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이 남의 집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방법의 하나에는 굴뚝 연기가 있었다. 매일 굴뚝에 연기가 피어나는 집은 소위 잘 나가는 집안이었다. 지난 2009년은 웹젠의 ‘C9’,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 그리고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가 3대 액션 집안으로 자리한 시기였다. 이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하며 아궁이라 할 수 있는 자사의 게임에 불을 지피며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이 중 ‘드래곤네스트’는 앞의 두 게임과 아궁이부터 차별화를 보여줬다. 화려한 외형이나 진중한 스타일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캐주얼 느낌으로 엇비슷한 액션 게임 중에서 톡톡 튄 ‘드래곤네스트’는 초반부터 뜨겁게 타올랐다
이 같은 열기는 2010년 2월, 정식 서비스 전 미리 게임을 할 수 있는 파이오니아 시즌이 절정이었는데, 당시 파이오니아 신청 기간 12만 명의 유저가 접수하고, 시즌 시작 30분 만에 동시 접속자 1만 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드래곤네스트’가 아궁이의 불꽃이 혀를 날름 거리며 타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정식 서비스 이후 서서히 식어갔다. 이와는 반대로 타국으로 옮겨간 불씨는 활활 타올랐다.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북미,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흥행하며, 작년 로열티 기준 누적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작년 11월, 액토즈소프트는 넥슨으로부터 ‘드래곤네스트’ 서비스 권한을 이관받았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아궁이의 꺼져 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보고자 액토즈소프트와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온 업데이트라는 장작더미 꾸러미를 하나 둘 풀어낼 각오다.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 ‘드래곤네스트’의 기획을 맡는 권도형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드래곤네스트 권도형 기획팀장
# 아쉬움이 남은 드래곤네스트 초창기
아궁이에 불이 아니라 모닥불만 하더라도 마구잡이로 불을 지피려 했다간 쉽사리 꺼지거나 장작이 제대로 타지 않는다. 특히, 화력 조절은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열에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 ‘드래곤네스트’의 런칭은 제대로 불붙은 아궁이의 장작과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초반 발화가 잘됐다고 더 큰불을 피우기 위해 부지깽이로 이리저리 쑤시고 막무가내로 장작을 넣었다간 자칫 불이 더디게 피어 오르거나 사그라질 수도 있다.
권 팀장이 아쉬워하는 ‘드래곤네스트’의 초반 상황이 이와 같다. 초창기 의욕이 너무 앞선 탓에 계획적이기보다는 급박하게 서두른 업데이트 운영으로 경험한 아픈 기억을 많이 아쉬워했다. 초창기 켈베로스에서 32레벨 즈음 최초의 에픽 아이템이 나왔는데, 바로 40레벨을 개방하여 이 에픽 아이템의 가치를 하락시켜버린 것이다. 이는 게이머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정식 서비스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그가 되돌아본 ‘드래곤네스트’는 그렇게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 아쉬움을 교훈 삼아 그 역시 철저히 방법을 모색했다. 우선, 당시로써는 빨리 준비해서 빨리 내놓자 라는 식의 익숙하지 않았던 라이브 서비스를 이해하고, 개발 기간을 여유롭게 계획했다.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0개월을 내다보고 미리 ‘드래곤네스트’의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권 팀장은 앞으로의 상황뿐만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현재 ‘드래곤네스트’의 서비스 질 자체가 다른 게임보다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우선 이 문제를 차근차근 보완하면서 밟아가는 중이다.
권 팀장은 ‘드래곤네스트’의 핵심인 액션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액션 게임으로서 ‘드래곤네스트’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이 재미를 제공해야 할까? 라고 고민했고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생각해 냈다. 이 재미있는 액션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도달하기 위한 복잡한 단계를 간소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이번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고 전했다.
