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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특집! 신카이 마코토 제작 미소녀게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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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1,800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국내에서도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개봉 당시의 높은 성적을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죠.

이렇게 ‘너의 이름은’이 화제의 작품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로는 대중적인 시나리오와 캐릭터성을 내세운 점을 꼽을 수 있지만, 그보다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보여준 뛰어난 영상미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영상미는 가히 역대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 '너의 이름은' 공식 예고편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상미는 애니메이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소녀게임에서는 한때 여러 오프닝 영상 제작을 담당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미소녀메카를 줄곧 봐온 독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전에 소개한 미노리(minori)사의 미소녀게임 ‘ef’ 시리즈의 오프닝 영상이 그의 작업물 중 하나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미소녀메카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특집으로 한번 그가 제작한 미소녀게임 오프닝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와 미소녀게임, 그 인연의 시작

신카이 마코토는 본래 애니메이터가 아닌 팔콤에서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담당하는 사원이었습니다. ‘영웅전설’과 ‘이스 이터널’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게임의 서류 작업, 아트 디자인 작업을 맡았죠. 이후 그는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와 ‘이스 2 이터널’의 오프닝 영상 제작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개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 '영웅전설'과 '이스' 오프닝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그리하여, 1998년 일본 가나자와 시가 개최한 eAT’98에서 ‘먼 세계(遠い世界)’로 특별상을, 2000년에는 제 12회 CG 애니메이션 콘테스트에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로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됩니다. 당시 신카이 마코토는 퇴근 후 새벽 3시까지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행하고 곧바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했는데, 그 열정과 노력에는 절로 찬사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후 5년간 팔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코믹스 웹 필름으로 이직하는데요. 여기서 신카이 마코토는 코믹스 웹 필름 산하 미소녀게임 개발사 미노리의 게임 오프닝 영상을 제작하면서, 미소녀게임과의 인연을 쌓게 됩니다.

BITTERSWEET FOOLS


▲ 암살자 소년과 순수한 소녀의 이야기, BITTERSWEET FOOLS

2001년 PC로 발매된 ‘BITTERSWEET FOOLS’는 신카이 마코토가 담당한 첫 미소녀게임 오프닝 영상인 동시에, 개발사 미노리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임에서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마피아에 소속된 암살자 소년과 순수한 소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죠.

스토리는 전형적인 ‘보이밋츠걸(Boy Meets Girl)’ 구도를 따라가는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큰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발매 이후에는 드림캐스트, PS2와 같은 다양한 기종으로 나오기도 했죠. 어떤 의미로, 미노리에서는 큰 성과보다는 발매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오프닝 영상은 어떨까요? 만약 독자 여러분이 최근 개봉한 ‘너의 이름은’을 생각하고 영상을 보신다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 'BITTERSWEET FOOLS'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그도 그럴게, 당시 신카이 마코토는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먼 세계’에 더 가까운 모습이죠. 더군다나 요즘처럼 ‘빛의 마술사’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색채를 이용하지 않아, 게임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진면목은 그 다음 작품인 ‘Wind -a breath of heart-‘부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Wind -a breath of heart-


▲ 신비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Wind -a breath of heart-'

‘Wind –a breath of heart’는 미노리에서 만든 두 번째 미소녀게임으로, 본격적으로 호응을 얻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게임에서는 수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특별한 힘을 가진 주민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조로운 구성을 보인 전작과 달리, 이번 게임에서는 스토리 볼륨도 늘리고 공략 가능한 여러 히로인을 더해 유저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PC판으로 발매된 ‘Wind –a breath of heart-’는 드림캐스트와 PS2로도 이식되었고, 나중에는 인기에 힘 입어 ‘Re:gratitude’라는 완전판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이 완전판 오프닝 영상에는 앞뒤로 간단한 내레이션이 삽입됐는데요. 이러한 기법은 나중에 다른 작품의 영상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 'Wind –a breath of heart-'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Wind –a breath of heart-’ 오프닝 영상에는 여전히 ‘BITTERSWEET FOOLS’의 느낌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영상미도 조금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그려낸 이전 영상과 다르게, 화사한 색감과 세밀한 배경 묘사로 사실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봄의 발소리(はるのあしおと)


▲ '성장'을 테마로 한 미소녀게임 '봄의 발소리'

