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왔다. 이제 지겨울 정도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돈 들여, 힘 들여 고생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잘 먹어주는 흥미진진한 세계관이 있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도 고유의 특성을 지닌 채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갖다 쓰기만 하면 ‘관심’은 기본 옵션으로 붙게 되니 참 고마운 소스임이 분명하다. 바로 중국의 역사 소설 ‘삼국지’다.
지금까지 시장에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이 얼마나 많았나. 중단된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온갖 좋은 말 다 갖다 붙여도 관심받기 어려운 시장에서 ‘삼국지’는 그 이름만으로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래서 수많은 업체가 이를 집중 활용했다. 그런데 결과는? 맞다. 좋지 못했다. 대부분이 실패한 것. 감성적으로 접근한 유저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결국 언젠가부터 ‘삼국지’ 소재의 온라인 게임, 그 중에서도 MMORPG는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 받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배짱두둑하게 출사표를 낸 또 하나의 게임이 있다. 바로 ‘삼국지천’이다. 이젠 유저들도 관심보다 ‘또’라는 부사를 거리낌 없이 뱉어낸다. 지겹다는 거다. 시장경쟁도 더 가열된 터라, 아무리 봐도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삼국지천’은 이 모든 상황을 타파할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할 텐데, 과연 준비가 돼 있을까?
▲ 한빛소프트가 2월 중 론칭하는 MMORPG `삼국지천`
삼국지를 만들려했지, MMORPG는 만들지
않았다
“기존 삼국지 게임들이 성과가 좋지 못한 이유요? 답은 이미 나와 있죠. 그들은 삼국지를 만들려고 했지, MMORPG를 만든 게 아니었으니까요.”
‘삼국지천’ 개발 총괄자인 T3 엔터테인먼트 나성연 PD의 말이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 그 중에서도 MMORPG가 시장에서 성과가 좋지 못한 이유를 위와 같이 꼽았다. 보통 유저들은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떠올리며 라이트하게 접근하는데 게임 자체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 쉽게 말해 ‘삼국지’도 아니고, MMORPG도 아닌 어설픈 게임이 돼 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나성연 PD는 감성이 중요시되는 ‘삼국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MMORPG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성연 PD는 과거 ‘로한’과 ‘씰온라인’ 등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실력을 쌓아온 개발자다. 그는 MMORPG란 장르에 대해 특별한 애착이 있는 듯해 보였다. MMORPG는 하나의 가상 사회고 이 땅에 어린 생명이 꾸준히 태어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그런 장르라고. 덕분에 시장에서 입지가 줄고 있다는 평가에도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MMORPG는 하나의 사회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직장 다니는 건 솔직히 재미가 없죠. 그런데 스키장가서 노는 건 재밌다 이 말입니다. 이게 바로 MMORPG의 재미입니다. 직장에서 일하고 월급 받아 그걸로 신나게 노는 거죠. 게임에서도 이런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활 자체에서 게임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게요. 물론 열심히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도 두어야겠죠.” ◀ T3엔터테인먼트 나성연 PD |
그는 게임 내 ‘경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돈을 벌게 해주고, 이를 알맞게 쓰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무의미한 사냥, 이른바 ‘노가다’라 불리는 행위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콘텐츠나 시스템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때문에 적재적소에 콘텐츠와 시스템을 배치해주는 것이 ‘진짜 MMORPG’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게임이 망했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하죠. 그래서 배치가 중요합니다. 단계 별로 적절한 콘텐츠가 적재적소에 잘 깔려 있어야 하는 거죠. 누군가 사냥 행위 등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번만큼 쓸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재미니까요.”
그렇다면 위의 조건만 만족시키면 게임이 정말로 잘 될까? 아니다. 독특한 콘텐츠나 장점 등을 내세우며 유저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일단 유저가 있어야 가상사회고 뭐고 돌아갈 것 아닌가. 그래서 ‘삼국지천’은 ‘삼국지’의 세계관을 썼다. 리스크가 크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 대신 이미 시장에 뿌려진 몇몇 게임처럼 ‘실수’는 하지 않을 거라고. 나성연 PD의 말만 따라 ‘삼국지’가 아닌 알짜배기 MMORPG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다.