▲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될 드래곤네스트 2.0
# 드래곤네스트 2.0, 과감하게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고!
앞서 권 팀장이 언급했듯 지금까지의 ‘드래곤네스트’는 다양한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복잡함의 집합체가 됐다. 아이템 강화 부분만 하더라도 접미사, 잠재력, 수치 강화까지 세 가지가 있는데 간소화 작업의 하나로 이 강화 시스템이 변화된다. 우선 접미사와 잠재력을 빼고, 수치강화와 보석 시스템으로 개편된다. 그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의미를 둔 부분으로 독특하고 혁신적인 것을 추가하기보다는 문제점 보완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과정을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게이머들이 더 쉽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아이템 가치 보존에도 신경 쓰고 있다. 우선, ‘드래곤네스트’의 아이템 특성이 인챈트 중심이다 보니 대부분 유저가 세트 아이템을 파밍하기에 과감하게 에픽 노멀 등급을 빼버렸다. 그간 에픽 노멀 강화와 세트 아이템을 따로 파밍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덜어낸 것이다. 또, 어렵사리 획득한 아이템의 가치 보존을 위한 시스템도 제공할 계획이다. 용옥 시스템이 그것으로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용옥을 장착하여 신규 아이템과 비슷한 성능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상위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해주고, 다음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꾀하는 드래곤네스트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70레벨이 개방되고 새로운 아이템인 탈리스만을 획득할 수 있다. 탈리스만은 슬롯 능력치에 따라 수치가 배가되는 시스템으로 70레벨에서 이용할 수 있다. 70레벨 개방을 시작으로 7월에는 신규 네스트 공개와 에픽 세트가 추가된다. 또 새로운 스테이지 어비스가 등장한다. 여기에 작년 12월 추가된 직업 댄서에 이어 신규 직업 어쌔신도 추가된다. 어쌔신은 ‘드래곤네스트’ 최초의 남성 캐릭터로, 근거리와 원거리 기술을 사용한다. 자세한 정보는 일본에서 먼저 공개될 예정이지만, 권 팀장은 국내 이용자들을 위해 캐릭터 특징에 대해 살짝 귀띔했다. 캐릭터 개발자가 ‘나루토’의 팬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콘텐츠는 한꺼번에 모두 등장하지 않는다. 권 팀장은 앞서 언급했듯 과거 한꺼번에 모든 것을 업데이트하여 아픈 경험을 한 차례 겪은 바 있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유저 이탈까지 경험했기에 업데이트를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듣고 싶다는 그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리뉴얼 캠페인을 통해 수백 개의 피드백을 살펴보는 중이다. 앞으로의 업데이트에 대한 밑그림은 개발사가 그리고 어떤 색을 칠할지는 이용자와 함께한다는 의미다.
▲ 앞으로 유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비친 권 팀장
# 서비스 마인드 확고히 갖춰 액션 게임 상위 랭크가 목표
권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용자들에게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을 이실직고했다. 그간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는 척만 했을 뿐 패치 반영 빈도가 높지 않았던 것. 지금부터는 게임 패치와 리뉴얼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한 그는 묵묵히 준비한 것들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나올 액션 게임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드래곤네스트’의 액션만큼은 기본기가 충실하기에 서비스 마인드에 중점을 두고 액션 게임 상위 랭크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서비스 마인드의 핵심은 유저 의견 수렴이다. 현재 진행 중인 리뉴얼 캠페인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로 확대하여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각국의 유저 의견을 모아 공통점을 찾아내 확실하게 수정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만간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진행할 예정으로, 실제 유저들의 플레이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치에 반영할 계획이다. 잦은 강제 종료 현상, 성장 구간의 높은 이탈률 등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권 팀장은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할 각오로, 리뉴얼 캠페인의 목표 달성 시기를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정도로 잡고 있다.
▲ 작년 12월 추가된 신규 직업 댄서, 이번에 추가될 어쌔신은 어떤 모습일까?
팀원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는 권 팀장은 지금까지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잘 지원해주고 따라준 분들이 많다며, 노력해주는 개발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유저와의 소통에 앞서 내부적인 소통도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덧붙인 그는 앞으로도 재미있게 개발했으면 좋겠다며, 사람이 심심해야 재미있는 걸 찾게 되는 만큼 개발자들을 어떻게 심심하게 만들까를 고민 중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저들에게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권 팀장은 “2010년도에는 많이 미숙했고, 올해 들어서는 많이 보완해서 패치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발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저들이 원하는 패치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도록 하겠다. 개발팀도 그런 말을 듣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 수백개의 의견이 올라오는 리뉴얼 캠페인, 권 팀장은 이런 반응이 한편으로 좋으면서도 씁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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