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이트 노벨 및 웹소설의 주류 중 하나는 회귀물 혹은 루프물이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무력하게 끝을 맞이하고, 과거로 돌아가 과거 진실을 파헤치며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독자로 하여금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루프물 특징은 ‘이전에 벌어졌던 일’을 이미 알고 있기에 가능한 대처에 있다. 하지만 과거에 발생한 일이 주인공이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면 어떨까? 이처럼 혼란한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면? 끊임 없이 변화하는 살인사건 루프 속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추리 어드벤처 신작 '카운터 클락 케이스'는 앞서 이야기한 테마를 풀어낸다. 이를 개발한 해피 슬럭스 달팡 팀장과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시간이 돌아가면 범인도 변한다, 카운터 클락 케이스
카운터 클락 케이스는 TRPG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1900년대 중반 가상 유럽도시 베리타스포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반복해서 해결하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원수를 죽이기 위해 베리타스포드행 기차를 탔는데, 도착한 곳에서 이미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한 원수의 시체를 발견한다. 여기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어 복수할 기회를 빼앗김과 동시에 본인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된다. 여차저차 진범을 밝혀내고 나더라도 시간이 되돌아가며 주인공은 며칠 전 베리타스포드행 기차에서 다시 눈을 뜬다.
게임 내에서 원수는 매번 다른 범인에게 다른 수법으로 살해당한다. 그리고 진범을 밝혀내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며 숨겨진 진실을 밝혀나가는 것이 골자다. 달팡 팀장은 이러한 플롯을 구상한 계기에 대해 "플레이할 때마다 범인이 달라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기획하게 됐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범행 동기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항상 범인이 달라진다면 피해자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할 때 흥미로우리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밝힌대로 플레이어는 각 챕터가 진행될 때마다 서로 다른 살인수법과 범인을 마주친다. 챕터마다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다른 만큼, 플레이어 역시 이전 챕터에서와는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달팡 개발자가 시나리오를 쓸 때 신경 쓴 부분도 반복되는 같은 사건 속에서 유저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에서 플레이어는 무조건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쓴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베리타스포드에 도착해 곧바로 사건 현장에 가 누명을 쓸지, 다른 곳부터 둘러볼지를 정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을 기억하고 있기에 이전과 다른 행동도 고려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캐릭터 스킬과 스탯도 조정할 수 있어, 한 번 실패한 일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는 것도 선택에 묘미를 더한다.
TRPG, 스킬, 스탯이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게임 내 판정은 주사위를 통해 결정된다. 규칙 자체는 TRPG 룰 중 하나인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플레이어 선택과 행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스토리라인이 변화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TRPG에 서툰 유저도 고려해 규칙을 직관적이고 쉽게 구성하는 점도 잊지 않았다.
게임 내 판정은 주사위 값에 캐릭터 스탯과 스킬 수치를 더해, 필요 수치보다 합이 더 높으면 성공하는 방식이다. 달팡 팀장은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주사위를 굴려 그 합을 확인할 때의 두근거리는 긴장감과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 그리고 행동 방향을 정하기 위해 스킬과 스탯 수치를 분배하는 작업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끊임없이 달라지는 살인사건과 변수를 더하는 주사위 판정으로 같은 상황이 급변하는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면, 필연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분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해피슬럭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인물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필요 시 노트를 작성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아울러 일지에서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자동으로 플레이어 행동을 기록해주고, 캐릭터 스테이터스 란에서는 현재 평판과 지금 해야 하는 일 등에 대한 힌트를 확인할 수 있다.
행복한 달팽이 자매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개발, 해피슬럭스
카운터 클락 케이스를 개발한 해피 슬럭스(Happy Slugs)는 '행복한 달팽이들'이라는 뜻이다. 달팽이처럼 차근차근 즐겁게 게임을 만들자는 자매 개발자로 구성됐다. 언니인 달팡 개발자는 기획과 시나리오 아트를, 동생인 수리 개발자는 스크립트와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달팡 개발자가 1인 개발을 하려고 했지만, 업무가 많아 기획 PPT를 직접 만들어서 동생을 설득해 "모셔오는" 과정을 거쳤다. 아무래도 같은 집에서 사는 친자매다 보니 편안하게 게임 방향성에 대해 회의도 자주 하고 서로 배려하며 계획대로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고 있다.
카운터 클락 케이스 초기 기획은 막연한 비주얼 노벨 추리게임이었다. 본래는 1인 개발로 계획했기에 복잡한 게임보다 혼자서도 확실하게 완성해서 출시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했다. 그러다 동생이 프로그래밍과 스크립트 작업에 참여하며 부담을 덜었고,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챕터마다 범인을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결정되고, 플레이할 때마다 범인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축소하기로 했다. 팀 인원은 2명 뿐이고, 생각해 둔 등장인물만 10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에 4개 챕터로 전체 볼륨을 줄이고, 무작위로 범인을 정하는 시스템은 폐기하기로 했다.
대신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는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면서 TRPG의 주사위 판정 요소를 도입해 흥미를 유발하게끔 했다. 달팡 팀장은 "주사위를 굴려 행동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들어가면 긴 스토리 위주 게임에서 오는 지루함을 최소화하고, 조금 더 몰입해서 추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오는 10월 앞서 해보기, 몰입도 높은 게임 선보이겠다
행동 성공 여부, 선택지, 등장인물과의 친밀도 등이 조합되며 스토리와 엔딩이 달라지는 것이 카운터 클락 케이스의 핵심이다. 달팡 팀장은 오는 4월에 스팀에 1시간 분량의 체험판을 배포하고 10월에 8시간 분량의 정식 버전을 앞서 해보기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시까지 해피 슬럭스의 최우선과제는 카운터 클락 케이스를 즐겁게 잘, 완성도 있게 만들어서 약속한 기간 내에 출시하는 것이다. 이울러 이번 작품을 출시한 이후에도 꾸준하게, 몰입감 있는 스토리게임을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달팡 개발자는 "4월 28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되고, 10월에는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다. TRPG나 추리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현재는 스팀 공식 페이지도 열려 있기에 찜하기 등으로 관심을 표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응원을 청했다. 이색적인 조합으로 흥미로운 추리물을 완성하려는 해피 슬럭스가 모쪼록 멋진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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