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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서울대 5인조 게임키드, ‘후엠아이’ 오내모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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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言]은 스타트업/독립개발팀을 방문하여 게임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소개하여 알리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팀 및 개발사는 담당기자(orks@gamemeca.com)에게 게임과 팀 및 개발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지난 5월 7일, 이채로운 소재와 분위기를 지닌 모바일 게임 ‘후엠아이: 도로시 이야기’가 양대 마켓에 출시됐다. 네 개의 인격을 지닌 소녀 ‘도로시’와 대화하며 각각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아가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조화시키는 일종의 상담 시뮬레이션이다. 역동적인 전투나 화려한 시각 효과는 없지만 여러 대화문을 접하며 ‘소통’에 대한 진한 고민과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소개는 리뷰(바로가기)로 갈음하겠다.


▲ 다중인격과 소통에 대한 진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 '후엠아이'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이처럼 참신함이 돋보이는 ‘후엠아이’ 개발팀은 서울대학생 다섯 명으로 구성된 오내모 스튜디오. 김근주(문화서사학/경영학) 팀장을 중심으로 프로그래머 최재혁(물리교육학), 아트 김윤경(동양화)과 윤지윤(놀이문화학/시각디자인), 기획 및 사운드 정선유(정보문화학/심리학) 학생이 의기투합했다. 게임에 대한 애정 하나로 학기 중에 개발을 병행하여 끝내 출시까지 이뤄낸 저력이 놀랍다. 눈치 없는 기자가 기말고사 기간에 불쑥 찾아가 만남을 가졌다.

言 학생이란 것을 듣고 정말 놀랐다. 어떻게 팀을 결성했나

김근주: 게임을 개발하고파 관련 강의를 전전하다가 2015년에 현재 팀원들을 만났다. EBS 산학협력으로 교육용 보드게임을 만들었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아 강의가 끝나고도 모여서 별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렇게 3개월을 개발하여 우리의 공식적인 첫 작품 ‘바리’가 세상에 나왔다. 사실 당시에는 오내모 스튜디오란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러고 한동안은 각자 바삐 지내다가 2016년 초에 다시 뭉쳐서 차기작 ‘롤리 랜드’를 개발했다. 그런데 팀 역량에 비해 꿈만 너무 컸고 비대해진 기획을 소화하느라 8개월이나 난항을 겪었다. 조금 더 단순한 게임을 만들며 팀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약 한 달 만에 세 번째 게임 ‘루미웨이’가 나왔다. 이후 겨울에 선유님이 합류하여 이번 학기에 함께 ‘후엠아이’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 오내모 스튜디오 최재혁, 김근주, 정선유, 김윤경, 윤지윤 학생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言 오내모 스튜디오란 팀명은 무슨 의미인가

김근주: 오늘내일모레의 준말이다. 대외적인 의미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이지만… 실은 ‘롤리 랜드’를 출시할 즈음 급히 팀명을 정하다가 단톡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오늘과 내일이더라. 오늘 어디서 만나자, 내일까지 뭐 해와라 같은 얘기들 때문에. 그래서 둘을 합쳐서 ‘오늘내일’로 하려 했는데 그러다 팀이 진짜 오늘내일하면 어쩌나 싶어서 뒤에 모레를 붙여봤다.

정선유: 평소 사회대 라운지에서 주로 개발을 하는지라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약칭 ‘사라지’를 팀명을 써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근데 이건 또 팀이 곧 사라질 것만 같아서 결국 오내모 스튜디오로 최종 결정했다.


▲ 문제의 사회대 라운지. 자칫 오늘내일하다 팀이 사라질 뻔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言 다중인격이란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 이런 이야기를 구상한 까닭은

정선유: 평소 심리학을 전공하여 사람 심리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이 많다. 발달심리학에서는 현재 우리에게 내제된 문제가 이제껏 살면서 느꼈던 ‘정체된 나 자신의 집합’이라고 본다. 가령 어릴 적에 겪은 폭력으로 인해 정서적 상처를 앓는다면, 그것은 아직 내 안에 그 아이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을 게임으로 풀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에 ‘후엠아이’를 기획하게 됐다.

김근주: ‘후엠아이’를 통해 소통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게임 방식 자체는 매우 쉽지만 해피엔딩에 도달하려면 대화문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 말이나 건넨다고 진정한 소통은 아니지 않나. 좋은 말을 한다고 마냥 곱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쓴소리가 약이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선 오로지 침묵만이 정답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해야만 제대로 된 상담과 치유가 가능하다.



▲ 해피엔딩에 도달하려면 여러 인격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言 학업에 개발까지 모두 해내다니 놀랍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윤지윤: 게임 개발은 모임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학기 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몇 시간씩 개발하고, 방학에는 세 번 이상 만난다. 그냥 강의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더라. 모임에서 못다한 일은 과제처럼 따로 하면 되고.

최재혁: 확실히 강의를 들으며 개발을 하려니 힘겹다. 실은 어제도 과제로 밤을 새서 지금 정신이 없다.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윤경: 평소 강의에선 순수미술을 배우는데 게임에 쓰이는 작업물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하고픈 일과 전공 사이의 괴리가 고민이다.

