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아키에이지`의 개발사, 엑스엘게임즈가 8월 11일 양재역 부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전민희 작가와 함께 하는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전민희는 `세월의 돌`과 `룬의 아이들 연대기`로 잘 알려진, `아키에이지`의 원작 소설 `전나무와 매`를 집필한 판타지 소설 작가다. 간담회에서 그녀는, 그 동안의 근황과 그녀가 `아키에이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게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간담회에
참석한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전민희, 그녀는 이번 간담회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아키에이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이다.
반갑다. 5년만의 신작인데 그 동안의 근황을 묻고 싶다. 또한 이후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전민희: 작업을 2006년 말쯤에 시작했는데, 거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업에 몰두했던 것 같다. 전에는 먼저 책이 나온 후, 이를 근간으로 게임의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는데, 이번 아키에이지의 경우 얼마 되지 않는 개요로 게임이 시작된 거라 앞으로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여섯 번 이상 나와야 한다.
이처럼 아직 아키에이지에 남은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룬의 아이들`, `태양의 탑`등 남아있는 과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 같다.
23일에 사인회가 있었다. 팬들이 상당히 많이 왔는데 전에 사인회할때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왔었나?
전민희: 23일에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아주셔서 기쁘고 또 감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천천히 이야기도 나누며 사인회를 진행하려 했는데, 더위로 사람들이 탈진할까봐 조금 빨리 진행했던 부분도 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운영 분들이 음료수와 부채 등을 준비해 주셔서 무사하게 치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지 않고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사인회를 할 때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실감과 함께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
송재경 대표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떠했나?
전민희: 2007년부터 계속 만나서 회의를 했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 천재 개발자라 불리우기 때문에 위엄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상당히 소탈하고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의 말은 얼핏 들으면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논리적인 사고에서 도출된 것들임을 알고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작은 부분에서도 이것들이 느껴지는 걸 볼 때, 여태까지 만나본 이들 중 상당히 인상적인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가끔 그 엉뚱한 부분과 핵심을 찌르는 말 덕분에 독설가라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를 막상 만나보면 진중하고 유머러스하며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혹시 아키에이지에 등장하는 12명의 영웅 중, 송재경 대표와 닮은 인물이 있는가?
전민희: 재미있는 질문이다. 사실 송재경 대표가 말하길, 12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을 성격이 닮았다는 이유로 좋아한다고 했다. 처음 인물들의 이미지를 만들 때, 송재경 대표가 이 인물에는 자기 사진을 넣으면 된다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다 (웃음)
▲ 소녀때의
미소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그녀
소설에서 선박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혹시 게임 아키에이지와 부합되는 점이 있는가?
전민희: 전혀 없다곤 말할 수 없다. 처음 지도를 작성할 때는 두 개의 대륙이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수영해서 건너갈 수 있겠다` 이런 농담을 하다, 문득 배로도 이동할 수 있겠다는 발상을 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바다라는 큰 무대를 낭비하기보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다.
작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하여, 처음보다 엄청나게 스케일이 큰 무대가 만들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놀랐다.
다른 소설의 경우 예를 들어 `블랙펄` 등 영어로 이름이나 사물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본인의 경우 한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호평을 받고 있다.
전민희: 내 자신이 한글에 대해 순수주의자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개인적으로 이름을 정하려 할 때, 한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생각하는 걸 어떻게 위화감 없이 유저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기에 이렇게 한글 이름을 자주 사용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영어로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웃음)
▲ 기자들의
사인 요청도 그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작을 구상할 때, 소재는 어디에서 얻나?
전민희: 역시 현실을 배제할 순 없다. 판타지소설이라도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보통 주변의 누군가를 닮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읽고 경험한 부분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아키에이지의 경우 엄청나게 큰 세계의 대륙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큰 사건도 이곳에서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그전까지 관심이 없었던 중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이런 잘 모르는 시대들을 연구하며 아키에이지의 큰 무대를 구축하는데 영감을 얻었다.
질문들이 너무 딱딱한 것 같아 잠시 분위기를 완화시키겠다. 유저들에게 동안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비결이 있는가?
전민희: 개인적으로 상당히 생소한 이야기다.(폭소) 개인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혹시 재수하셨어요? 아님 삼수?" 라며 나이보다 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20대를 보냈는데, 30대 후반이 되니까 이제서야 얼굴과 나이가 어울리는 것 같다. 결국 특별한 비결은 없고 그냥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12명의 주인공 중 이제 2명이 등장했으니 아직 10명이나 남았다.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모두 소설로 공개되나?
전민희: 그렇진 않다. 키프로사와 같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도 있는 반면,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등장하여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적은 인물도 있다. `룬의 아이들`의 경우도 총 14명인데, 한번에 다 쓸 순 없었다.(웃음)
공식 홈페이지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은 유저들이 많은 제안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유저들과의 소통도 중요할 것 같은데, 주로 어디에서 이러한 조언을 얻는가?
전민희: 개인적으로 메일을 통해 많은 의견을 받았다. 현실적으로 모든 메일에 답변을 할 수는 없는데, 그것은 한번 답변을 작성할 때 심력을 많이 써서 작성하는 편이라 하루에 5~6통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받은 메일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또한, 이번처럼 신작이 나왔을 경우, 독자들의 리뷰 같은 걸 보는 일도 많다. 단순한 리플을 봤을 뿐인데도 간과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일도 있다.
