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구관이 명관이다’ 또는 ‘더 이상 새로울 수 없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이런 표제가 RPG에서 만큼은 제대로 먹히는 분위기다. 베데스다의 ‘엘더 스크롤’ 시리즈나 바이오웨어의 ‘네버윈터’ 시리즈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회를 거듭하면 서도 이 게임들이 계속 사랑 받는 이유는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명확히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 속에 묻어놓은 또 하나의 화려한 명작의 귀환을 잊고 있었다. 바로 ‘폴아웃’이다.
다수의 RPG 게임이 그러했듯 ‘폴아웃’ 역시 한국 게이머들에게 폭 넓게 자리 잡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RPG 매니아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게임 타이틀일 것이다. 틀림 없이 그와 동시에 블랙아일이라는, 전설로 남아버린 개발사도 함께 언급되었으리라.
블랙아일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플레인 스케이트 토먼트(삼성에서 완벽하게 한글화 되어 발매)’, ‘아이스윈드데일’ 이라는 주옥 같은 명작 RPG를 개발했던 개발사다. TRPG(테이블 롤플레잉 게임)을 CRPG(컴퓨터 롤플레잉 게임)로, 즉 아날로그 놀이를 컴퓨터로 이식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개발사다.
그러나 주요 개발진의 이탈과 재정난으로 결국 블랙아일은 사라졌다. 블랙아일 해체 당시 많은 RPG 팬들이 아쉬워했었던 작품이 바로 ‘폴아웃’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블랙아일은 ‘폴아웃’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서서히 RPG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개발한 RPG 명가 베데스다가 ‘폴아웃3’의 라이센스를 획득, 개발한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베데스다가 ‘폴아웃3’를 어떤 게임으로 개발할지 미리 살펴보자.
▲ E3 2008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폴아웃3' 개발자 시연 동영상 |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 만들기 - 폐허 안에서 태어난 작은 희망
‘폴아웃’은 황폐화된 미래 지구에서의 모험과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런 배경의 게임은 (거의) 항상 핵전쟁으로 인한 문명 세계의 종말과 인류의 몰락, 그리고 문명이 퇴보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폴아웃3’ 역시 그러하다. 게임의 주요 공간적 배경은 폐허가 된 워싱턴 DC다. 또 전작과 마찬가지로 볼트(‘폴아웃’ 세계관에선 방사능을 오염으로부터 격리된 지역을 뜻한다)와 연관된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폴아웃3’는 독특한 캐릭터 만들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아기에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여러분의 분신인 주인공은 과학자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인물이다. 하지만 물론 플레이어가 원하는데로, 이름과 외모를 선택할 있다(과학자인 아버지의 성우는 니암 리슨이다).
게임의 설정상 주인공의 어머니는 출산 후 사망하게 된다. 주인공이 유아기로 넘어가 막 걸음걸이를 배운 정도의 시기가 되면 캐릭터의 특성이나 어트리뷰트(쉽게 말해 능력치. 체력/카리스마/지구력 등)를 설정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10살이 되면 설정해두었던 특성에 투자할 포인트를 얻는 것으로 외형적으로나 능력면으로 성장하게 된다.
팩션과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
게임 내에는 여러 가지 팩션(집단)이 존재한다. ‘엘더스크롤:오블리비언’처럼 다양한 집단이 존재하고, 각 팩션에 따른 도시도 따로 존재한다. ‘폴아웃3’의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 예로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개의 팩션 A, B가 있다 치자. A의 도시에서 범죄를 일으키면,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B의 도시에서도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물론 A와 B가 서로 적대적인 팩션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게임 플레이는 약 100여 시간에 이르며, 일반 퀘스트와 팩션 퀘스트로 발생 되는 엔딩 분기는 200여 개에 달한다. 역시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만들어 낸 베데스다가 개발해서 인지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볼륨을 가지고 있다.
게임의 진행 방식과 간략한 인터페이스
세상 정세가 복잡하고 어지러워질수록 개인의 자유는 억압되고 개인의 사생활은 찬탈 당한다. 볼트의 감시자들은 볼트 구성원 개개인에게 ‘핍보이3000(PipBoy 3000)’이라는 컴퓨터를 손목에 착용시켜 개인의 위치나 행동을 감시한다. 주인공은 이 컴퓨터를 통해 퀘스트 로그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RPG의 저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엘더스크롤:오블리비언’이 그랬던 것처럼 진행중인 퀘스트 항목과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이다. 시점은 역시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과 마찬가지로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을 모두 지원한다(입맛 따라 고르시라).
여행을 함께 할 파티원에 대해
RPG게임에서라면 역시 파티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도그 미트(DOG MEAT)라 불리 우는 인공생명체인 개(犬)나 휴머노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도그 미트에 대한 정보만 공개된 상태다.
주인공은 도그 미트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도그 미트는 필드 곳곳에 떨어져있는 아이템을 탐지해 주인공에게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파티원이다(왠지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떠올랐다). 하지만 부주의하게 함부로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도그 미트는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HP(HIT POINT)를 가지고 있다. 즉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데스다는 지금도 도그 미트가 얼마나 많은 HP를 가질 것인지, 자생능력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중이라고 한다.
기타 추가적으로 확인된 내용들
■ 게임 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비무장 전투도 있다.
■ ‘핍보이3000(PipBoy 3000)’을 사용해 무기/장비/잔탄수/구급약 등의 보유수 확인이 가능하다.
■ ‘폴아웃’ 1편처럼 읽는 것으로 영구히 스킬을 올리는 책도 있다.
■ 게임 내에서는 방사능은 치명적이다. 적은 양에 노출되어도 인한 인간 변종인 ‘구울(GHOUL)’이 될 것이다.
■ 구울은 방사능을 사용해서 플레이어를 공격, 동시에 근방에 있는 자신의 종족의 HP를 회복시킨다.
■ 맨손 전투도 비중이 있으며, 사격에 의한 파손(파편이 이리저리 튀는)도 매우 실감나게 표현될 예정이다.
게임의 구성으로 봤을 때 ‘엘더스크롤’를 재미있게 했던 플레이어에게 (정말) 감사한 선물이 될 것이다. 또 전작들의 장점을 다수 취했기 때문에 ‘폴아웃’ 시리즈의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이머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티저 동영상과 간단한 플레이 영상 정도만 공개됐지만, 필자는 ‘폴아웃3’에서 ‘바이오 쇼크’ 이상의 대작 포스가 느꼈다. ‘폴아웃’의 후속작을 RPG의 명가 베데스다에서 개발한 다는 사실만으로도 RPG팬들에겐 커다란 행운이 아닐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