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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몬스터 말고 더 있다, 게임 상표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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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에너지가 자사 게임 다크 디셉션: 몬스터 앤 모탈스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몬스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힌 빈센트 리빙스 대표 (자료출처: 빈센트 리빙스 대표 트위터) 

3월 29일, 인디게임 '다크 디셉션: 몬스터 앤 모탈스'의 개발자 빈센트 리빙스는 에너지음료 회사인 몬스터 에너지 컴퍼니(이하 몬스터 에너지)로부터 상표권 침해 금지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몬스터 에너지는 몬스터 앤 모탈스 게임 이름에 몬스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요, 몬스터 에너지는 과거에도 몬스터가 들어간 상표에 대해 수차례 법적 분쟁을 야기한 적이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사건이 있었습니다.

① MONSTER ENERGY(몬스터 에너지)와 몬스터길들이기

몬스터 에너지는 2017년 넷마블의 몬스터길들이기 상표가 몬스터 에너지의 MONSTER ENERGY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넷마블을 상대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 몬스터 에너지(좌)와 몬스터길들이기(우) (자료출처: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MONSTER ENERGY와 몬스터길들이기에 모두 포함된 MONSTER라는 부분은 그 식별력(이 상품과 다른 사람의 상품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인정하기 곤란하거나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으며, 두 상표는 그 외관, 호칭 및 관념이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몬스터 에너지의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넷마블은 몬스터길들이기 상표에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몬스터 에너지는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대법원에도 상고했지만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역시 패소했습니다.

▲ 몬스터 에너지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패소했다 (자료출처: 대법원 사건검색 페이지)

몬스터 에너지는 왜 패소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MONSTER 혹은 몬스터라는 단어는 식별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MONSTER 부분이 식별력이 없기 때문에, MONSTER만을 가지고 상표의 유사성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특허법원은 기존에 디지털 몬스터(DIGITAL MONSTER), 포켓 몬스터(POCKET MONSTER), 펀치몬스터와 같이 MONSTER를 포함한 상표 다수가 등록되어 있기에, MONSTER나 몬스터는 식별력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이를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식별력이 미약하거나 없는 단어는 독자적으로 상표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상표 전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두 상표는 유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허법원은 두 상표 외관이 다르고, 호칭도 비슷하지 않으며, MONSTER ENERGY의 경우 괴물 에너지, 괴물과 같은 힘과 같은 의미로 인식되는 반면, 몬스터길들이기는 괴물을 잘 가르쳐서 부리기 좋게 하거나 따르게 만들다라는 의미로 이해되기에 그 관념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봤습니다.

② Friends(프렌즈)와 프렌즈게임즈

게임에서 프렌즈라는 단어 역시 식별력이 약하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서비스를 위해 프렌즈게임즈라는 상표를 출원했는데, 특허심판원은 먼저 등록된 상표인 Friends와 호칭 및 관념이 유사하고, 지정상품도 비슷하므로 프렌즈게임즈라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Friends라는 상표는 레고 쥬리스 에이/에스가 출원한 상표인데요, 이 상표 역시 지정상품으로 온라인게임업 등이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 레고 쥬리스 에이/에스의 프렌즈(좌)와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게임즈 (우) (자료출처: 키프리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과 달리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게임즈 상표는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허법원은 구글 플레이에서 프렌즈 또는 friends를 포함하는 앱 수십여 개가 검색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프렌즈는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이 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상표가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법원은 프렌즈게임즈는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고 봤죠.

③ 千年(천년)

온라인게임에서 천년이라는 상표를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액토즈소프트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위해 千年(천년)이라는 상표를 출원했으나 상표등록을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특허법원은 천년이란 아주 오랜 세월과 관련된 게임의 서사를 나타내기 위해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용어이고, 실제로 표제(제목) 내지 부제에 천년이 포함된 게임이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토대로, 천년이라는 상표는 지정상품과 관련해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본적인 한자에 불과한 상표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죠. 결국 千年(천년)이라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었습니다.

▲ 법원은 천년이라는 상표는 식별력이 부족하고, 흔히 사용되는 한자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자료출처: 특허법원 2019허4291 판결문)

④ 레볼루션(REVOLUTION)

컴퓨터 게임에서 REVOLUTION 역시 식별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넷마블은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REVOLUTION이라는 상표를 출원했지만,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을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넷마블은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법원 역시 REVOLUTION이라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넷마블이 신청한 레볼루션에 대한 상표등록 거절 결정 (자료출처: 키프리스)

특허법원은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리니지 II: REVOLUTION을 출시했고, 이 게임이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상당히 알려져 있었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리니지가 갖는 강한 식별력을 고려하면 REVOLUTION만으로는 식별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REVOLUTION이라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죠.

