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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앤고 '어머니, 이제 동물 그만 잡고 화투패 집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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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원래 셋만 모이면 판이 벌어진다고 했다. 화투는 이런 놀이다. 굳이 도박판을 언급하자는 게 아니다. 화투는 여전히 (일본) 문화적 논쟁이나 도박 같은 어수선한 꼬리가 따라다니지만, 짝! 소리 나는 어르신들의 해묵은 감성이 잘 녹아있는 놀이문화임은 확실하다. 

오늘 소개할 '퍼즐앤고'는 바로 화투를 소재로 한 퍼즐 모바일게임이다. 뻔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인디정신 투철한 엔랩소프트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 12일 카카오 게임하기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사실 이거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디지털 화투를 겨냥한 게임 대부분이 게임화폐가 됐든 현금 포인트가 됐든 일단 서로 경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당연히 성인 등급 게임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카카오 게임하기는 전체 이용가 등급만 입점이 가능하다. 궁금해진다. 대체 '퍼즐앤고'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 퍼즐과 화투의 만남, 퍼즐앤고

- '도박'이라는 오해부터 카카오 입점까지

"게임은 문화잖아요. 때문에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잘 녹여내면 접근성이 더 유리할 것이라 생각해요. 모바일게임은 몇 년 전만 해도 '게이머'들에게나 통했지만, 지금은 전 국민에게 통하는 어떤 플랫폼으로 설명이 가능하잖아요. 특히 가장 쉬운 퍼즐 장르의 경우 40대 이상 분들이 많이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퍼즐앤고는 바로 이들을 타겟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죠(주재현 대표)"

시작은 이랬다. 40대 이상을 주요 타겟층으로 하는 퍼즐, 그러나 10~30대 이용자도 간과할 수 없는 그런 게임. 4명으로 시작한 엔랩소프트는 이런 고민과 함께 퍼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개발자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화투' 이야기가 나왔다. 화투를 활용해 퍼즐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문득 화투패를 가지고 퍼즐을 만들면 꽤 흥미로울 거 같았다. 40대 이상이면 대부분 화투는 알 것이 분명하고, 매치쓰리(똑같은 블록 3개를 맞춰 없애는 방식) 역시 고스톱 방식(3패 고도리 등)과도 믹스가 가능해 보였다. 

이거, 재미있겠다! 도전정신 투철했던 엔렙소프트는 바로 이 아이디어를 밀어보기로 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여느 게임과 흡사하게 퍼즐화면을 구상한 뒤(대신 6X6), 여기에 쓰이는 블록을 화투패로 대체하는 것이다. 대신 화투라는 감성적인 기운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일명 '뽕짝'으로 불리는 트로트를 BGM으로 깔고, 패와 패가 붙었을 때 들리는 효과음 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화투패를 활용하면 게임, 즉 디지털 화투는 대부분 성인용 등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이 앞서 언급했듯 경쟁을 통해 상대의 '무엇인가'를 얻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엔랩소프트 역시 카카오 입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감했다. 단순히 화투 메타포를 썼다고 '사행성'이라는 오해도 받기 충분했고, 카카오 측과도 여러 협의가 필요했다. 

다행히 이들의 걱정은 금방 해소됐다. 어차피 게임진행 방식 자체가 퍼즐(전체이용가)이고, 게임에서 얻은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사행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퍼즐앤고'는 카카오에 입점할 수 있었다.


▲ 엔랩소프트 주재현 대표

- 어르신들의 '감성'을 담았다, 퍼즐앤고

출시 이후 '퍼즐앤고'는 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오늘(18일) 기준, 카카오 인기순위도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엔랩소프트가 애초에 목표로 한 40대 이용자 정복까지는 멀었지만, 일단 카카오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 이용자에 비해 비율이 높다는 꽤 흥미로운 데이터까지 뽑혔다. 결과적으로 첫발을 순조롭게 뗀 셈이다. 

"사행성 오해부터 시작해 디테일하게 게임을 구상하는 부분까지, 모든 개발사가 그렇겠지만 저희도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대신 기존에 없던 콘셉이고 내부적으로 게임성은 자신이 있었는데, 출시 이후 신선하면서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니 성공 여부를 떠나 너무 좋더라고요(주재현 대표)"


▲ 화투팡? 고스톱팡? 확실히 '퍼즐앤고'는 화투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확실히 '퍼즐앤고'는 신선하다는 평가가 가장 값진 성과라 할만하다. 화투를 잘 아는 사람, 게다가 모르는 사람들도 여기에 관심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엔랩소프트의 전략이 있다. 

