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궁금증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항상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영화나 밀러언셀러급 게임과 음반이 나올 때마다 일종의 경외감을 느낀다. 이미 쟁쟁한 선구자들이 쌓아놓은 컨텐츠 사이를 뚫고 미지의 땅을 개척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쯤되면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지없이 뒤통수를 치는 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끝이 없는듯 하다.
그런 면에서 ‘스플린터 셀’이 이룩한 업적도 꽤 주목해볼만한 필요가 있다. 발표 당시부터 메탈기어솔리드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둘러쓴 채 비운의 삶을 살아야했던 스플린터 셀은 출시와 함께 Xbox 판매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며 일약 게임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했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의 불빛조차 보지도 못한 게임들이 수없이 쓰러져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플린터 셀과 같은 훌륭한 작품이 탄생해 후속작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이 역작의 후속편인 ‘판도라 투머로우’는 원작이 최고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사실적인 잠입미션과 ▶놀라운 광원 및 그림자효과 ▶긴박감 넘치는 게임전개라는 3가지 요소를 보다 충실한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라는 밧줄로 묶어주고 있다.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잠입액션이었던 메탈기어 솔리드와는 달리 잠입액션을 중심으로 하되 게임플레이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스토리를 중간중간 끼워넣었던 스플린터 셀은 두 작품의 절충점을 찾아 멋진 후속작을 엮어낼 계획이다.
현재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정보가 없지만 판토라 투머로우의 스토리라인은 보다 방대해진 ‘국제안보의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학교 도덕책에나 나올법한 가식적인 목표이긴 하나 냉전이 사라진 이 시간에도 수많은 나라에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톰클랜시를 비롯한 여러 소설가들에게 여전한 밥줄이 아니겠는가. 옛 소련 그루지아 공화국의 분리정부에 관한 이야기가 전편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스토리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게이머들의 감정이입을 위해 주인공 ‘샘 피셔’라는 인물에 보다 많은 이야기가 주어질 예정이다.
물론 전편도 훌륭한 레벨디자인을 갖추고 있었지만 판토라 투머로우에서는 폐쇄적인 건물구조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의 정글이나 설원 등 전작보다 4~5배 이상 넓어진 스테이지를 경험해볼 수 있다. 조금은 직선적인 플레이 방법(어느 시점에서는 파이프를 타고, 어느 시점에서는 벽을 타야만 하는 식의)에서 벗어나 똑같은 레벨구조에서도 수많은 플레이방법이 제공된다는 것이 이번 작품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싱글플레이 구성방식의 핵심이다.
이번 작품의 놀라운 변화 중의 하나인 멀티플레이는 현재 판토라 투머로우를 개발하고 있는 제작진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구성방식으로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끈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처럼 판도라 투머로우는 캐릭터별로 다른 환경을 제공하고 색다른 멀티플레이를 경험케 함으로서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스파이와 용병의 대결구도가 바로 그것.
판도라 투머로우에서 스파이는 전편에서 충분히 경험한 샘 피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음파탐지기를 비롯 도청기, 레이더까지 다양한 장비와 여러 동작이 추가되긴 했지만,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과 조작이 비슷하다는 점은 어쨌든 전편과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용병은 1인칭시점으로만 게임을 플레이해야하며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상대를 찾아낸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3인칭의 이점은 시야가 넓다는 것이겠지만 스파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격이 여의치 않고 1인칭은 비록 시야가 좁긴 하지만 많은 게이머들에게 조작이 익숙하며 공격적인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판도라 투머로우의 멀티플레이는 총 4명까지만 참가가 가능하며 스파이와 용병이 서로 팀을 이뤄 플레이할 수도 있다. 팀플레이를 즐길 경우 최근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일반화가 되어가고 있는 음성채팅을 즐길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첨단장비처럼 레이저마이크를 이용해 상대의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스플린터 셀과 레인보우식스 그리고 스파이무비의 절묘한 만남이라고나 할까.
전작과 같이 다중 플랫폼으로 선보여질 판도라 투머로우는 Ubi몬트리올스튜디오의 손을 떠나 스플린터 셀 PS2버전을 제작했던 Ubi상하이스튜디오가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한 몇몇의 핵심제작진은 후속작 개발에 그대로 참여하고 있지만 보다 Ubi소프트는 창조적인 게임개발을 위해 자신도 알 수 없는 히든카드를 내던진 것이다. 지지부진한 한글화로 출시연기를 거듭하며 게이머들을 물먹이지만 않는다면 국내에서도 꽤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만한 타이틀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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