▲ 여담이지만
그녀는 기자의 리뷰도 읽어봤다고 한다.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전작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에 대해 무슨 사연이 있나?
전민희: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것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세월의 돌의 마지막이 안타깝게 끝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원망의 말을 하더라(웃음). 그런 인상이 강하게 남아,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등장한다면 다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전나무의 매에서도 안타까운 사건이 있긴 하지만 이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과거의 일을 설명하려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커플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싫은 것인가?
전민희: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썼을 때, 독자들이 비극적인 부분이 나오나 안 나오나 하며 집중해 보게되는건 조금 안타깝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부분만 보게 하는,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세계의 수도 델피나드는 일종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델피나드에 대해 말해달라.
전민희: 한마디로 모든 이들의 이상향이다. 그곳은 대륙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모든 문물이 집중된 곳이다. 가장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세계의 수도라는 별명이 있는데 사실 그곳은 도시 국가다. 에페리움의 수도는 그냥 에페리움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고, 이들에게 델피나드는 자유의 아이콘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곳은 종교나 학문적으로도 자유가 주어지는 낙원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디테일하다. 혹시 개인적으로 요리를 잘한다거나, 아니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부분이 있나?
전민희: 특별히 화려한 요리를 할 줄은 모른다.(웃음) 전나무와 매의 끝부분에 나오는 요리의 경우, 나뿐이 아니라 고대 요리 전문가들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요리들은 그 시절에 어떤 요리가 있었다는 참고자료를 찾아보는 것이다.
전민희: 그것이 설령 실제 존재하는 요리가 아니더라도, 시대상을 반영한 음식 그리고 그곳에 어울릴만한 레퍼런스(주: 참고문헌)를 찾아내는 편이다. 특히, 연회라거나 이런 장면을 묘사하려고 하면 개인적으로 소장한 고대의 요리에 대한 책이나 참고 자료 등을 찾아본다.
현재 엑스엘게임즈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설명해 달라.
전민희: 5년이란 세월이 지나며 담당하던 일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세계관 작성을 맡았다. 그런데 회의 중, 처음 생각한 의도와 많이 벗어난 것 같아 여러 의견을 피력하다 보니 개발 고문이 되어있더라 (웃음). 특히 세계관 부분에선 나만큼 잘 아는 이가 없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말하고 있다.
현재는 게임이 거의 완성단계이기 때문에, 큰 부분을 만든다기보다 다음 대륙이 제작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게임 개발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고 했는데 자신이 낸 의견이 반영된 부분에 대해 알려달라
전민희: 광범위하다. 자잘한 것에서 큰 부분까지 폭넓게 참가했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아이디어 같은 경우 자주 이야기했기에 어떤 것이 딱 내 의견이다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다. 회의 시 대단히 오픈된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대안까지 이야기되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은 재미있는 형태로 재가공 되었다.
아무래도 세계관을 반영한다면, 퀘스트를 빼놓을 순 없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유저 입장에선 퀘스트는 자주 스킵되어, 작가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민희: 퀘스트는 글로 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글뿐이 아닌, 맵이나 바위, 여러 상징물 등 지역의 분위기에서도 세계관이 묻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안이라는 종족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향인 것이냐라는 부분에서도 작가의 세계관이 묻어나올 수 있다.
아키에이지의 종족이 지금까지 3개가 공개되었다. 가령 페레와 같은 특이한 느낌의 종족들이 많은데, 앞으로 나타날 종족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전민희: 처음 종족을 구상할 때, 앞으로 추가될 여지를 두고 수많은 종족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각 종족들은 의도적으로 기존의 종족들과 차이를 두도록 노력했는데, 예를 들어 엘프의 경우 기존의 관점에서 반전을 노리며 설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올 종족 역시, 일반적인 종족의 관념에서 틀을 깬, 여러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게임에
등장하는 종족 중 하나, 페레
게임에서는 다음 대륙으로 이동해야만 소설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무려 소설과 비교해 2천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게임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닐까 걱정된다.
전민희: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수 년만 지나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아키에이지에선 주인공들이 행했던 사건들이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소설과 게임의 밀접한 연관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 대륙에 가게 되면 지명이나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천년이 지났기에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사망했으리라 여겨지겠지만, 놀랍게도 아직 살아있는 인물이 있다.(!) 그로 인하여 2천년 전 역사가 지금의 플레이에 재현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2천년이 지났다는 걸 감안할 때 큰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게임에선 생각보다 문명의 진척도가 느린 것 같다.
전민희: 그 정도가 아니라, 2천년전 문명수준이 지금보다 뛰어나다. (웃음) 예를 들자면 아틀란티스 대륙과 같이, 일련의 사건에 의해 문명 수준이 퇴보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5년여동안 개발을 하여 드디어 출시가 코앞에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3명이서 회의하던 시절에서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걱정되는 건, 내가 세계관을 담당했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텍스트에 대한 건 모두 내가 관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나리오 틀만 해도 벌써 일곱 명 이상이 담당하고 있고, 이들이 게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작업했다. 마찬가지로 메인퀘스트의 경우도 이들의 역할이 큰데, 나 혼자 다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이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만, 게임 제작에 관여하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
▲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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