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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로 서버 정책 정하는 ‘히트 2’ 조율자의 제단,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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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율자의 제단은 '히트 2'의 대표 콘텐츠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히트 2가 출시 전부터 야심 차게 내세운 '조율자의 제단'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땐, 양날의 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플레이어가 직접 서버의 규칙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투표권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결국엔 과금 유저만을 위한 제도로 남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히트 2가 출시된 일주일 차에 조율자의 제단을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자면, 이 콘텐츠는 단순한 몰입용 장치가 아니었다. 서버 운영의 주도권을 플레이어에게 쥐어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구체적인 반응과 MMORPG를 즐기는 사람들의 성향까지 체크할 수 있는 영리한 콘텐츠였다. 개발사가 잘만 활용한다면 운영의 묘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였다. 

▲ 조율자의 제단에 대해 알 수 있는 히트2 소개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유저들이 직접 규칙을 제정하고 있다

조율자의 제단은 메인 퀘스트 중 2장 첫 단계를 클리어하면 개방된다. 사실 투표권을 얻기 위해선 추가적인 플레이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진 메인 퀘스트만 잘 따라가도 레벨 20 정도에 해금할 수 있다. 더불어 굳이 해금하지 않더라도 처음 서버 접속 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단의 규율에는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명시해준다.

조율자의 제단의 투표 안건은 총 세 가지로 나뉜다. 각각 필드 채널 규칙, PK 패널티 규칙, 부활 규칙으로 분류돼 있다. 필드 채널 규칙은 HARD 채널을 제외한 다른 필드를 안전 지역으로 할지, 필드 사냥 보상을 높일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PK 패널티 규칙에선 무작위 PK를 어떤 식으로 방지할지 정할 수 있다. 부활 규칙은 사망 시 마을에서 대기시간 없이 부활할 수 있게 하거나 대기시간은 있지만 제자리에서 부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



▲ 조율자의 제단 대표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잘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모든 안건은 결국 안전과 보상 사이에서 균형을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나 필드 채널 규칙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이를 물어보고 있다. 필드를 안전 구역으로 설정할지, 아님 안전을 포기하는 대신 경험치 등의 보상을 추구할지가 투표 항목이다. PK 페널티 안건도 마을 등에서 경비병들의 비호를 받을 것이냐, 아니면 학살자 추적 기능을 살려서 직접 복수를 하고 보상을 받을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내용이 이렇게 구성돼 있다 보니, 각 항목은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필드에 안전 구역이 없더라도 학살자 등장 시 경비병들이 이를 방어해 줄 수 있고, 필드 보상을 포기한 경우엔 제자리 부활을 통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식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유저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투표 결과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안전보다는 보상을 추구했다. PK 기능을 상시로 활성화하더라도 필드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길 원한 것이다. 이는 게임 출시 전에 진행된 1차 투표에서도 드러났으며, 이후 1주일 동안 아니카 4 서버에서 진행된 투표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3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투표에서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더 추구하는 셈이다.

▲ 유저들은 전반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PK 페널티 규칙에선 변화가 생겼다. 첫 투표에선 분명 과반수가 넘는 유저들이 경쟁을 선택했다. NPC의 도움을 받아 PK를 저지른 유저를 바로 처단하는 것에는 18%만 투표했을 정도였다. 초반에는 모든 서버에서 이 규율이 적용됐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표 내용을 보면 아니카 4 기준으로 NPC가 PK를 저지른 유저를 처단하자는 규율이 89%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서버의 특징일 수 있지만, 첫 투표랑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아무래도 그 짧은 시간 동안 PK에 데인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활 규칙은 대부분의 유저가 비용을 조금 지급하더라도 제자리에서 부활하는 효과를 선택했다. 다만, 아니카 4 서버는 현재 제자리 부활 대신 즉시 부활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이는 아직 각종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에 필드 보스나, 레이드 등을 진행할 때 굳이 비용을 써가면서 제자리 부활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곧 공성전이 시작될 예정인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표를 보면 제자리 부활이 66%로 더 많은 득표수를 보이고 있다. 

게임에 주인의식을 갖게 된 유저들

넥슨은 출시 전부터 위에서 나열된 세 가지 규칙 외에 새로운 4번째 규칙을 공모 받았다. 당시 게시판에 올라왔던 내용 중에는 보스 및 정예 몬스터 보상 분배, 수동전투 유저에게 경험치 버프 적용 같은 규칙 등이 있었다. 재밌게도 한 유저는 블랙리스트 효과라 해서 욕설이나 비방,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유저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하자는 규칙을 주장하기도 했다. 

▲ 조율자의 제단 규칙 공모전을 진행했던 운영진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이런 지점들을 보면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보상과 관련된 규칙뿐만 아니라 위처럼 게임의 원활한 운영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저들이 직접 게임의 정책에 참가할 수 있는 만큼 이 게임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 콘텐츠에 참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아직 새로운 투표 주제에 대해서 발표되지 않았지만, 단순히 보상과 관련된 내용만 규칙으로 추가되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여전히 경매장을 통해 투표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리 좋은 규칙이 안건에 올라온다고 한들 한 명의 유저가 큰돈을 써서 투표권을 매점한 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규칙을 정할 수 있는 위험이 남아 있는 셈이다. 물론 이를 제한하는 투표가 선행돼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운영진이 제단 규칙 제정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언젠간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조율자의 제단이란 콘텐츠 자체의 의미가 다소 퇴색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조율자의 제단은 지금까지는 제법 그럴싸하게 잘 작동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에게도 게임에 몰입할 수 있고,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좋은 요소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이 기조를 끝까지 유지해서 국내 게임업계의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 투표권 거래가 추후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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