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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선정 기준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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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세부 종목이 발표됐다 (사진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e스포츠계 오랜 숙원 중 하나는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e스포츠를 제도권에 올리기 위한 업계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다. 이후 2018년에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채택된 것에 이어 내년 9월에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며 'e스포츠 정식 체육화'가 성킁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 9일 발표된 e스포츠 세부 종목이 도마에 올랐다. 종목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시안게임에는 정식 종목 8종과 시범 종목 2종를 합쳐 게임 10종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정식 종목은 도타 2,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왕자영요, 몽삼국 2, 하스스톤, 스트리트 파이터 5,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A 피파 시리즈다. 전체적으로 AOS만 4종으로 특정 장르에 쏠려 있고, 국내외에서 여러 대회가 열리고 있는 FPS는 아예 없으며, 슈팅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만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장르 쏠림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 다수에서 출전이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게임에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롤, 도타 2,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하스스톤,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이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대회가 활성화되어 있다. 반면 왕자영요와 몽삼국 2는 중국 한정으로 유저풀이 형성되어 있는 종목이며 중국 외 나라에서는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 특히 몽삼국 2는 중국에서만 서비스되는 게임이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선수를 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각 e스포츠 세부 종목에는 메달이 걸려 있다. 따라서 공정한 대결을 위해서는 종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아시안게임 출전국 중 일정 이상 국가에서 서비스 중인지, 그 중에도 대표 선수를 선발할 정도의 유저풀을 확보하고 있는지, 여러 국가에서 e스포츠 대회 활성화되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중 일부는 특정 국가에 무게가 실려 있다.

▲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설정한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출처: OCA 공식 홈페이지)

e스포츠 세부 종목을 선정한 아시안e스포츠연맹은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일명 OCA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각 종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올림픽 정신에 입각하되, 개최국 인프라나 입지 조건 등에 맞춰 선정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 쉽게 말해 명확한 규정은 없으며 OCA가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

다만 e스포츠의 경우 전통 스포츠와 달리 세부 종목 선정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축구, 야구 등과 같은 전통 스포츠 종목의 경우 종목 자체에 특정 기업이 관련되어 있지 않으나 e스포츠의 경우 특정 게임사에서 만든 게임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서비스 지역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국가대항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종합 대회의 경우 출전국 상황을 고려한 공정한 세부 종목 선정이 요구되며, e스포츠 업계 및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선정은 납득할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아시아 지역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없는 종목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OCA는 2017년에 열린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각국 e스포츠 협단체가 아닌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스포츠와 대회를 운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대회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기존에도 대회 운영이 편향됐다는 논란이 일어났던 만큼 2022 아시안게임에서는 세부 종목 선정 등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으나 이번에 선정된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도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화와 올림픽 입성을 노리고 있다면 그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 종목 선정 역시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부분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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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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