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건 본부장 트위터
며칠 전 ‘마비노기’ 개발자로 유명한 넥슨의 김동건 본부장이 트위터에 흥미로운 글을 남겼다. “한국에서 행복하게 게임 ‘계속’ 만드시는 분 있느냐”는 질문. 여기에 “손” 하고 답변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이다.
온라인게임 역사가 어느새 벌써 20년이다. 송재경 대표는 이 역사의 시간표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이름이다. ‘리니지’에서 ‘아키에이지’까지 한국 온라인게임을 일군 거장으로 불리기 손색이 없는 사람이지만, 송재경 대표는 여전히 행복한 개발자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엑스엘게임즈 본사에서 만난 송재경 대표에게 어떠한 역할이 더 좋으냐고 물었을 때도 당연한 듯 “인터뷰를 하기 바로 전에도 혼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지금도 앞으로도 게임을 계속 개발하고 싶은 개발자”라고 답했다.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귀찮은 일을 할 필요가 있더군요. 게임 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귀찮은 일은 ‘사장’ 일입니다. 사업가가 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사장 일은 합니다.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라는 송 대표의 기조 때문인지 몰라도 엑스엘게임즈는 내부 개발자들 특유의 '실험정신'이 투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신작 ‘아키에이지’에 대해서도 임신 콘텐츠나 그보다 더한 해프닝이 많이 터졌을 정도.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누가 뭐라고 해도 재미있는 것들을 다 시도해보고 좋아하는 게임을 만듭니다. 그렇게 따지면 난 당연히 행복한 게임 개발자죠.”
송재경 대표는 여전히 게임이 주는 감동 그리고 MMORPG가 주는 끝없는 감동을 말한다. 이는 영화나 소설처럼 평면의 공간에 펼쳐지는 장관도, 단순히 다수의 사람이 사이버 세계에 접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수천수만 명이 같이 하는 가상의 인간사회를 경험하는 데서 오는 감동이다.
“MMORPG가 주는 감동은 사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어요. MMORPG를 만드는 사람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회를 구현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기술상의 제약이 있지만 언젠가 이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꿈은 항상 품고 있어요.”
태생이 모태 게임 개발자이지만, 송재경이라는 이름이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단어임을 간과할 수 없다. 하다 못해 구글에 ‘한국’, ‘게임’, ‘아버지’로 검색을 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얼굴이자 가장 많이 검색되는 인물이 송재경 대표아닌가. 좁게는 ‘리니지’의 아버지, 넓게는 한국 MMORPG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안고 가는 산업에 대한 책임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송재경 대표는 이런 부담감에 대해 쉽고도 간단하게 “자신이 일군 산업에 대한 책임감”이라 표현한다.
송재경 대표가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세 개의 게임을 빚어내는 사이 환경은 많이도 변했다. 온라인게임 황금기를 맞아 많은 개발 지망생들이 송재경 대표를 보고 업계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분명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가 생긴 것이다. 최근 이로 인한 내부적인 문제로 침체된 개발자 사기 약화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은 자신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아버지’의 힘 있는 한마디가 없이 연일 사기만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송재경 대표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책임감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송 대표도 이에 응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게임산업협회 나와달라, 서명을 해달라, 혹은 더 나아가는 일까지 요청받지만, 송 대표 성격 상 조금만 기다리면 더 재미있는 사건을 벌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송 대표는 “나 때문에 게임산업에 뛰어든 사람이 수 만 명은 있을 텐데 책임감은 당연한 일이다. 가끔은 나가서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개발자가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역시 ‘게임’이다. 6년의 개발기간 총 400억 원의 개발 비용. 다섯 차례의 비공개 테스트. 2012년 대작이었던 ‘아키에이지’는 어느새 2013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것.
산업에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원한 한 마디를 던져주던 송재경 대표가 최근 조용했던 이유도 ‘아키에이지’ 출시 연기로 인해 게임 개발자로서 내세울 만한 ‘명분’이 부족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엑스엘게임즈는 오늘(12일) ‘아키에이지’의 공식적인 서비스 일정을 발표한다. MMORPG의 아버지이자 개발자 송재경이 만든 차세대 MMO ‘아키에이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재경 대표의 말처럼 산업에 대한 책임감, 개발자의 꿈을 모두 현실화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추가 ‘아키에이지’의 성공적인 출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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