⑤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fantasy LIFE mabinogi)와 판타지 라이프(FANTASY LIFE)

이번에는 일본 판례인데요, 온라인게임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fantasy LIFE mabinogi)에서 '판타지 라이프(fantasy LIFE)' 부분은 식별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게임 개발사 레벨파이브는 판타지 라이프(FANTASY LIFE)라는 상표를 출원했는데, 넥슨의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와 유사한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좌)와 판타지 라이프(우) (자료출처: 일본 특허정보플랫폼 J-PlatPat)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판타지라는 표기는 온라인게임의 장르로 이해되고, 판타지 라이프 역시 온라인게임의 특정 품질, 즉 공상의 삶·생활을 체험하는 게임을 기술하는 것이므로, 식별력이 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전체를 놓고 보면 두 상표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으며, 두 상표는 유사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지금까지는 게임 상표가 유사하지 않다고 본 판례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비슷하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⑥ 스타크래프트(STARCRAFT)와 오리온 스타크래프트(ORION STARCRAFT)

과자 상표에 게임 상표인 스타크래프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동양제과는 2000년 오리온 스타크래프트(ORION STARCRAFT)라는 과자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게임 스타그래프트의 출원자인 데이비드슨 앤드 어소시에이트스 인코포레이티드는 동양제과를 상대로 상표등록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 스타크래프트(좌)와 오리온 스타크래프트(우) (자료출처: 키프리스)

특허법원은 동양제과가 오리온 스타크래프트 상표를 출원할 당시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현저하게 알려진 저명상표에 해당하고, 두 상표는 서로 유사한 상표에 해당하며, 스타(STAR)와 크래프트(CRAFT)는 빈번하게 쓰이는 용어이지만 그 조합인 스타크래프트는 하나의 조어로서 그 사용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특허법원은 동양제과가 저명상표인 스타크래프트를 모방하여 상표를 출원·등록한 것이므로, 해당 상표는 등록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동양제과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특허법원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⑦ Ani-pang과 ANIPANG

전기음향기기나 화장지 상표에 게임 상표인 애니팡을 사용할 수 없다는 판례도 소개합니다. 굳앤조이는 2013년 전기음향기기, 음반, 화장지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애니팡(Ani-pang)이라는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모바일게임 애니팡(ANIPANG)을 서비스한 위메이드플레이(선데이토즈)는 위 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상표등록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 상표등록이 무효로 처리된 굳앤조이의 애니팡 (자료출처: 키프리스)

특허법원은 모바일게임 애니팡이 출시일인 2012년 7월 30일로부터 2개월만에 시장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관련 보도나 수상경력 등을 보더라도 통상의 게임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애니팡은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선데이토즈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굳앤조이의 애니팡(Ani-pang)이라는 상표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선데이토즈 것으로 오인·혼동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해당 상표는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어 상표등록이 무효라고 했습니다.

⑧ 放置少女(방치소녀)와 방치소녀

일본에서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다른 회사 게임 상표를 모방해 국내에서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소녀 캐릭터를 육성하는 일본 게임 放置少女(방치소녀)는 2017년 3월에 출시됐고, 다운로드 수 495만 회, 매출 순위 1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게임 상표는 일본에서 2017년 12월에 출원됐고, 게임 상표에는 여성이 활을 당기는 모습을 배경으로 그 위에 放置少女(방치소녀)라는 글씨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국내 게임 개발사 스마트나우는 2018년 10월 방치소녀라는 상표를 국내에서 출원했습니다. 국내 게임 방치소녀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소녀 캐릭터를 전투 등을 통해 육성하는 방치형 게임으로서, 일본 게임 放置少女(방치소녀)와는 시대 배경이 달랐습니다.

▲ 일본 방치소녀(좌)와 한국에서 상표로 등록하려 했던 방치소녀(우) (자료출처: J-PlatPat/키프리스)

하지만 국내 특허법원은 방치소녀라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방치소녀는 放置少女(방치소녀)를 한글 음역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모바일 게임 서비스업 등에 사용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그 출처에 관하여 오인 내지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방치소녀라는 상표는 이미 일본 소비자 사이에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알려진 放置少女(방치소녀)를 모방함으로써 이에 편승하고자 하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결국 상표 등록이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지금까지 게임 상표권 관련 판례 8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몬스터, 프렌즈, 천년, 레볼루션(REVOLUTION)과 같이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자타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이 약하기 때문에, 특정인이 상표로 독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타사 게임 상표에 몬스터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등록이 무효라거나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죠.

몬스터처럼 식별력이 약한 단어가 들어간 두 상표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상표 전체를 가지고 판단합니다. 쉽게 말하면, 몬스터라는 단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표 도형의 형태, 문자의 구성, 서체, 호칭, 의미 등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반면 스타크래프트, 애니팡과 같이 타사의 널리 알려진 게임 상표를 모방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될 수 없고, 상품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 역시 등록거절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당할 뿐만 아니라, 상표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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