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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픽, 웹툰과 웹소설에 인터렉티브 요소가 더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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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픽'과 '킹덤', '하트시그널'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토리픽'과 '킹덤', '하트시그널'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작가가 구성한 스토리만 따라가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이야기 전개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유행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말할 것도 없으며, 네이버나 넷플릭스에서도 인터렉티브 무비를 직접 제작할 만큼 널리 퍼지고 있다.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컴투스가 지난달 31일에 출시한 스토리게임 전문 플랫폼 스토리픽은 이 같은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데이세븐이 출시해오던 각종 여성향게임은 물론, SF나 추리, '킹덤'이나 '하트시그널'같은 유명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남녀노소 누가 와도 하나쯤은 좋아할 만한 스토리게임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 '스토리픽'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매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이야기들

스토리픽은 데이세븐에서 개발하고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스토리게임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이름답게 수많은 게임들이 한데 모여 있다. 전반적으로 웹툰이나 웹소설이 모여있는 네이버 웹툰, 레진코믹스 같은 플랫폼을 생각하면 편하다. 각 요일별로 게임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시간에 맞춰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대여권을 소비해 뒷이야기를 감상할 수도 있으며, 소유권으로 해당 에피소드를 영구적으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 스토리픽에 접속하면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뒤 그에 맞춰 작품을 하나 추천해준다.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에 가까운 '춘삼포차'나 '첫사랑에 대하여' 같은 작품부터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실 땋아 련 잇고', SF 장르 '라스트맨', '더 존', 스릴러 장르의 '리스트', '칼리' 같은 작품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 공포 장르인 '안개의 잠긴 숲'이나 '기이한 이야기'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아직 업데이트되지는 않았지만 추후에는 유저의 평소 취향을 분석해 작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시스템도 마련될 예정이다.

추천받은 게임을 클릭하면 간단한 튜토리얼이 진행된다.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 형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미지와 함께 텍스트가 출력되고,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선택지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게임 진행에 필요한 재화로는 젬과 에너지가 있다. 젬은 새로운 의상을 얻거나 이야기의 중요한 분기점을 담당하는 선택지를 열 때 필요하고, 에너지는 등장인물과의 호감도를 올릴 때 사용하게 된다. 참고로 모든 게임은 UI와 재화, 에너지를 공유한다. 가령 한 게임에서 재화를 몽땅 소비해 버리면 다른 게임에서는 의상을 얻지 못하거나 원하는 캐릭터의 호감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젬과 에너지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 처음 게임을 실행하면 간단한 설문조사와 함께 게임을 추천받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모든 게임이 재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랫폼을 표명했다시피 스토리픽 내의 모든 게임은 나름대로 통일감이 있다. 동일한 UI를 사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게임이 시작되는 방식도 비슷하다. 어떤 작품이든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의 이름과 헤어스타일, 의상을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원한다면 자기 이름을 주인공에게 부여할 수도 있다. 이 덕분에 하나의 플랫폼에서 즐기는 게임이라는 통일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이 플랫폼이 ‘인터렉티브’ 스토리게임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플랫폼 전체 콘텐츠 분량이 보이는 것보다 굉장히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수집 요소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호감도 상승이나 분기 선택은 단순히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넘어서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스핀오프' 콘텐츠나 희귀 일러스트레이션 수집 등으로도 연결된다. 가령 여자 주인공과 산책을 나가는 선택지를 누르면 호감도가 오름과 동시에 벚꽃을 본 여자 주인공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식이다. 1회 엔딩을 본 뒤에 진행할 수 있는 분기도 따로 있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 요소도 있다.

▲ 게임마다 일러스트를 수집하는 요소도 많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핀오프 같은 스토리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게임 하나하나가 훌륭한 완성도

그렇다면 게임 별 완성도는 어떨까? 스토리픽이 처음 소개됐을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 두 개를 선정하라면 역시 킹덤과 하트시그널이 있겠다.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 드라마와 종편 예능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데이세븐에서 제작한 작품들 대다수가 로맨스 물이 많았던 만큼 두 작품이 스토리게임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당시 어떤 형태가 될지 사뭇 예상하기 힘들기도 했다.

위 두 작품을 플레이 해 본 결과, 스토리픽의 진행방식과 문법을 잘 따르면서도 원작의 개성을 잘 담아냈다. 킹덤의 경우는 원작에서 배신을 하거나 별다른 소통이 없던 등장인물의 호감도를 올려 원작과는 다른 전개를 그려낼 수 있다. 물론 호감도와 상관없이도 유저 선택에 따라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한다. 가령 주인공 이창이 선택에 따라 스토리 초반에 강녕전에서 좀비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원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그려지는 식이다.

▲ 킹덤의 경우 원작 배우들의 얼굴을 개성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트시그널은 정통 연애 시뮬레이션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트 시그널은 본래 관찰 예능이었던 원작 프로그램과 달리 정통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탈바꿈했다. 플레이어는 하트시그널의 출연자가 되어 시그널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원작에도 있던 시그널 하우스의 규칙에 따라서 한 달 동안 다른 남성 출연자들과 '썸'을 타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매일 밤 얼마나 많은 문자를 받느냐로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데이트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등만 봐도 확실히 전통적인 방식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안개에 잠긴 숲'과 '기이한 이야기' 등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일종의 공포물인데, 전개 방식부터 그래픽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별다른 무서운 묘사나 표현 없이도 적절한 텍스트와 효과음, 약간의 그래픽을 통해서 스산한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안개에 잠긴 숲은 별거 아닌 상황임에도 게임 내내 화면에 뿌옇게 보이는 안개로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섭게 몰아간다. 

▲ '기이한 이야기', '안개에 잠긴 숲' 외에도 재밌는 작품이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유명 IP 없이도 완성도 높은 플랫폼

작정하고 즐기면 온종일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분량도 많고, 게임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 화 분량이 다소 감질나게 적다는 점에 있다. 13일 기준으로 대부분의 게임들은 2화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는 제대로 작품을 즐길 수가 없다. 물론 1화 분량이 드라마처럼 만족스럽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한 화의 분량이 너무 적고 이야기 전개가 더디다 보면 게임을 즐길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장르 편향이 심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출범 초기고 데이세븐 과거 인기작들도 스토리픽에 편입되어 있다 보니 연애 장르가 대다수다.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스토리픽에 대한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게임 진행 방식과 UI가 전반적으로 다 비슷하다는 것은 통일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게임만의 특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굉장히 작은 차이가 그 게임만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컴투스가 데이세븐과 함께 스토리게임만으로 구성된 플랫폼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킹덤이나 하트시그널을 제외하면 플랫폼 자체는 큰 주목을 못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스토리픽은 굳이 유명 IP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색다른 플랫폼이었다. 특히나 평소 인터렉티브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게이머나, 웹소설이나 웹툰을 매일 한두 편씩 챙겨보는 유저라면 스토리픽은 그에 필적할 만한 존재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 스토리픽은 매우 완성도 높은 인터렉티브 스토리게임 플랫폼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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