된 삼국지 소재의 게임들과 다르긴 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바로 김태곤 상무가 말하는 ‘삼국지를품다’에 대해 들어보자.
▲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이번 지스타에서 처음으로 ‘삼국지를품다’를 공개했다. 반응은 괜찮았나?
대작이라 불려지는 프로젝트가 꽤 있어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설계한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매체 평가도 긍정적이었고, 유저들도 동감해주는 거 같아 내심 기뻤다.
최초 공개했을 때 웹게임이라고 하니까 대체로 놀라는 분위기였다.
웹게임은 선입견이 있다. 규모가 작은 게임, 혹은 이상한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인식은 조만간 바뀔 거다. 3D 기능을 충분히 지원해주는데다가 접근성도 높다. 아이패드 등의 멀티 플랫폼에서도 쉽게 돌아가니 경쟁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도기는 있겠지만 웹게임이 시장의 주류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
삼국지를품다, 게임명이 참 멋지다. 어떤 의미가 있나?
시장에 나와 있는 삼국지 소재의 게임은 작명의 규칙이 있다. ‘삼국’이란 단어를 활용함으로써 최대한 그 느낌을 살려내는 것이다. 마치 삼국지 게임임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 이 작명의 규칙을 깨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관과 인물 등 정통 삼국지를 충분히 다루고 싶었고, 웹과 3D 기술의 만남이라는 혁신적인 요소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정통 삼국지를 품어본다’는 의미에서 ‘삼국지를품다’로 결정했다.
▲ `삼국지를품다`의 최초 포스터, 관우의 포스가 느껴진다
지스타서 직접 해보니 도저히 웹게임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그 기술이 궁금하다.
웹3D에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유니티 엔진을 쓰고 있다.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용 빈도가 낮은 편이긴 하나, 미래 게임의 모습에 기반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이 엔진의 가능성을 초기에 확인하고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현재 많은 엔진 업체들이 유니티 엔진처럼 3D 기술을 지원하면서 멀티 플랫폼으로 구동되는 엔진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엔진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이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안고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 게임이 첫 레퍼런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개발인원과 개발기간은 얼마나 되나?
2년 정도 걸렸다. 내년 상반기에 비공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니 정확히 2년 반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개발인원은 원래 60명이었다가 이번에 30명이 추가돼 약 100명 정도 된다.
가장 궁금한 것이 있다. 게임 내 플레이어의 역할이다. 나는 누구인가?
삼국지에서 나는 누구인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애초 정통 삼국지를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느끼게 해주는 게 개발목표였다. 문제는 나의 존재였다. 드라마에서 ‘나’는 없지만 게임에는 있기 때문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분명 이야기가 흐트러질 게 뻔하다.
그래서 우리는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나’를 없앴다. ‘나’는 군주다. 조조를 비롯해 각 국가의 모든 장수를 다룰 수 있는 상위 군주다. 하지만 시나리오에는 빠져 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할 때도 ‘나’는 빠져 있다. 휘하 장수들의 인터랙션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나’는 방관자의 입장으로 한발자국 떨어져 있다. 그 세계에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보여 지는 거다. 즉, MMORPG의 관점에서 ‘나’는 존재하지만, 이야기의 관점에서 ‘나’는 없다고 이해하면 된다. 대신 ‘나’는 아바타로 등장해 내정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전투에서도 장수들의 대장으로 등장한다. 바로 이렇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리스크가 좀 있을 거 같다. 이야기에 내가 등장하지 않는데 몰입이 될까?
MMORPG에서 ‘나’는 당연히 커스터마이징된다. 남성이 될 수도 있지만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작은 꼬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캐릭터가 유비나 조조 등의 인물과 대화를 나눈다? 이건 분위기를 깨는 행위다. 다른 예로 유비와 조조가 영웅을 논한 이야기는 유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과연 여기에 캐릭터가 낀다면? 잘 될까? 아니다. 흥미는 오히려 죽을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가장 큰 고민도 해결됐다. 바로 한 서버에 유비가 몇 명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유저는 공통적으로 장수를 부리고 싶을 거다. 그런데 내 휘하에 유비가 없다면 말이 되나? 때문에 유비는 유저수에 따라 몇 백 명, 혹은 몇 천 명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유저는 각자의 삼국지를 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대적은 흐름은 어떻게 설정되는 건가?
각자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이제 막 촉나라를 선택했다면 도원결의부터 시작하는 구조다. 서버에 하나의 이야기가 있어 그것에 따르는 게 아니라 유저가 플레이하는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돼 나간다는 이야기다.
▲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군주`로 플레이하게 된다
유저들 간 인터랙션 요소는 어떤 게 있나?
물물교환이나 길드 결성, PVP, 경제 시스템 등의 기본적인 기능은 다 갖추고 있다. 이 부분은 기존 MMO 요소라고 생각하면 되고 여기에 삼국지적인 요소를 더 넣었다. 예를 들어 적벽 던전 공략이 있다고 치면 촉나라와 오나라 유저는 서로 파티를 해 NPC 조조를 상대할 수 있다. 반대로 위나라 유저도 서로 파티를 해 조조를 도와 전투를 할 수 있다. 이런 역사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가 수도 없이 마련돼 있다. 인물의 주인으로써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니 다른 온라인 게임이 줄 수 없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건가?
