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무실에서 열심히 게임만 개발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주위를 둘러봤더니 아 글쎄 세상이 변했지 뭡니까.”
소프트맥스 콘텐츠사업본부 이주환 부장은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돌이켜보면 2007년은 의미있는 해였어요. 5월에 페이스북 API가 공개되고 6월에 아이폰이 발매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구글 스트리뷰도 같이 나왔죠. 당시엔 모두 그런가보다 했죠. 누가 관심이나 뒀겠습니까? 그 후 몇 년 뒤에 사업차 해외시장 여러 곳을 방문했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만 거죠. 아니 이게 뭐야? 콘솔과 온라인에 대해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SNG를 이야기 하고 있는 거에요. 판이 바뀐 거죠”
▲소프트맥스 콘텐츠사업본부 이주환 부장
바야흐로 소셜네트워크 전국시대다. 작년 10월 비상장주식거래사 셰어스포스트가 징가의 기업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발표하면서 IT업계를 들끓게 만들었다. 무려 55억 1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조 규모의 돈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창업 14년 만에 국내게임업계의 리딩컴퍼니로 떠오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5조 안팎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가 6조로 매겨진 징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주환 부장이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속도, 또 하나는 파급력이다. 국내 게임시장은 현재 온라인업체가 주도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류는 여전히 PC나 콘솔이었다. 불과 10년 만에 온라인으로 판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소셜게임사의 역사를 보자. 세계 1위 소셜게임업체 징가는 07년에 페이스북에 팜빌을 런칭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딱 3년. 짧은 시간이지만 이제 게임업계는 소셜을 논하지 않고서는 대화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속도, 파급력 모두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변화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돌아보니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는 이주환 부장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닌 셈이다.
“일본 시장을 보죠. 2008년까지만 해도 게임시장은 콘솔회사가 주류였습니다. 당시 게임업계 TV광고는 소니나 닌텐도 등 다 알만한 유수의 콘솔회사가 점령했죠. 2010년 초에 일본을 다시 방문했을 때 숙소에서 TV를 틀어보니 일본 모바일 SNS 업체인 ‘모바게타운’이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2년 전만 하더라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죠.”
▲EA가
3,500억으로 사들인 `플레이피쉬`
소셜시장이 IT업계의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뛰어든 업체도 크게 늘어났다. 당장 소셜게임의 황무지나 다름 없는 한국만 하더라도 1~2년 사이에 크고 작은 200여개 업체가 생겨나면서 기대치를 투영했다. 이 때문에 과거 닷컴버블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는 IT업계 전문가들은 SNS 거품론을 언급한다. 트랜드는 맞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 SNS에 종속된 소셜게임은 SNS 거품이 꺼지면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솔직하고 냉정한 게 바로 ‘돈의 논리’다. ▲2009년 11월 EA의 플레이피쉬 인수(소셜2위) ▲2010년 7월 디즈니의 플레이돔 인수(소셜3위) ▲2010년 8월 구글의 슬라이드 인수(소셜4위) 등 이미 대기업이 나서서 SNG 붐을 이끌고 있다. 특히 EA가 구조조정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3,5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플레이피쉬를 인수했다는 사실은 소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
소프트맥스도 지난 3월 3일 포털 다음(DAUM)의 SNS 요즘(Yozm))에 ‘꾸며볼까요? 패션물’을 런칭하면서 SNG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뭔가 거창하게 포장하기엔 아직 걸음마 단계 상태. 그러나 소프트맥스가 SNG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소프트맥스는 이미 ‘4LEAF’를 통해 웹과 클라이언트 게임의 연동이라는 지금보다 더 진보한 개념의 소셜게임을 서비스한 적이 있다. 게임성은 물론 시스템적으로도 유저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았지만 요금제 부분에서 아쉬운 선택을 했다. 부분유료화라는 트랜드를 읽지 못한 까닭이다. SNG 사업진출은 소프트맥스의 이런 안타까운 실패에 대한 교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 이상 트랜드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주환 부장과 인터뷰는 25일 소프트맥스 본사에서 진행됐다.
▲`꾸며볼까요
패션몰` 게임 스크린샷
소프트맥스가 SNG 사업에 뛰어든 목적이 궁금합니다.