▲ `삼국지`가 아니라 MMORPG를 만들겠다고
경쟁을 좋아한다고? 그럼 ‘삼국지천’이
답이다
‘삼국지천’에서 가장 궁금한 건 ‘나’의 존재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세계관이 ‘삼국지’ 시대인 만큼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나성연 PD는 “세계관에 관계없이 독립된 하나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즉, 내가 조조나 유비가 되는 게 아니라 ‘선택’에 따라 그들의 동료가 될 수도 혹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독립된 하나의 존재입니다. 실제 영웅(인물)들은 동반자 역할만 하게 되죠. 만약 촉나라를 선택했다면 유비, 관우, 장비 같은 인물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셈입니다. 그리고 타 국가로 침범해 공성전을 벌일 수 있는데, 이때 상대방 영웅은 적이 되는 거죠.”
꽤 흥미롭다. 만약 내가 촉나라 플레이어라고 가정했을 때, 타 국가에서 영토를 침범했다면 동반자인 관우 등의 영웅과 함께 그들을 막아내는 것이 목적이고, 타 국가로 침범했을 때는 반대로 상대방 플레이어와 영웅을 사살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셈. 영웅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모든 노력을 쏟아 부울 것이 분명하다. 바로 경쟁의 초석이다.
특히 공성전은 ‘삼국지천’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한 지역에서 최대 250명까지 전투가 가능한 공성전은 플레이어가 쌓아 올린 모든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최종 목표가 되기도 한다. 성은 길드 단위로 점령할 수 있고, 성주가 되면 해당 지역의 세금 등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의식과 함께 경쟁도 부추긴다.
▲ `삼국지천`의 PvP! 죽으면 아이템도 떨어뜨린다
이런 경쟁요소는 유물 시스템과 만나면서 더 단단해진다. 게임 내에는 유명한 영웅들이 사용했던 혹은 가치가 있는 희귀한 아이템이 존재하는데 이게 바로 유물이다. 만약 플레이어가 이를 습득하면 그에 맞는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이 유물을 지닌 플레이어는 그 위치가 맵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유물은 총 113개가 존재합니다. 청룡언월도 같은 무기도 있고, 적토마 같은 탈것도 있죠. 이를 습득한 플레이어는 맵에 위치가 정확히 노출됩니다. 은행에 맡기지도 못하죠.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는 이를 항시 주시하며 뺏기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쉴 새 없이 벌어지죠.”
‘삼국지천’에는 각 국가별로 고유의 영토가 있지만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립지역’을 거쳐야 한다. 이 지역에서는 자유로운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물을 빼앗고 뺏는 전투에 엮일 수밖에 없다. 길드 단위로 협력해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막 싸움뿐 아니라 전략 싸움도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는 설명이다.
▲ 너무 많이 죽었더니 아이템 내구도가 떨어졌다
하나 더, 영웅 변신은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부가 콘텐츠다. 몬스터를 몇 마리 이상 사냥하면 ‘킬 카운트’라 하여 영웅 게이지가 조금씩 채워지는데, 위급한 상황에 이를 사용하면 영웅으로 변신한다. 물론 게이지의 양만큼 지속시간도 길어진다. 변신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잘 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의외의 재미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물론 조운, 감녕, 여포와 같은 슈퍼스타급 영웅은 서버 내 몇 명만 변신 가능한 특권을 부여해 경쟁 요소로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삼국지천’은 철저히 경쟁을 테마로 설계된 게임이다. 언뜻 보면 전투(전쟁)뿐이라고 오해할지 모르겠으나 아이템의 가치, 경험치 이전이 가능한 성장 방식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경쟁과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나성연 PD는 경쟁을 좋아한다면, 특히 전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삼국지천’을 꼭 한번 해보라고 엄지를 치켜들며 추천했다.
▲ 말을 타면 공격력↓방어력↑,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돈 잘 버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 맞긴
한데
‘삼국지천’은 오는 29일 공성전 위주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차례 진행한 뒤, 2월 중 정식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29일 테스트는 VIP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형태로 진행해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나성연 PD는 제작사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바와 잘 맞는 유저들을 발굴하는 것이 1차 목표고,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1위를 하는 것보다 이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거다.
“사실 돈을 잘 버는 게임이 좋은 게임 맞습니다(웃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유저들이 와야 하죠. 그게 재미가 있다는 증거니까요. 지금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MMORPG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와우와 아이온이 섞인다 해도 모든 유저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각 유저마다 취향이 있고 성향이 다르니까요. 삼국지천으로 1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다만 우리 게임을 알아봐주시는 분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죠.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게임에 잘 녹여냈으니 일단 해보시고, 괜찮다 판단되면 믿고 함께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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