김근주: 학생 개발자에게 부족한 것은 역시 시간, 체력, 자본, 홍보 창구. 강의와 시험에 치이다 보면 개발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나마 학교에 모일만한 공간이 많은 것은 좋지만. 잡다한 경비는 내가 부담하면 되는데, 팀원들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못해주는 것이 미안하다. 거기다 우여곡절 끝에 게임이 나오더라도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는 계속 메일을 돌리고 커뮤니티에 글이라도 올리는데 해외는 아예 답이 없다.


▲ "강의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진 않더라고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言 고생한 만큼 내공이 쌓였겠다. 개발 지망생에게 팁을 공유해달라

김근주: 막연히 게임을 개발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있다. 눈은 높아져있고 구상도 장황한데 문제는 손이 안 따라준다. 꿈이 너무 클수록 목표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마련이다. 우리 팀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서 다 같이 고통만 받다가 끝나버렸던 아픈 경험이 있다.

윤지윤: 처음 기획한 것과 최종 결과물이 똑같은 법이 없다. 기획대로 다 그려놓았더라도 개발 상황이나 여러 요인에 따라서 전부 갈아엎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배경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본래 지금처럼 정적인 화면이 아니라 일렁임이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하나당 이미지가 300장씩 들어가니 용량 문제로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선유: 기획도 원래는 출시 버전의 4배가 넘었다. 실제 정신분열증은 치료 과정에서 본래 인격뿐만 아니라 무엇으로든 통합될 수 있다. 그래서 ‘도로시’ 외에 다른 인격도 저마다 엔딩을 부여하려 했는데 작업량이 지나치게 불어나더라. 3월까지는 무조건 시나리오가 나와야 되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일정을 위해 기획을 축소했다.


▲ "우리 팀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히 판단해야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言 개발작이 하나같이 이색적인데, 주류 장르를 만들 생각은 없나

김근주: 일부러 주류 장르를 배척하진 않는다. 12월 기획회의 때 그런 논의를 많이 했는데, 결국 소위 ‘대세’란 것도 그만한 개발인원과 자본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한다고 결론지었다. 학생 다섯 명이 ‘리니지 2 레볼루션’을 만들겠다고 덤벼봐야 찰흙인형 돌아다니는 3분짜리 데모 정도 나오면 다행이다. 독립 개발팀으로서 남들과 차별화되고 우리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다소 특이한 라인업이 됐다.

言 업계에서 ‘인디’의 개념이 참 모호하다. 각자가 생각하는 ‘인디’란

김근주: ‘인디’의 기준은 보통 자본이 되는데, 그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주류와는 조금 다른 감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핵심 아닐까.

최재혁: 위에서 지시 받은 코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개발하는 것이 '인디' 감성이라고 본다.

윤지윤: 마치 전위 예술처럼 한번도 보지 못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존과 다른 방향이 '인디'의 길이다.

정선유: 정체를 알 수 없는 새싹. 땅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이게 하루에 1m씩 자랄 수도 있고 갑자기 죽어버릴 수도 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되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를 표현하고 주장하면 ‘인디’스러운 분위기가 나오더라.

김윤경: 아트 입장에선 무조건 예쁜 것이 아니라 묘한 것이랄까. 주류 게임이 고대 그리스 미술처럼 절대적인 미를 추구한다면 '인디'는 마치 그림 동화책처럼 느껴진다.


▲ 어느새 이색적인 게임으로 가득 채워진 오내모 스튜디오 라인업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言 오내모 스튜디오로서, 또한 팀원 개개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김근주: 실은 졸업이 임박했다. 일단은 최근 출시한 ‘후엠아이’ 글로벌 버전을 최대한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오는 8월쯤 진지하게 팀원들과 상의할 생각이다. 어쨌든 학생 신분을 벗으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지금은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있는데 팀원들이 함께해준다면 제대로 법인을 내겠다. 혹여 흩어지게 되더라도 어디선가 계속 게임을 개발하겠지.

김윤경: 나도 졸업반이다. 오내모 스튜디오와 쭉 함께했으면 좋겠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게임 아트는 계속할 각오다. 최종 목표는 다양한 게임 장르에 맞춰 나만의 색을 녹여낼 수 있는 아트 디렉터가 되는 것이다.

윤지윤: 아직 졸업까진 한참 남아서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어 전과까지 했기에 지금처럼 개발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최재혁: 프로그래머는 워낙 진로가 다양해서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막연히 구글에 들어가고 싶다는 정도(웃음). 당장은 오내모 스튜디오에 남고 싶다.

정선유: 흘러가는 데로 놔두려 한다. 사운드에 관심이 많아 장차 그쪽 일을 하지 않을까.

言 기말고사 기간에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멋진 출사표를 내달라

김근주: ‘후엠아이’를 괜찮게 봐주고 재미있게 즐겨주는 분들이 많아 기쁘다. 재미란 상대적인 요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오내모 스튜디오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최대한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 그 수단과 소재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부디 기대해주길.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 업계에서 만나길 고대하겠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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