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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이충호·엄재경의 마이러브, 까꿍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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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마이러브 게임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파워 1995년 8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마이러브 게임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파워 1995년 8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1990년대는 한국 출판만화의 황금기였습니다. 지금도 활동하는 수많은 대형 만화가들이 이 때 데뷔하거나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수많은 명작을 낳았죠. 당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가를 떠올려 보자면 이충호와 엄재경 콤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작가는 이충호 첫 장편인 ‘마이러브’ 중반부터 협업을 시작해 대히트를 기록했고, 후속작인 ‘까꿍’ 역시 밀리언셀러가 되는 등 90년대 최고 만화가 반열에 들었습니다.

위 두 만화는 원작 인기에 힘입어 PC 게임화도 됐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원작 인기에 힘입어 어느 정도 잘 팔렸지만 일부 게임은 원작 버프도 무색하게 혹평을 받고 묻힌 작품도 있습니다. 당시 광고들이 게임잡지에 남아있는데, 한 번 보시죠.

벨트스크롤 게임으로 출시된 마이러브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벨트스크롤 게임으로 출시된 마이러브 카오스 대작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첫 작품은 제우미디어 게임파워 1995년 8월호에 실린 마이러브 게임 광고입니다. 만화 팬이라면 친숙한 마이러브 주인공 레오와 다혜, 저승사자X, 개그 캐릭터인 청멍도사와 보바도사 등이 등장합니다. 당시 워낙 재밌게 봤던 만화라 그런지 주요 등장인물들 이름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왼쪽에는 게임 내 그래픽으로 보이는 다양한 유닛들이 조그맣게 그려져 있습니다.

게임 설명을 보면 국내 최초 3인용 게임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말 그대로 컴퓨터 한 대에서 3인까지 로컬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옛날에만 해도 컴퓨터 한 대 앞에 몇 명씩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로컬 멀티요소는 상당히 환영받았습니다. 그러나 키보드 하나로 세 명이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어려웠기에, 사실상 게임패드 한 개 정도는 필수였죠.

이 게임은 원작의 마계여행편을 기반으로 한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으로, 정식 게임명은 ‘마이러브 카오스 대작전’ 입니다. 캐릭터는 위에 나온 레오, 다혜, 저승사자X의 세 명을 선택할 수 있었고, 방향키와 킥, 펀치, 점프 버튼의 조합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쓸 수 있는 커맨드형 게임이었죠. 게임 내에서도 만화와 같은 연출이 다수 나오면서 당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전액션게임으로 제작된 까꿍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대전액션게임으로 제작된 까꿍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마이러브에 이어 나온 게임은 이충호 엄재경 콤비의 후속작인 까꿍입니다. 제우미디어 PC챔프 1996년 10월호에 광고가 실렸네요. 개발사는 위의 마이러브 카오스 대작전과 같은 단비시스템입니다. 사실 단비시스템은 이 작품들 외에도 ‘뱀프 1/2’이나 ‘12지전사’ 등 당시 인기 국산만화 게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였습니다.

까꿍 게임은 전작 마이러브와 달리 대전액션 게임으로 제작됐습니다. 광고에 실려 있듯 총 12명의 캐릭터가 출전하며, 모뎀과 케이블 연결을 통해 무려 멀티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이 게임이 출시된 것이 1996년 11월이니, 나름 선진적인 기술을 일치감치 적용한 게임이었죠. 다만 대전액션 게임이라는 특징 상 느리디 느린 모뎀으로 쾌적한 플레이를 즐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시도만으로 끝났지만요.

다만, 이 게임은 대전격투로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펀치 등 기본기가 너무 강해 전반적인 기술 밸런스가 엉망이었던지라, 대전게임으로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였죠. 시대 탓만 하기엔 1996년은 스트리트 파이터가 ‘제로 2’까지 나왔고, KOF 96, 철권 3, 버추어 파이터 3 등이 출시된 해입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눈이 한껏 높아져 있던 게이머들에게 아무리 까꿍 스킨이 씌워져 있다 해도 완성도가 낮은 대전격투 게임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동용 RPG로 재해석된 까꿍 외전: 죽음의 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아동용 RPG로 재해석된 까꿍 외전: 혼돈의 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까꿍 대전격투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원작에 힘입어 어느 정도 잘 팔린 덕에 두 번째 게임도 나왔습니다. RPG로 방향을 선회한 ‘까꿍 외전: 혼돈의 땅’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은 2000년 6월에 출시됐는데요, 위에 대전격투 게임이 만화 연재 초중반인 1996년에 발매된 것과 달리 만화 1부가 완결된 후 출시된 게임이라 확장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게임은 까꿍 스토리작가인 엄재경이 게임을 위해 새로 집필한 전용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만화 연재중단으로 아쉬워 하던 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시나리오와는 별개로 게임 자체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습니다. 제작사 이름이 키드앤키드닷컴 이라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게임은 아동 타깃으로 제작됐는데요, 그래서인지 당시 주력 구매층이었던 청소년~성인 게이머들에게는 시스템이나 그래픽, 연출 등에서 다소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만화 1부가 완결되고 1년 뒤에 나와서 원작으로 인한 후광효과도 충분히 얻지 못했죠.

까꿍 이후 엄재경은 스타크래프트 해설을 시작해 e스포츠 중계자로 유명해졌고, 2015년 다시 만화 스토리작가로 복귀했습니다. 이충호는 ‘눈의 기사 팜팜’, ‘무림수사대’, ‘제0시 대통령을 죽여라’ 등 다수 작품을 연재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죠. 다만 20년째 연재 중지 상태인 까꿍의 경우 2018년쯤 두 작가가 재연재 가능성을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까꿍 재연재가 이루어진다면 지금 시대에 맞춘 새로운 게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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