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커뮤니케이션
김병민 대표
민커뮤니케이션(이하 민컴) 김병민 대표에게 지난 2010년은 가슴 아픈 해였다. 민컴은 ‘란 온라인’을 통해 이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내수시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강한 꿈이 있었다. 단지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아니다. 한국 개발사로서 국내 게이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2009년 5월 오픈한 ‘메르메르 온라인’은 그런 꿈을 실현시켜줄 민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무기임은 분명했다. 반응도 썩 괜찮았다. 오픈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성답게 여성 유저들이 대거 몰리며 바라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학원물이라는 신선한 컨셉 덕분에 10대 유저들에게는 어필했지만 반대로 그 이상의 연령층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 메르메르 온라인은 재정비라는 명목으로 휴교(서비스 중지)를 실시했다. 김 대표는 가슴 아픈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메르메르가 아직 국내에서는 개척되지 않은 학원물 장르로 시장에 나왔지만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요. 좀더 MMORPG 적인 요소를 갖추고 다양화된 연령층이 만족할 수 있도록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오픈 할지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없는 게 아쉬운데 결국 저희가 만족하는 게임이 아니라 시장이 만족하는 게임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꼭 만족할만한 완성도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대구시
DIP에 입주하고 있는 민커뮤니케이션
김병민 대표의 이런 의지 때문일까? 민커뮤니케이션은 ‘메르메르 온라인’의 휴교 결정 이후에도 홈페이지를 닫지 않고 유저와의 소통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유저들이 찾아와 개학을 바라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어 ‘메르메르 온라인’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국내 재도약의 꿈을 ‘란 온라인’을 통해 이루겠다고 밝혔다. “민커뮤니케이션 하면 해외에서만 통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언제나 한국 유저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민커뮤니케이션의 목표를 ‘한국 유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로 잡았고요. 란 온라인을 통해 올 여름쯤 선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김 대표가 한국 유저들에게 보답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란온라인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는 2004년. 아직도 적지 않은 유저들이 란온라인을 즐기고 있지만 성공을 거뒀다고 평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덕분에 란 온라인이라는 게임은 물론 민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유저들이 많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2005년 란 온라인을 해외에 수출하며 철저한 현지화 작업과 국가별 유저 성향에 맞는 업데이트를 시행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는 ‘란 온라인’이 스테디셀러로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넥슨이나 엔씨소프트가 업계에서 인정받는 리딩컴퍼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민커뮤니케이션이 한류 게임의 주역인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국내에서 인정 받지 못한 한류는 의미없다는 생각이다. 해외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자국 게이머들에게 인정 받는 게임이 되는 것이 바로 국내 개발사의 도리이자 향후 회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란 온라인`을 통해 한국 유저들에게 보답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향후 ‘란 온라인’의 국내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김 대표는 ‘란 온라인’의 국내 재기 목표를 해외에서 성공했던 공식을 적용해 보자는 생각이다. ‘란 온라인’의 인기는 해당 서비스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서비스 정책에서 비롯됐다. 나라마다 다른 명절이나 행사를 놓치지 않고 콘텐츠로 연결시켜 업데이트 한다든지 해당 나라의 신화나 영웅으로 추대 받고 있는 인물을 게임 속에 등장시키는 등 핵심 콘텐츠는 아니지만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반영하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이렇듯 게임 서비스의 접근을 틀에 박힌 콘텐츠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롭게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한국 유저의 정서를 이해하고 이를 콘텐츠로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란 온라인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는데 이런 노하우가 해외 성과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국내 유저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올해 목표를 한국 유저들을 위한 보답으로 삼은 만큼 업데이트를 통해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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