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자연인으로 갈 것인가! e스포츠인으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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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꾼 아프리카TV, 승부조작 관련자 방송 제한한다
e스포츠 승부조작 관련자 개인방송 차단, 쉽지 않네
KeSPA, 승부조작 관련자 개인방송 송출 중단 시키겠다

참 요란하고도 개운치 않은 한 주였습니다. 주초부터 감독을 비롯해 현직 선수들까지 총 12명이 e스포츠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으로 한국 e스포츠 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도, 5년 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다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와는 달리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의 대처가 신속했다는 겁니다. 검찰에서 발표가 나자마자 사건과 관련된 감독과 선수들을 영구제명하기로 결정했지요. 후속대처로 아프리카TV와 다음TV팟 등 인터넷 개인방송사에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방송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업체들도 빠른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트위치와 아주부, 다음TV팟은 KeSPA의 취지에 동조한다며 이번 사건은 물론, 과거 승부조작에 관련됐던 사람들의 방송 송출을 제재하겠다고 밝혔죠. 그런데, 아프리카TV만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승부조작 관련자들은 이미 죄값을 치르고 ‘자연인’이 되었으므로, 개인방송 플랫폼이 이를 막을 권리나 명분은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TV 역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하루만에 방송 금지 방침에 동참하겠다고 입장을 바꾸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합니다. ID 익명님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여론 안좋아지니까 태세변환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아프리카TV의 급한 입장 변경이 되려 개운치 않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방송 자체를 막지는 않겠지만, KeSPA와 협의한 게임 종목의 방송은 금지하겠다는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ID 갓트위치님은 “그래도 (방송)하라는 거잖아. 별풍선 수수료가 그렇게 좋냐. 마주작 먹방으로 돈버는 거냐”라고 말했죠. 일정 종목의 방송만 제재하는 것으로는 충분한 후속대처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프리카TV의 대처가 옳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ID 음냐님은 “아프리카TV 입장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 같네요. 승부조작 관련자들이 사실 가장 주력으로 삼았던 게 게임방송인데 그걸 못하게하겠다고 하는 거는 사실상 밥줄을 끊겠다는 거니까”라고 말했습니다. ID 에바님의 “이미 죄값 치렀고 지금 선수 활동하지도 않는데 개인방송까지 막는건 심함. 뭘 가지고 방송하든 자기 자윤데 벌받고 나서도 평생 그건 하지도 말아야 하나”라는 말처럼 방송 제재 방침이 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죠.

하지만 아프리카TV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분명히 할 필요는 있습니다. 내년부터 ‘스타크래프트 2’ 정규 개인리그 ‘GSL’을 주최할 텐데, 승부조작 관련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승부조작의 유무를 떠나 계속해서 논란이 불거질 테고, 이를 갈무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겁니다.

어쨌건 관련자들의 특정 게임 종목 방송’만’ 막겠다고 약속했으니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 실질적인 제재가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먹는 방송’이나 ‘음악 방송’을 하던 그들이 갑자기 금지된 게임 종목을 방송해버릴지 모르잖아요? 자연인이 아닌 e스포츠 관계자의 길을 선택했다면, 모두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