정통 삼국지를 느끼게 하고 싶다. 소설을 끝까지 다 읽어보는, 그 시대를 살아보는, 현장에 있어보는 그런 느낌말이다. 역사에서 누가 누굴 무찔렀다고 단순하게 듣는 것과 이야기의 주체가 돼 내가 직접 참여했을 때의 느낌은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식으로 체험을 해 삼국지를 정독해서 읽은 느낌이 들게끔 하고 싶다. 입체적인 학습을 통해 전달이 되니 훨씬 재밌을 것이다. 촉나라 이야기를 끝내면 다른 나라도 해보면서 각 나라의 입장을 개인의 시각으로 다시 체험하는 것도 큰 목표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삼국지니까 천하통일, 이른바 땅따먹기 시스템도 당연히 존재할 거 같다.
그 부분 역시 개별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삼국지 소재의 웹게임을 보면 하나 예외 없이 2~3달마다 한번씩 초기화 한다. 그대로 두면 서버가 초토화돼 나머지 유저가 발을 붙이지 못하니까. 때문에 ‘삼국지를품다’는 자기만의 통일 시스템을 게임 내에 탑재할 예정이다. 하나의 월드에서 하나의 통일만을 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각으로 보는 거다.
PvP 방식이 궁금하다.
서버 대 서버의 개념이 될 거 같다. 만약 1번과 2번 서버가 붙는다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같은 서버 내 유저들 간 갈등보다는 서버 간 갈등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훨씬 불붙기도 쉽고,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우니 제대로 된 PvP가 형성될 거 같다.
삼국지는 대부분 대규모 전투로 싸운다. 하지만 ‘삼국지를품다’의 전투는 턴 제 방식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 같다.
맞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이즈를 좀 줄였다. 일반적으로 한 유저가 온라인 게임을 하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100명을 넘지 않는다. 바로 이 인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구현할 계획이다. 대규모 전투가 아닌 진짜 전우라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다. 최근 온라인 게임은 레이드 등 혼자 할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없고, 웹게임은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중간에 있으려고 한다.
▲ 전략적인 턴 방식 전투
장수들의 성장 개념은 존재하는가?
물론이다. 레벨 업도 한다. 하지만 방식이 좀 다르다. ‘삼국지를품다’는 정통 시나리오를 따라가기 때문에 해당 장수가 자신에게 얽힌 이야기를 경험하면 승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관우의 경우 화웅의 목을 베면 성장한다. 다른 장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드러난 장수는 그대로 가고, 없는 장수는 원전을 최대한 참고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계획이다.
노화가 아닌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장수도 있다.
관우를 잘 키워놨는데 갑자기 죽어버리면 참 상실감이 클 거다. 그래서 사고로 사망한 장수는 스토리에만 등장하지 않을 뿐이지, 계속 보유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극중 인물로 등장하지 않을 뿐, 부하로써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들만을 위한 가상의 시나리오도 준비돼 있다.
장수들 중에는 지략적인 인물도 많은데,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온라인 게임 전투에도 삼분지계가 있다(웃음). 바로 근거리, 원거리, 마법이다. 힘이 센 관우는 당연히 근거리 캐릭터가 된다. 활 잘 쏘는 황충은 원거리, 머리 좋은 제갈공명은 마법형 캐릭터가 된다. 시대적인 배경을 막론하고 이 3가지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관우와 장비는 기병, 장량은 준보스(?)급으로 등장한다
일반 웹게임처럼 영지를 발전시키는 내정 기능도 포함돼 있나?
물론이다. 기존 웹게임을 하던 유저들이 충격을 덜 받게 하고 싶었고, 영지 소유는 삼국지의 특징이기 때문에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원을 획득하고 병사를 만들고 무기를 제조하는 삼국지 특유의 내정 기능은 다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장수들을 얻게 될 터인데, 내정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와 비슷하다.
어릴 적 참 즐겁게 한 게임이다. 잠재의식 속에 그 방식이 뿌리박힌 거 같다. 이성적이라 생각하고 좋은 부분은 벤치마킹해서 가져가려고 한다.
보통 웹게임은 평균 수명이 3~4개월이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삼국지를품다’는 플랫폼은 웹이지만 게임 속성은 MMORPG다. 웹에서 다루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수명이 3개월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MMORPG의 라이프사이클을 가져갈 거 같다.
아이패드 개발 진척 상황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동시 론칭은 힘들 거 같고 PC 기반 서비스가 먼저 시작된 후에 아이패드 버전이 나올 거 같다. 아이패드 외에 갤럭시탭도 요청을 해둔 상황이기 때문에 확보가 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갈 거다. 생각보다 멀티 플랫폼에 반응이 높아 지스타 이후 달리 대응하고 있는 면이다.
스마트폰에서 연동하기는 좀 무리가 있을 거 같다.
사실 기술의 어려움이라기 보다 인터페이스의 어려움이 더 크다. 작은 화면에서 이런 저런 키를 누르기 참 힘들 거다. 그래서 꾸준히 확인하거나 반복 이용해야 하는 콘텐츠를 즉각 지시할 수 있는 매니징형 어플을 추가할 계획이다.
설명을 모두 듣고 보니 속이 꽉 찬 게임인 거 같다.
그렇게 만들어 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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