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업데이트와 함께 시장에 재도약한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모래와 친구할 만큼 주눅이 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06년 빅3 몰락 이후 ‘썬’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 독자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썬’은 배틀존(인스턴스 던전 개념)을 특징으로 내세운 MORPG로써 ‘미친 그래픽’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판을 너무 크게 벌려 놔 실패가 더욱 쓰라렸던 게임이다.
때문에 몇 년 만에 등장한 ‘썬’의 업데이트 소식은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두 눈이 마치 아이처럼 초롱초롱 빛난 채로 열정적으로 답변에 임하던 두 개발자를 만나기 전까지 같은 생각이었다. 두 개발자는 웹젠에 5년 이상 몸담고 있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었다. 마치 오늘을 위해 그간 묵묵히 내공을 쌓아온 산천 수행자마냥 기자의 질문에 온 힘을 다해 답변을 쏟아냈다. 두 개발자에게 ‘리미티드 에디션’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들어봤다.
▲ 웹젠 썬스튜디오의 정동일 기획팀장(좌)과 정만손 PD(우)
‘썬:리미티드에디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 오늘 업데이트 된다. 기존 ‘썬’에서
많은 부분이 바뀐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정만손 PD: 그냥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썬’의 플레이 방식과 비교해서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개념인데, 원초적인 문제점부터 완전히 수정해 기존과 괴리감이 들 정도다. 전혀 다른 게임인데 업데이트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동일 팀장: 작년 이맘때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내부에서는 너무 큰 변화라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오갔다. 하지만 ‘썬’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이 됐고 지금이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 마침내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기존 개발자들 대부분이 남아 있고, 쌓아온 노하우도 충분하기 때문에 5년 서비스의 집약체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다. 차기작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썬’을 버릴 수 없었다.
정만손PD: 지금까지 ‘썬’에 콘텐츠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콘텐츠만 붙인다고 해서 결코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거다. MMORPG는 많은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니 사회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래야만 더 많은 재미요소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거다.
기존 ‘썬’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어떻게 분석했나?
정동일 팀장: ‘썬’은 배틀존 시스템으로 시작을 했다. 방을 만들고 아무런 제약 없이 즐긴다는 콘셉이 당시로써는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표가 명확하지 못했다. 배틀존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발전시켜야 했는데 노하우가 부족했고, 유저들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유저들이 느끼는 어색함을 재미요소로 승화시켜야 했는데 우리가 부족했다.
정만손 PD: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는 친절함이나 가이드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많이 부족했다. 최초 공개 시 유저들의 90%가 “몬스터 어디서 잡아요?”란 반응을 보였다. 해당 질문으로 게시판이 완전히 도배될 정도였다. 당시 PD와 경영진이 내린 결론은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였고, 결국 3개월 만에 필드를 만들어 추가시켰다. 갑작스레 필드를 넣으니 배틀존 콘텐츠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3개월이 더 지나니 필드와 배틀존 모두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 야기됐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된 거다. 이후 필드 콘텐츠와 배틀존에 어울리는 시스템을 추가해 나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 `리미티드 에디션`의 첫 번째 업데이트인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 24일 적용됐다
‘리미티드 에디션’을 처음 공개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동일 팀장: 난리였다. 서비스 접으려고 일부러 하는 업데이트라는 말까지 들었다(웃음). 이런 반응에 윗선에서 우려를 많이 했지만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우리가 기획한 방향 그대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신 기존 유저들이 너무 큰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테스트 서버를 돌리면서 매일 패치를 했다.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썬’을 즐기는 스타일은 기존과 근접하게 맞췄고, 신규 유저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아져 결국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미티드 에디션’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하반기까지 계속되는 연속성을 띠고 있다. 다음 업데이트에도 크게 이슈 될만한 사항이 더 있다.
그렇게 말하니 다음 업데이트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정만손 PD: 올해 크게 2차례에 걸쳐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오늘 업데이트를 포함해 상반기에 진행될 내용은 새로 바꾼 시스템이나 기본적인 밸런스 변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후 하반기에는 ‘썬’의 원래 강점이었던 배틀존 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진다. 해당 시스템을 개선하고 상향해서 더 다양한 재미요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동일 팀장: 원래 ‘썬’이 그래픽 퀄리티가 뛰어난 게임이잖나.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강점은 있다고 본다. 이에 시각적으로 유저들이 원할만한 것들을 더 추가해 넣을 계획이다. ‘뮤’에서 첫선을 보였던 ‘날개’ 시스템도 추가할 계획이고,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클래스의 선별 분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엔진만 바꾼다면 충분히 ‘썬2’라 불릴만하다.
▲ 웹젠에 오래 몸담은 두 개발자는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사람이 좋아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썬’은 해외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업데이트 내용이 국내에 적용되면 해외 쪽은 어떻게 되는가.
정동일 팀장: 두 달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고, 상반기 내에 전 국가에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서비스만 생각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글로벌하게 갈 수 있는 콘텐츠로 보고 있다.
해외 쪽 반응도 궁금하다.
