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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 오브 베니스,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해양 무역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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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무역의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는 게임 '라이즈 오브 베니스'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은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를 무대로 두 상인의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명은 이상을 추구하는 로맨틱한 상인 ‘안토니오’며, 다른 한 명은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엎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다. 만일 당신이 베니스로 들어가서 상인이 된다면 ‘안토니오’가 될 것인가 ‘샤일록’이 될 것인가?

지난 8일, H2인터렉티브가 자막 한글화로 정식 발매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무대로 펼치는 해양 무역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대항해시대’와 ‘포트로얄’로 대표되는 해양 무역 장르에 오랜만에 나타난 신작이며, 해외에서의 평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친절한 게임’이 아니다.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포트로얄 3’ 제작진이 만든 무대를 카리브 해에서 지중해로 옮기고 제목만 새로워진 ‘포트로얄 베니스 버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포트로얄’은 해양 무역의 꿈보다는 현실에 기초한 게임이다. 이 때문에 ‘대항해시대’만 플레이 해 본 유저들에게는 환상을 깨는 ‘지독한 게임’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대항해시대’가 ‘안토니오’라면, ‘포트로얄’은 ‘샤일록’인 것이다. ‘샤일록’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어떤 게임일까?


▲ 지중해의 패자를 꿈꾸며 출발!


낙동강 오리알 신세? 초보자에게도 자비란 없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조그마한 배 한 척이 베니스 항구에 정박해있다. 이윽고 플레이어는 첫 임무를 받게 되는데, ‘기본 조작법에 익숙해진 후, 자라를 향해 선단을 출항시켜라’라는 어찌 보면 간단한 임무다. 문제는 ‘기본 조작법’에 대한 튜토리얼이 게임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트로얄’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비슷한 방식인 만큼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이 처음인 유저라면 이 배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라이즈 오브 베니스’의 튜토리얼은 별도로 제공되는 영상에 들어 있긴 하지만, 이 영상도 임무 하단에 작게 표시되어 있어 무심코 넘길 경우 기본적인 캠페인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인 무역도 초보자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모든 물가가 실시간으로 변동된다. 선단의 매매 외에도 천재지변, 특산품 제작 등 여러 요인이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생각 없이 물품을 팔다간 오히려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유지비가 있다. 유지비는 배와 건물 등에서 일정 금액만큼 빠져나가는 비용으로, 플레이어의 항해 여부에 관계없이 소모되는 비용이다. 평상시에는 그리 큰 느낌이 없으나, 물건을 사거나 모종의 이유로 한계 금액까지 사용한 이후 항해를 하다 보면 자신의 통장이 실시간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중후반이 되면 부동산이나 다른 선단의 수익으로 쉽게 만회할 수 있지만, 초반에는 이런 것이 없는 만큼 한번 없어진 돈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물품 옆에 있는 초록색 바가 2개가 되는 지점에서 거래하는 것이 무역의 포인트!


▲ 돈이 없어도 항해는 가능하다. 다만 무역을 할 수 없을뿐


▲ 내가 생각했던 게임은 이런 게 아니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역만이 아니다

‘라이즈 오브 베니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고의 상인’이 아닌 최고의 자리, ‘총독’에 오르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도 필요하지만,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투표에서 이겨야 한다. 투표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것은 베니스 의회의 신뢰도인데, 경쟁자들 보다 높은 신뢰를 받아야 플레이어를 지지하게 된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결코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는다.

평범한 상인의 지위로 시작하는 플레이어는 세력이 성장하면 의회에서의 ‘지위상승’을 통해 점점 높은 지위를 받을 수 있다. 초반에는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세력이 없지만, 지위가 높아질수록 견제하려는 세력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점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는데, 경쟁자들이 자신의 신임도를 높이고 가문을 부흥시키는 것보다 플레이어의 신임도를 낮추고 몰락시키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창고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싹 털어가기도 하고, 평판을 떨어뜨려 직위 상승을 저지하기도 하며, 아예 마을 출입을 막아 장사를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도시 앞을 배로 봉쇄해서 들어오는 상선을 상대로 약탈을 하기도 한다. 장사하는 재미에 빠져 베니스를 소홀히 했다간 자칫 경쟁자들의 비웃음 소리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흔드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 경쟁자가 안부를 묻는다는 건 뭔가 안 좋은 짓을 했다는 것이다


