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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해머’ OST 앨범, 개발자 뮤지션들이 만든 ‘진짜’ 음악

상수역 어귀에 위치한 ‘범상치 않은’ 스타트업, 바이닐랩이 새로운 콘텐츠를 내놨다. 그런데, 게임이 아니고 음악이다. 바이닐랩의 첫 작품 ‘라디오해머’에 삽입된 곡을 재편성한 OST앨범이란다. 게임 마케팅을 위해 준비한 게 아니라, 음원 유통 사이트에서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진짜 음원이다.

차기작 개발에 1분 1초가 아까운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닐랩은 이번 앨범 발매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런데 AAA급 뮤지션의 앨범도 10만 장이면 ‘많이 팔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국내 음반 시장이 열악한데, 굳이 시간을 들여 앨범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 인터뷰를 진행한 바이닐랩 조형호 작가(좌)와 김영일 작곡가(우)

그 이유는 바이닐랩은 자신들이 게임 개발사이기 전에 콘텐츠 창작자들이 모인 장소이고, 게임으로 먼저 출발한 IP라도 다른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지금 한국에서 들을 수 없다. 글로벌 음원 유통 사이트인 아이튠즈와 아마존, 구글 뮤직에 먼저 출시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점을 둔 회사에, 100% 토종 한국인들이 만든 앨범인데도 굳이 해외에 먼저 론칭했다.

바이닐랩 조형호 작가는 이에 대해 “아시다시피 ‘라디오해머’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출시한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유저들에게서 게임 내에 삽입된 음악을 음원으로 출시해 될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뭐, 저희도 ‘라디오해머’를 출시하면서 ‘음원도 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진행하게 됐죠.”라고 답했다.

더불어 기존 수록곡을 앨범으로 엮어 출시하지 않고, 오랫동안 리마스터 작업을 거친 앨범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추가 제작되는 번외곡도 포함되고, 게임에 등장하는 메인 캐릭터들의 테마곡에는 보컬까지 입혔다고 설명했다.


▲ 첫번째 앨범인 '줄라이 앤' 수록곡 프리뷰 (영상제공: 바이닐랩)

바이닐랩이 OST앨범에 쏟은 노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리마스터 작업에만 기존에 게임에 들어갔던 신곡을 만드는 시간보다 두 배 이상을 투자했다고. 본래 게임에 수록됐던 음원을 그대로 내놔도 충분할 텐데, 굳이 리마스터 작업을 진행한 이유가 뭘까.

조 작가의 대답은 명료했다. 완성도 때문이다. 뿌리는 ‘라디오해머’에 삽입된 음악이지만, 게임의 부가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들을만한’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게다가, 게임 속에 삽입된 음악들은 플레이를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어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리마스터는 필수였다고 바이닐랩 김영일 작곡가가 설명을 덧붙였다.

“리마스터 작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게임 플레이용 음원은 과도한 편곡이라던가 변주를 넣으면 안 되는데, 듣기 위한 노래는 그런 제한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일정도 굉장히 빠듯했는데, 원래 음악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영혼 팔면서 작업했어요(웃음).”

바이닐랩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각 캐릭터들의 메인 테마곡에 보컬을 넣은 음원을 따로 작업했다. 현재 ‘라디오해머’ 게임 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DJ인 ‘줄라이 앤’의 보컬곡은 이미 음원으로 출시된 상태다. 이후 ‘MC웨인’과 ‘심플리 리타’, ‘라디오해머 스테이션’에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인 ‘누미’의 테마곡도 보컬을 입혀 출시될 예정이다.

“줄라이 앤 보컬곡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있어요. 처음에 테마곡에 보컬을 입히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적합한 뮤지션을 찾고 있었는데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울리는 분이 없더군요. 그런데 회사 근처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아르바이트하시는 분 목소리가 진짜 좋아서 ‘음악만 하면 딱이겠다’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컬을 전공하시는 뮤지션이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모셔왔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앨범으로 출시된 곡들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할 수 없다. 한 차례 언급됐듯 게임 플레이를 위해 제작된 음악과 일반 음악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이유도 있겠지만, OST앨범이 단순히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이닐랩의 의도도 살짝 엿보였다.

“멜론이나 소리바다, 벅스 같은 국내 음원 유통 사이트에도 9월 중에 디지털 앨범을 발매할 계획입니다. 네 번째 앨범까지 모두 출시하고 나면, 앨범을 모은 특별한 앨범 박스도 출시할 거에요. 앨범 박스는 오프라인으로 나오는데, 따로 판매할 계획은 없어요. 재미있는 행사를 따로 기획해서 그에 대한 특전으로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어주길 기원하며
한껏 멋진 자세(?)를 취한 조형호 작가(좌)와 김영일 작곡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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