소셜 게임은, 이미 콘솔에서도 그 가능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닌텐도의 미먀모토 시게루씨는 "유저들이 웃는 표정을 보고 싶어서 Wii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Wii Sports를 혼자 하면서 싱글벙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철저히 가족이나 친구랑 할 때 재미있는 게임이고, 그것이 수천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Wii의 하드웨어 판매가 꾸준한 것은 소셜성이 강력한 게임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주는 콘솔에서의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소셜이라는 것이 온라인과 결합했을 때 주는 파워는, 공교롭게도 Wii와 같은 시기에 API를 공개한 페이스북에서 발현이 되었습니다. 2006년 여름에 사업을 시작한 징가가 게임계의 신데렐라가 되는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이는 2000년초에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하고 흡사한 속도의 발전이었습니다. "어라 새로 생겼네" 하니까 바로 커버렸죠. 말하자면, SNG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런 흐름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국내 SNG 산업은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풀이 넓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SNG는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같이 시장을 주도하는 독보적인 SNS 플랫폼이 없다는 문제인데요. 부장님이 생각하시는 SNG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소프트맥스에서 개발하고 있는 SNG의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독보적인 플랫폼이 없다는 지적은 정확합니다. 구슬은 서말인데 꿰지 못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앞으로 2~3년 후도 지금과 동일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무언가의 "계기"로 인해서, 누군가가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NG는, 하나의 문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스타크래프트2를 봅시다. 1편과 다른 점은? 게임 룰만 보자면 사실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굉장히 온라인 게임의 노하우, WOW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많이 합쳐져 있습니다. 도전과제, 완벽해진 배틀넷 시스템, 세이브를 온라인으로 하는 클라우드 세이브 등... 만약 스타크래프트2를 배틀넷 접속없이 순수하게 오프라인으로 했다면, 재미는 반감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SNG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시장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게임의 제작 문법적으로도, 혹은 홍보/마케팅의 수단으로라도 필요한 존재가 될 겁니다.
해외 시장 진출은, 쉽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SNG에 있어서는 후진국입니다. 규모도 노하우도 이미 많이 차이가 나죠. 특히 SNG도 일종의 온라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현지화 / 마케팅 같은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에는 파트너사와의 비전공유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다행히 운 좋게도 다음을 통해, 그리고 기존에 콘솔 비즈니스를 하면서 닦아놓은 연줄은 있어서, 이 라인을 잘 활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꾸며볼까요? 패션물’이라는 첫 SNG 게임을 오픈했는데 현재까지 성과를 말씀해주세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숫자를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지금은 다음의 요즘(yozm)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 평균정도의 기록을 내고 있습니다. 일단 3월 3일에 오픈을 했는데, 1~2개월 정도를 yozm에서만 서비스 하면서 게임의 안정화도 하고, 유저 반응에 따라서 게임을 좀 더 진화시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카페에 오픈할 생각이고요, 거기서 승부수를 걸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홍보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꾸며볼까요? 패션물’을 직접 해보니 쇼핑이라는 장르적인 차별화는 눈에 띄지만 여성 등 특정 타겟층을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게임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시장 가능성에 애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제작년 여름에 "와가마마 패션 ~ 걸스 모드" 라는 게임을 하면서, 뭔가 패션을 소재로 한번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패션몰은 이 게임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고, 그러다보니 꽤나 여성 중심의 타겟으로 개발이 되었습니다. 사실 패션이라는 소재는 남자를 타겟으로 하기도 좀 어려운 면도 있었고, 남자 옷을 그릴려면 비용도 2배가 된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남자 브랜드도 등장시켜보고 싶습니다.
창세기전과 같은 유명 IP를 가지고 SNG를 개발할 계획은 없습니까? 게임 홍보나 마케팅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고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SNG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개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회사나 팬들 입장에서도 기대치가 큰 만큼 어설프게 개발해서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고요. 모두 준비가 됐을 때 검토해 봐야겠죠.
많은 플랫폼사 중 ‘다음’과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단은 인연이 닿았습니다. 다음과 처음 만나게 된 거이 2009년 가을이었는데, 당시 저희는 마그나카르타2를 끝내고 한창 주변을 둘러보던 시기였고, 다음은 한창 파트너십을 맺을 회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마그나카르타2를 출시하고, 세계 시장을 보니까,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더라구요. EA는 사정이 어렵다고 사람을 수백명씩 해고하면서 플레이피시를 수억불에 인수했는데, 그 회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더라 말이죠. 그래서 알아보기 시작하니, 해외에서는 SNG 로 난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KGC(한국개발자컨퍼런스) 즈음해서 다음과 우연하게 인연이 닿았고, KGC를 가보니 해외에서 온 모든 강사들은 전부 SNG를 외치고 있더라구요. "이거 안되겠구나" 생각을 했고, 그때 회사에 적극적으로 요청을 했죠
게다가, 저는 2001년부터 마그나카르타 시리즈를 통해서 계속 콘솔 플랫폼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 다음이 제시한, "파트너십으로 일을 해보자"라는 제안은, 말하자면 콘솔 플랫폼에서는 "퍼스트파티"에 해당하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것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크게 생각했죠. 공동 개발, 공동 런칭도 그런 의미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물론 다음 또한, 저희가 가진 컨텐츠에 대한 선구안과 감각에 대해서 비전을 보고 제안을 주셨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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