다음으로는 ‘Deliver Spring to your heart... as soon!’이라는 부제를 가진 미노리의 미소녀게임 ‘봄의 발소리’입니다. 2004년 발매된 작품으로, 고향에서 임시 교원으로 채용된 주인공과 4명의 여학생이 펼치는 청춘 스토리를 다룹니다. 주인공은 주위의 히로인들과 얽히게 되고, 나중에는 이들의 마음에 응어리진 갈등을 해소하면서 점차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봄의 발소리’는 나름 괜찮은 수작으로 평가 받았지만, 전작 ‘Wind -a breath of heart-‘와 그 다음으로 나온 ‘ef’ 시리즈가 너무나도 큰 호평을 받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묻혀버린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을 기점으로 캐릭터들이 눈을 깜빡이거나, 말할 때 입을 움직이는 연출을 처음으로 넣었기 때문에, 미노리 입장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죠. 나중에 이런 연출은 차기작 ‘ef’ 시리즈에서 더욱 발전하여, 제대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 '봄의 발소리'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봄의 발소리’ 오프닝 영상부터, 본격적으로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밀한 배경 묘사에, 화려한 색감으로 담아낸 빛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영상미를 대폭 끌어올렸죠. 오죽하면 캐릭터와 배경 사이에 눈에 띄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ef -the first tale-


▲ 지금도 명작으로 꼽히는 미노리의 미소녀게임 'ef -the first tale-'

신카이 마코토가 담당한 미소녀게임 오프닝 영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2006년 발매된 ‘ef –the first tale-‘입니다. 미소녀게임치고는 다소 독특한 액자식 구성을 띈 작품으로, 주인공 ‘아마미야 유우코’와 ‘히무라 유우’가 서로 자신들이 지켜본 커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죠. 특히 발매 전에 신카이 마코토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영상미를 그대로 담은 고품질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 엄청난 기대를 모았습니다.


▲ 'ef -the first tale-'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압도적인 품질의 영상,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체험판, 그리고 절묘한 부분에서 끊긴 시나리오까지… 이렇게 3박자 모두 들어맞은 ‘ef’는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게 됩니다. 다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탓인지, 자유도 떨어지는 단일 루트와 챕터 2개에 불과한 짧은 플레이타임은 혹평을 받기도 했죠.

그럼에도, 게임에서 보여준 연출력은 훌륭했고 메인 스토리에 해당하는 ‘아마미야 유우코’와 ‘히무라 유우’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그리고 예상대로 2년 뒤인 2008년, 그 후속작인 ‘ef - the latter tale-‘이 발매됩니다.

ef -the latter tale-


▲ 명작을 완성한 후속작 'ef -the latter tale-'

‘ef -the latter tale-‘은 ‘ef’ 시리즈를 완결하는 후속작으로, 전작에서 이어지는 3개 시나리오를 담고 있었죠. 이 작품을 계기로 미노리는 ‘ef’ 시리즈라는 걸출한 명작을 얻게 되지만, 아쉽게도 신카이 마코토는 이후로 미소녀게임 오프닝 작업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 'ef -the latter tale-'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오프닝 영상의 품질에 대해서는 굳이 말이 필요 없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색채의 화사함,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감성 자극하는 배경 연출은 게임을 플레이한 뒤, 다시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만들었죠. 

게임 본편도 전작 ‘the first tale’에서 아쉽다고 평가 받은 부분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두 작품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ef’의 전체 스토리는 기막힌 반전과 진한 감동을 동시에 보여주며 유저들의 큰 호평을 받고 미노리가 확실한 A급 미소녀 게임 개발사라는 것을 유저에게 각인시킨 작품이 되었습니다.

손을 뗀 이후에도, 미소녀게임에 여전히 남은 그의 영향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ef -the latter tale-‘을 끝으로, 미소녀게임 오프닝 개발 작업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노리는 그 이후로 발매한 ‘Eden*’에서도 특유의 색채를 재현하는데 공을 들여, 신카이 마코토가 작업한 영상에 견줄만한 오프닝 영상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 ‘스피파라’에서는 자신들만의 색채와 작풍을 더해, 유저들로부터 감탄사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스피파라’는 극도의 판매 부진을 보이게 되었고, 결국 미노리가 작고 가벼운 게임 위주의 개발로 노선을 바꾸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 '스피파라'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마지막 영상 ‘ef -the latter tale’이 벌써 8년 전이니, 아무래도 이제 신카이 마코토가 다시 미소녀게임 오프닝 영상을 맡을 일은 더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러나, 그가 남긴 작업물은 8년이 지난 지금에도 화제가 될 정도로 훌륭하고, 이후에 나온 미소녀게임 오프닝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업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준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미소녀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가 미소녀게임에 남긴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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