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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 개발 1세대의 치열한 모바일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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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시장을 이끈 1세대 게임 개발자 중 많은 수가 모바일게임으로 좀 더 나은 꿈을 꾸며 업종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업계에서 ‘성공’이란 온라인보다 훨씬 불확실해졌다. 


시쳇말로 스타트업이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개월, 카카오 게임 하나 만드는 최소 시간 5개월. 그러나 공들여 만든 게임의 생명이 결정되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이다. 황금을 찾아 개척지로 왔는데, 사실 금맥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온라인게임 개발 1세대들 너도나도 황금 찾아 모바일로 


모바일 개발사 안드로메다 게임즈도 이렇게 뛰어든 개척자 중 하나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일이 풀리지도 않은 회사이기도 하다. 개발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회사도 아닌데 말이다. 엔씨소프트, 엔트리브소프트,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구성된 안드로메다 게임즈는 과거 MMORPG ‘마에스티아 온라인’를 만든 회사이며, 지금도 ‘마에스티아 온라인’의 글로벌 서비스하고 있다. 또, 모바일게임도 '월드스포츠2012', ‘인크레더블 스노우보드’, ‘벽돌깨기’, ‘초성퀴즈’, ‘신들의시대’ 등을 만들었다.



▲ 안드로메다 게임즈의 모바일게임 기출시작 현환 (자료제공: 안드로메다 게임즈)


▲ 안드로메다 게임즈처럼 중간 규모의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모바일로 방향을 선회하면 대형 회사가 된다


개발 1세대에 속하는 안드로메다 게임즈의 서양민 대표는 최근 중소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모바일을 좇아 체질개선을 선언하는 데에는 “모바일에 대한 동경이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PC 온라인게임 개발자 중에는 프로젝트 하나를 5년 이상 진행한 사람들이 꽤 있어요. MMORPG 개발자들은 게임 2개 만들면 강산이 다 바뀌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리니지’ 만들었던 사람은 10년 동안 ‘리니지’만 만들었다는 이야기죠. 지치고 신물이 나고, 원기 회복을 해야 하는데 할 방법이 없어요. 모바일에 대한 동경이 거기에서 시작되는 거죠. 카카오 히트 게임을 보면서 4개월만 주면 나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이 시작됩니다.”


안드로메다 게임즈가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80여 명의 개발 인력을 모바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월부터. 처음에는 6명으로 이루어진 모바일 팀으로 시작했는데, 몸풀기 삼아 만들었던 ‘한판맞고’나 ‘그냥사천성’이 생각지도 못했던 대박을 터트리자 모험을 감행하게 됐다. ‘마에스티아 온라인’의 라이브 조직을 제외한 전원을 모바일로 이동 후, 사명까지 변경한 것.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80여 명 개발자가 모바일만 만드는, 전에 없던 덩치 큰 모바일 회사로 변신하게 됐다.


게임이 주는 재미의 본질, 모바일이나 PC나 같다


안드로메다 게임즈처럼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있다. 투자자 없이 자력으로 버티는 분야에서 덩치가 작은 스타트업이 우세하고, 그외 자본이나 쪽수로는 대기업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민 대표는 이러한 치열한 상황을 강조하며,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없던 수준으로 피치를 바짝 올리고 있어도 모자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금처럼 업계 사정이 크게 바뀐 상황에서는 과거 4개월이면 만들던 게임을 적어도 8개월은 공을 들여야 비슷한 수준으로 완성할 수 있기에 더욱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모바일게임은 여전히 캐주얼하고 가벼운 장르가 인기있는데 반해, 안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계속 하드코어해지고 있기 때문.



▲ 카카오 최고 매출 상위는 모두 캐주얼 게임이지만,

내부 구조만큼은 하드코어 게임 못지 않게 치밀하게 짜여 있다


“모바일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나 본질은 똑같아요. 사람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것이냐는 문제인데, 해결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죠. 모바일게임의 재미는 비즈니스 모델(이하 BM)과 관계가 깊어요. ‘쿠키런’이나 ‘윈드러너’ 등 장수게임은 내부에 BM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요.”


사용자가 캐릭터를 바꿔야 하는 시점에 대비해, 퀘스트 설계와 업데이트 계획과 같은 수익 구조가 수학적 계산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돼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MMORPG에서 유저를 가이드하는 방식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이다. 경험치나 보상을 언제 주고, 레벨업 단계, 난이도 있는 퀘스트의 등장 시기 등 장치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들지 않고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은 일주일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서양민 대표는 “게임은 2개월 안에도 만들 수 있지만, 내부장치를 만드는데 4개월 이상은 걸린다. BM은 개발자가 쉽게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면, 결국 작은 회사는 CJ나 위메이드처럼 대신해줄 수 있는 대형 퍼블리셔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안드로메다 게임즈의 하반기 라인업 1등 '학교종이 땡땡땡 for Kakao'






▲ 학교 대항전 정도가 아니라 지역 대항전으로까지 발전



▲ 유저의 발길을 붙잡는 BM 설계와 지인 경쟁에 큰 힘을 쏟았다고

(사진제공: 안드로메다 게임즈)


대형 개발사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안드로메다 게임즈가 추구하는 것이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면 경험을 축적하고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따라서 다른 회사보다 기획·사업 인력을 늘려 가며 함께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방향을 잃을 때도 불안할 때도 잦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계획이다.


안드로메다 게임즈의 하반기 라인업 중 첫타자인 ‘학교종이 땡땡땡 for Kakao’도 마찬가지다. ‘학교종이 땡땡땡’은 러너게임으로, 학교대항전을 게임 내 시스템으로 탑재해 ‘학교’라는 소속감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구성된 지인 경쟁과 인터랙션이 게임의 핵심이다. 


얼핏 장난스러운 이름과 러너게임이라는 대표적인 캐주얼 장르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만든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는 완벽한 오산이다.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게임명도 ‘종이 울리면 시작되는 폭풍 대항전’이라는 부제도 너도 나도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줄기찬 회의 아래 결정된 제목이다. 오늘(27일) 카카오로 출시되기까지 카카오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인맥 ‘학교’를 경쟁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이용했다.



▲ 안드로메다 게임즈 서양민 대표


“중소기업은 사업인력이 많지 않거나 전무한 곳도 있기 때문에 방향을 잃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내가 정말 게이머들에게 주고 싶은 경험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방향에 따라 게임이 만들어야 하죠. ‘마에스티아’를 만들 때, 그런 부분에서 많이 헤맸어요. 모든 재미를 다 넣어서, 마치 백화점 같은 게임을 만들었던 거죠.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중요한 하나만 남기라고 하면 남길 게 없었어요.”


모바일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나 본질은 똑같다. 모든 게 재미있는 게임은 하나도 재미없다는 것과 똑같다. 플랫폼의 특징 맞춰서 가장 재미있게 포장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안드로메다 게임즈는 ‘학교종이 땡땡땡’과 함께 앞으로 최소 3개월은 싸울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수개월 간은 그야말로 여유가 없다. 지금까지 없던 수준으로 피치를 바짝 올려 골인점을 향해 달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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