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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GTA 러슬러, 매력적 세계관으로 덧칠했지만 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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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슬러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교와 봉건제, 흑사병은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소재들이다. 교회의 권력이 막강했고, 이단 색출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심심치 않게 행해졌으며, 부정부패 역시 빈번하게 일어났다. 귀족들은 쌍무적 계약관계로 기사들과 계약해 장원을 유지하고 농노들의 일탈을 막았다. 더불어, 흑사병의 창궐로 유럽 전체 인구 1/3이 죽는 등 고통에 시달렸던 시대이기도 하다.

러슬러는 이렇게 색채 강한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특유의 병맛 같은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중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익히 알려진 대로 GTA 2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이보다 더 짙은 색을 지닌 시대상이 게임에 재미를 더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역사라는 페인트 속에 유머와 범죄를 한 바가지 첨가해 내용적 단점을 어느 정도 덧칠한 게임이었다.

▲ 러슬러 라이브 트레일러 (영상출처: 줏수 게임즈 공식 유튜브)

중세와 현대를 섞어 표현한 러슬러만의 색감

러슬러는 오프닝부터 게임의 방향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랩을 선보이는 바드들과 곳곳에 꽂혀 있는 현대식 표지판, 몸에Horse라고 새겨진 젖소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 등을 보면 약을 거하게 첨가했다는 느낌이 여실히 다가온다. 이러한 풍경은 암울했던 중세 유럽에 현대 문화를 곁들인 러슬러 특유의 색채를 시작부터 확실히 전달한다.

'약 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플레이 도중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에는 중세의 자동차 역할을 하는 말을 주차(주마인가?)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구비돼 있다. 혹시라도 주마금지 구역에 말을 세워 놓으면 어느 순간 누가 가져간 것인지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필연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게임인 만큼 문제가 생기면 기사들이 몰려오는데, 붉은색과 푸른색 빛을 깜빡이며 달려오는 말을 보고 있으면 경찰이나 FBI가 생각나기도 한다.

시선을 돌려 보면 마을 건물에 엉클샘 패러디 벽화가 새겨져 있고, 벽 곳곳에 ‘왕의 기사가 돼라’, ‘왕은 엿이나 먹어라’ 등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반항적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그래피티들도 눈에 띈다. 녹십자 마크를 단 구급 마차가 거리를 질주하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러슬러는 두 시대를 섞어 거부감을 줄이고 재미를 더했고, 이는 게임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수단이 됨과 동시에 러슬러만의 고유한 장점이 됐다.

▲ 바드가 한 번 랩을 시작하면 맞거나 죽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말을 위한 전용 주마 공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GTA의 경찰차는 러슬러에서 경찰마로 바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녹십자 마크는 중세 시대상에 비춰 보면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Fuck the King은 두 가지 뜻이 공존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러슬러에서 나타나는 중세 시대상, 그리고 패러디 

러슬러도 엄연히 스토리가 존재한다. 하나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퍼져 있는 서브 퀘스트들을 수행함으로서 조금 일그러진 시대상과 여러 패러디들을 맛볼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중세 유럽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기에, NPC들의 대화나 설명되지 않고 넘어가는 배경 등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중세 유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어느 정도 요구된다.

일단 교회의 힘이 강했던 시기기에 주교와 신자들의 대화에서 부정부패나 업신여김이 묻어나온다. 그들은 퀘스트를 통해 무언가를 훔쳐오거나 빼앗아 올 것을 당연하게 요구하는데, 여기서 당시 중세 교회의 권력과 사리사욕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종교 심문이나 마녀 사냥 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건들을 스토리에 담음으로써 ‘내가 이런 시대에서 플레이하고 있구나’를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물론 부정확하거나 재미를 위해 비튼 내용도 많지만, 시대상 표현 요소들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흑사병 역시 중세 유럽에서 뺄 수 없는 내용이다. 러슬러에서는 이를 시민들의 행동으로 표현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끊임 없이 기침 소리가 들려 오는데, 근원을 찾아 보면 주변에 있는 시민이다. 마을 곳곳에서는 시체를 싣고 어딘가로 향하는 마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황상 병에 걸려 죽은 이들로 추정된다. 여기에 특수한 목적을 위해 시체를 사는 상인도 존재해, 재미를 추구한 게임임에도 암울한 모습을 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여러 패러디도 게임 속에 여럿 들어 있다. 가장 유명한 부분은 영화 '몬티파이튼과 성배'에 등장하는 흑기사와의 전투 장면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기사들의 멍청하면서도 충성스러운 모습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전자만 부각되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패러디들은 게임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 다른 패러디를 찾아 맵을 탐험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 일부 중세 주교들은 신을 내세워 악행을 일삼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파리 날리는 시체 한 구가 실려가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 유명한 몬티파이튼과 성배 흑기사 패러디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면은 달고, 뒷면은 썼다

독특한 콘셉트와 시대적 배경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게임 플레이적으로 접근하면 단점이 많이 보인다. 서두에서 매력적 세계관으로 게임성 단점을 덧칠했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큰 불편함과 반복 요소, 여러 불합리한 상황 등으로 변해 플레이어를 덮쳐온다.

우선 한국어 번역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어찌저찌 대화의 흐름은 이해 가능하지만, 스토리에 집중하고 게임을 파악해야 하는 플레이어로서는 구글 번역기를 사용한 듯한 텍스트와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반말과 존댓말, 심지어 텍스트가 깨지는 오류 등으로 몰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퀘스트 비중이 높은 만큼 말이 필수적인데, 불편한 조작감은 넘어가더라도 탑뷰 형식 카메라 구도에 비해 말의 이동속도가 너무 빨라 주변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을에서 이러한 단점이 부각되는데, 맵을 달리다 실수로 사람을 치기라도 하면 즉시 현상수배가 걸린다. 문제는 말의 속도에 비해 피할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 시간 제한이 있는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면 겹치는 악재에 짜증이 절로 난다.

이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러슬러의 퀘스트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죽이거나 약탈하는 것의 반복인데,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퀘스트명만 다를 뿐 과정은 똑같아 지루함을 유발한다. 콘텐츠적 부분은 추가 패치를 통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이렇게 텍스트에 ㅁ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앞에 있는 경비병의 1초 후를 설명하시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작 방식은 여러 가지가 준비돼 있으나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덧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체적으로 러슬러는 중세와 현대가 결합되고 위트 있는 블랙 유머까지 더해진 흥미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보조해야 할 게임 플레이 면에서 제대로 받쳐 주지 못했다. 처음엔 중세 GTA를 하는 것 같은 재미로 단점을 덮어놓고 플레이 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 덧칠이 벗겨지는 속도가 빨랐다. 그렇다고 가격 대비 즐길 거리가 넘치는 가성비 게임도 아니다.

앞서 해보기를 충분히 거친 게임으로서 이러한 결과물은 사실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잘못된 것이 아니기에 몇 차례의 개선을 통해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일단 설정 자체는 굉장히 참신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훗날이 기다려지는 게임이다. 앞으로의 방향이 명확한 만큼 GTA 못지 않은 명작으로 하루 빨리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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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롤플레잉, 액션
제작사
줏수 게임즈
게임소개
‘러슬러(Rustler)’는 중세풍 GTA 2를 표방하고 있다. 심지어 게임의 부제는 자동차 대신 말을 훔쳐 탄다는 의미인 ‘그랜드 테프트 호스’다. 실제로 러슬러는 탑뷰 방식의 시점부터 게임플레이까지 GTA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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