정만손 PD: 반응이 좋아서 좀 놀랐다. 솔직하게 서비스 중에 무슨 장난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까 봐 우려했는데 내용을 보여주니 다들 좋아하더라.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아예 ‘썬2’로 론칭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기존 ‘썬’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이 모두 비슷했기에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 글로벌 포털까지 오픈하고 해외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과가 좋지 못했지만 해외 쪽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비결을 꼽는다면?
정만손 PD: 해외 퍼블리셔들과의 ‘소통’에 집중을 많이 했다.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다보니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는 관념으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해당 국가의 문화나 중요시하는 것들은 아예 흡수를 했다. 덕분에 퍼블리셔가 유저 의견을 포함 리포팅을 잘 해줬고, 우리가 이에 맞춰 로컬라이징을 지원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정동일 팀장: 우리는 사업부는 물론 개발팀의 주된 포인트까지 모두 분류가 돼 있다. 해당 국가를 담당하는 분이 다 따로 있다. 국내에서 콘텐츠를 개발하면 국가 담당자가 해당 퍼블리셔에 전달하고 요구사항에 맞춰 다시 개발하는 구조다. 크게 보면 국가별로 게임을 하나씩 만드는 거라 부담이 컸는데, 그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만족한다.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뭔가 특이한 점도 찾았을 거 같다. 문화 차이로 황당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나? 그리고 장점을 발견해 적용시킨 사례가 있다면?
정만손 PD: 중국에서 오토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충격이었다. 솔직하게 막장으로 가자는 의미로까지 해석됐다(웃음). 시장 조사를 좀 했더니 중국에서 상위 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모두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오토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이겠구나’라고 이해하고 만들어줬다. 이후에 생각을 해보니 중국만큼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축소시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괜찮을거란 생각을 했다. 더 쉽게 게임을 할 수 있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도 MMORPG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버전에서 약간 커스터마이징된 형태로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기존 유저들에게 괴리감이 없어야 하니 해결 장치부터 먼저 만들 거다.
▲ 썬의 능력치는 8(캐릭터):2(아이템) 였으나 업데이트 이후 2:8로 바뀌며 아이템 성능이 강화된다
▲ 스킬트리와 `커스텀 패시브 시스템`의 추가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썬’의 핵심 콘텐츠는 무엇인가? 유저들이 몇 년 동안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거 같다.
정만손 PD: 배틀존과 PvP를 들 수 있겠다. 지금의 배틀존은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지역 점령전 전투가 들어간 지 약 2년 정도 됐는데, 반응이 참 좋다. 길드 중심의 PvP로써 큰 재미가 있다. 여기에 ‘도전과제’ 콘텐츠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썬’은 숨겨진 여러 재미요소가 많이 산재돼 있는데 이를 찾아내는 ‘도전과제’를 넣음으로써 더 다양한 재미를 주려고 한다.
정동일 팀장: 지역 점령전이 큰 인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길드 단위 전투인 만큼 이를 즐기지 못하는 유저들도 꽤 많다. 이들을 위해 잠깐만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썬’은 배틀존이 큰 장점임과 동시에 확장성이 뛰어나 고레벨이 됐을 때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
업데이트 이후 신규 유저들이 들어오면 반응이 어떨 거 같나? 그리고 최신 게임처럼 적응은 쉽게할 수 있을까?
정만손 PD: 내부적으로는 자신이 있다. 변화가 없었다면 최신 트랜드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시스템 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이런 부분까지 잘 수용하고 커스터마이징했기 때문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픽 퀄리티가 워낙 뛰어났던 게임이라 지금 봐도 훌륭한 수준이고 PC 요구사양이 낮은 점도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 최근의 `썬` 스크린샷(출처: 공식홈페이지)
국내에서의 성과가 저조해 스튜디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을 것 같다. 아, 물론 둘을 보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긴 한데.
정만손 PD: (웃음) 확실히 매출은 해외에서 더 많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여전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성과를 더 내려면 아예 올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더 떳떳할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꾸준히 게임을 즐겨주시는 분들도 존재하고 있어서 우리로서는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스튜디오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만손 PD: 가끔 게임 미디어에 올라온 뉴스를 보면 문득 ‘이 게임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된 게임이 있다. 그런 게임은 결국 이유가 있다. 우리도 이런 게임처럼 오래도록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싶다. ‘뮤’의 경우에도 10년째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전통처럼 이어받아 10년이고 20년이고 유지하고 싶은 게 목표다. 예전에 ‘썬’을 떠올리며 어디나 하는 그런 업데이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최근에 나온 게임들 못지않게 큰 변화를 주었으니 꼭 한번 플레이해주셨으면 한다. 그만큼 재미있을 거다.
정동일 팀장: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썬’을 플레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경험, 추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개발방향이다. ‘썬’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도 오픈했으니 많은 의견 주셨으면 한다. 물론 질타도 감사히 받겠다.
정만손 PD, 정동일 팀장: 우리를 고용했다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창세기전3 리버스, 유니콘 오버로드와 유사성 논란
- PS 스토어 ‘몬헌 와일즈 유사게임‘ 주의보
-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
- 한국 육군 배경 8출라이크 ‘당직근무’ 정식 출시
-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기승전결] 이상현상 못 찾으면 전역 불가! 당직근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