▲ 당신은 의회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의원들의 신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견제도 이겨내야 하지만, 의원들이 주는 여러 임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의원들의 임무는 의원에게 보물지도를 구매하는 것처럼 간단한 임무도 있지만, 보물 상자를 찾으라든지, 해전에서 연속으로 승리하라는 등의 어려운 임무도 있다.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왜 월드맵을 지중해로 한정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데, 제한된 기간 동안 넓은 지역에서 활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 바다를 샅샅이 훑다 보면 한 달이란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의원들이 주는 임무는 일반 임무보다 보상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동기 부여가 되며, 무역에서 벗어나 게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임무의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쉽게 질릴 수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눈에 겨우 보일 정도의 임무 목표를 찾아서 의원에게 건내주면



▲ 의원은 초록색 손가락으로 보답한다


정치 시스템은 무역만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상당히 귀찮은 요소일 수밖엔 없으나, 상대와 경쟁하는 것을 즐기는 유저라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플레이어도 똑같이 상대를 견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려 경쟁자의 신임도를 낮추고, 의원을 매수해 자신의 신임도를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의원이 되면 경쟁자에게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은 멀티플레이에서도 가능하므로 친한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수도 있다.

실력에 자신이 붙었다면 스코어보드에 도전해보자. 스코어보드는 최단 시간에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드로 전 세계 유저와 스코어를 비교해 보며 플레이할 수 있다. 직위 상승, 부의 축적, 건물 건설 등 다양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는 분야에 도전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경쟁자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해주자


▲ 게임에 자신이 생겼다면 전 세계 유저들과 스코어보드 매치로 실력을 겨뤄볼 수 있다


특유의 게임성은 GOOD! 그래픽은 글쎄…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포트로얄 3’ 제작진이 만든 게임답게 ‘포트로얄’이 가지고 있었던 게임성을 ‘라이즈 오브 베니스’에 잘 녹인 느낌이다. 또한 ‘포트로얄’의 느낌을 담으면서도 ‘라이즈 오브 베니스’만의 느낌을 잘 살린 것도 칭찬할 만하다. 

특히 ‘가계도’는 르네상스 시대 당시 혈족 중심 문화였던 것을 잘 활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가계도에 있는 친척의 직업에 따라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자신이 직책이 의원 이상이라면 친척이 의회에 나가 자신에게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주게 하거나 경쟁자에게 반대표를 던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변호사가 있다면 의원을 설득해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의원의 신임도를 높일 수 있으며, 선교사의 경우 도시의 인지도를 높여 도시의 허가권을 획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선장 경험이 있는 친척이 있다면 별도의 선단을 구성할 때, 처음부터 경험이 높은 친척에게 선단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장사,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가계도의 친척들은 빛을 발한다. 

만일 특정 의원과 신임도가 75% 이상이 되어 결혼하게 된다면 그 의원과 친척들까지 모두 자신의 든든한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혹시 죽은 사람은 없는지 틈틈이 가계도의 친척들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자!


▲ 가계도가 채워질수록 플레이어의 영향도 증가한다



▲ 친척마다 특화된 능력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게임성과 비교하면 그래픽은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포트로얄 3’ 이후 1년 후에 나온 게임이지만, 그래픽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낮아진 느낌이다. ‘포트로얄 3’은 도시의 풍경은 물론 물결에 흔들리는 배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라이즈 오브 베니스’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대폭 삭제되었다.

도시의 모습도 특색을 찾기 힘들다. ‘제노바’, ‘베니스’, ‘로마’, ‘콘스탄티노플’ 등 유명 도시는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도시다. 그러나 도시 모양만 본다면 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로마’정도만 옆에 있는 ‘콜로세움’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다. ‘포트로얄’ 시리즈에서도 도시 이미지가 그렇게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새로운 타이틀로 나온 만큼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 석양까지 표현한 '포트로얄 3'에 비해


▲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안토니오’가 아닌 ‘샤일록’이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게임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단지 해양 무역에 치중된 게임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해양 무역과 복합된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장르의 게임이 드문 만큼 ‘안토니오’처럼 단지 해양 무역 의 꿈만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기에는 높은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샤일록’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게임에 임한다면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게임이 될 것이다. 


▲ 총독의 자리에 오를 때 까지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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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전략시뮬
제작사
칼립소미디어
게임소개
'라이즈 오브 베니스'는 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역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 '베니스'에서 부와 권력, 성공을 노리는 젊은 청년을 조작하여 자신만의 무역 제국을 세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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