엔렙소프트는 맞고 콘셉을 최대한 내세우려고 했지만, 시작부터 이렇게 갈 수는 없었다. 맞고를 그대로 하면 퍼즐 타입이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붉은색이 많이 들어가 눈도 아프다. 때문에 이들은 기존 화투패와 다른 수많은 종류의 화투패를 직접 제작했다. 기본 화투패와 느낌은 비슷하되, 일단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그런 디자인을 내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표현을 최대한 귀엽게 풀고 원색만으로 구분이 가능한 그런 디자인이 채택됐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화투패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통했다. 화투를 아는 사람들은 그 모양만 봐도 대충 어떤 패인지 알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은 색깔이 확실히 보이니 이를 기반으로 퍼즐을 풀면 되기 때문이다. 

"퍼즐(화투패) 디자인도 10종 넘게 했어요. 내부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정도였죠. 결국, 화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모두를 끌어안기 위해 메타포 자체를 약하게 넣기로 합의했죠. 물론 저는 화투를 잘 알아서 지금 디자인이 아쉽긴 합니다(웃음) (주재현 대표)"

화투패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게임플레이는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줬다.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은 요란스럽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그 느낌이 온다. 박현빈 목소리처럼 들리는 누군가가 '퍼즐앤고흐으으~'로 시작을 알리는데, 여기서부터 피식 웃음이 난다. 이후 트로트보다는 '뽕짝'으로 표현해야 더 좋을 법한 흥겨운 리듬의 BGM이 귀를 자극한다. 게임 플레이는 디테일에 신경쓴 타격감이 일품이다. 쫀득하게 달라붙는 '짝! 짝!' 소리가 귀를 자극하는데, 이 부분 역시 게임에 몰입하기 충분하다.

"게임플레이에서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지금도 보정하고 있을 정도죠. 소리도 자세히 들어보면 세 단계로 나누어 집니다. '짝!' 소리의 경우 콤보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데, 3단계에서 가장 '찰진(차진)' 소리가 나오죠. 첫 번째 조금 덜 감기는 소리고요. 이 소리를 통해 이용자들은 콤보가 이어지고 있구나 느낄 수 있고요. 이런 타격감뿐 아니라 연출에도 신경 많이 썼습니다(진도형 PD)"

마지막으로, 아직은 살짝 '억지' 느낌이 나지만 쓰리고 미션을 넣은 것도 효과를 봤다. 60초 동안 퍼즐이 끝나면 쓰리고 미션이 진행되는데, 이를 잘 수행하면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화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생소하지만(물론 튜토리얼로 설명을 해준다), 화투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알찬 선물인 셈이다. 


▲ 엔랩소프트 진도형 PD


- 아버지, 어머니! 동물 그만 잡고 화투패 집으세요

"등산로 앞에서 어르신들에게 물통 드리면서 게임을 설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우리가 애초에 타겟층으로 한 40세 이상 분들은 온라인 마케팅으로 한계가 있거든요. 이에 발로 직접 뛰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많이 이어갈 계획입니다(주재현 대표)"

현재 엔렙소프트는 최후의 결전이 남았다. 일단 게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이제 40대 이상 이용자들의 스마트폰에 게임이 깔려야 하는 가장 어려운 숙제가 남은 셈이다. 사실 무척 어렵다. '애니팡' 같은 경우에도 40대 이상은 직접 설치하는 경우보다 자녀들이 설치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퍼즐앤고' 역시 이런 수순과 함께 발로 뛰는 오프라인 마케팅이 잘 병행해야 한다. 

물론 이에 맞는 업데이트 계획도 잘 수립돼 있다. 화투라는 놀이에 감성이 있는 '그들'이 많아지면, 엔랩소프트는 준비해둔 업데이트를 하나씩 적용할 계획이다. 조금 더 게임에 고스톱 요소를 많이 넣고, 화투패 역시 이용자들이 직접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들이다. 어찌 됐든, 광이 청단보다 좋은 걸 아는 '그런 분'들이 늘어가면 이 게임 역시 장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약속하겠습니다(진도형 PD)"

"아버지, 어머니 이제 동물 그만 잡으시고 광 잡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희 게임이 여러분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개평은 확실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웃음) (주재현 대표)"


▲ 엔랩소프트 주재현 대표, 진도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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