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지난 5일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도를 넘은 악플 작성자에 대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어떤 경우에도 선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조금만 부진하거나 아쉬운 플레이를 하면, 선수를 욕설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SNS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단 e스포츠 선수 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 성우, 연기자, 가수, 코스프레 모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러한 악성 댓글(악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팬이라도 그 관심이 지나쳐 특정 선수나 그 가족에 대해 욕설, 비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입니다.
그렇다면 악플은 어떤 죄로 처벌될까요? 그 내용에 따라 적용되는 범죄가 달라집니다.
① 그 내용이 단순히 경멸적인 감정의 표현이라면 모욕죄로 처벌됩니다. 예를 들어, "X라이", "개XX", "X발X", "듣보잡", "정X병자", "병X", "대리충"과 같은 욕설은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② 만약 악성 댓글 내용이 허위가 아닌 사실이더라도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라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됩니다. 예를 들어, "이 선수는 사생활이 문란하다", "마약을 했다", "후배 선수에게 폭언을 했다", "성매매 전과가 있다"와 같은 표현은 설령 거짓이 아니더라도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물론 허위정보일 경우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③ 만약 악성 댓글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내용이라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꼭 여성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남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댓글도 처벌대상이 됩니다.
악플을 달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까요? 모욕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기소유예나 벌금형 정도에 그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거나 악플 개수가 많다면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악플러에 대한 대표적인 형사처벌 결과를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위 결과표에서 첫 번째로 소개한 징역 2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다. 한 사람의 인격과 일상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이른바 스토킹 범죄는 그 자체로 죄책이 매우 무거울 뿐만 아니라, 유명인으로서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피고인의 각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장기간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 지낸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소와 수사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자를 향한 조롱행위를 지속했다'라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두 번째에 소개한 징역 10개월이 선고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는 연예인으로서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것을 염려하면서 장기간 정신적인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한 사람의 인격과 일상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범죄로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라며 실형을 선고했죠.
세 번째에 소개한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징역 10개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형을 줄여달라며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은 징역 10개월이 부당하게 과중하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심 법원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사이버공간에서 이른바 악플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데다가, 삐뚤어진 군중심리에 편승하여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을 헐뜯고 박해하면서 소외시키는 이른바 왕따현상 등이 엄존하는 현실 하에서 장차 사이버공간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는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한 비슷한 유형의 불행한 일(매우 잘못된 범죄 행위)이 재발될 사회적 위험성이 비교적 큰 편이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사건 범행과 같이 우매한 짓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서라도 일벌백계의 처방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하며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해 징역 10개월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아울러 악플을 달아 형사재판을 받는 경우에는 실형을 면한다고 하더라도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명령이 부가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보호관찰을 명하는 판결을 받게 되면, 수시로 보호관찰관의 전화 지도를 받고 준수사항을 이행해야 합니다.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구속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호관찰관의 전화를 귀찮다며 받지 않다가 구속된 사례도 있습니다.
악플을 단 사람이 미성년자라도 형사처벌 가능하다
만약 미성년자가 악플을 달았다면 어떻게 처벌될까요?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 미성년자이므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만 10세 이상이라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촉법소년이라고 부르는데요, 소년보호처분에는 소년을 소년보호기관에 위탁하는 감호위탁처분, 소년을 보호관찰소에 보내는 보호관찰처분, 소년원에 보내는 소년원 송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보호처분을 받으면 전과기록은 남지 않지만 수사기록은 평생 남습니다.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만약 초범이고 악플이 1개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라면,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즉결심판에 의해 20만 원 이하 벌금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란 예를 들어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하는 악성 댓글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해주는 것입니다. 이어서 즉결심판이란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단하게 벌금을 선고하는 절차이며, 즉결심판에 의해 벌금을 선고받는 경우 이에 불복하지 않는 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과가 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악플 수위가 높거나 악플 수가 많다면 기소유예나 즉결심판과 같은 선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라면 성인과 동일하게 벌금형이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고, 즉결심판이 아니라 검사의 공소제기에 의해서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전과가 남습니다.
초범인 미성년자는 악플을 달아도 형사상 선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미성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면 승소할 수 있을까요?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책임능력이란 본인 행위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변식할(분별하여 알다) 능력을 말합니다. 고등학생이라면 민사상 책임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가능합니다.
중학생의 경우에는 책임능력이 있는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책임무능력자라고 판단한 판례도 있고, 책임능력이 있다고 한 판례도 존재합니다. SNS를 통한 모욕 사건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책임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있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SNS에 모욕적인 글을 공개할 때에는 타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음을 예측할 정도의 판단능력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초등학생은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을 상대로 승소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악플러의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책임무능력자인 미성년자의 부모는 자녀를 감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감독의무자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초등학생인 자녀의 보호감독자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악플을 단 미성년자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어서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부모가 자녀 행위에 대해 항상 민사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그 과실과 손해 발생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미성년자가 부모 계정을 이용해 악플을 달았다면, 부모는 감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성년자인 악플러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부모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부모도 민사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부모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판례도 있는데, 이 판례는 '미성년자가 비행을 저지른 전력이 없고 행실이 불량한 적도 없어서 자녀의 비행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악플에 대한 민사상 위자료 액수는 악플 내용과 수위 및 피해 정도에 따라 적게는 5만 원부터 많게는 300만 원까지 인정되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아 괴롭힌 경우에는 위자료 1,000만 원 이상이 인정된 경우도 있죠.
최근에는 미성년자들이 큰 죄의식 없이 악플을 달았다가, 형사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옵니다. 경찰서에는 미성년자가 부모와 함께 출석해야 하고, 민사 재판에서도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한 부모가 출석해야 합니다.
프로게이머, 연예인, 운동선수, 유튜버들이 악플에 대해서 예전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만 명이 넘는 악플러를 상대로 모두 법적인 조치를 취한 사례도 있으니, 남들이 악플을 작성한다고 하여 따라서 죄의식 없이 악플을 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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