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이구동성은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양육비 못 줘! 네 자식들 데리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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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스튜디오 폐쇄 결정, 헬게이트 오리무중 속으로지적재산권 놓고 한빛 VS 플래그십,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으로
지옥의 문을 함부로 건드렸기 때문일까? 플래그십이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헬게이트:런던’의 문을 열어젖힌지 반년 만에 개발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플래그십의 파트너 한빛소프트는 당황했다. T3로의 인수라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폭풍이 지나가기도 전에 쓰나미가 몰려 온 것이다. ‘짐작하고 있었다’며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 땀은 숨길 수가 없었다. 한빛소프트의 최대주주 T3는 한술 더 떠 ‘T3의 우수한 개발진이라면 헬게이트:런던의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플래그십의 폐쇄가 알려지던 날, 한빛과 T3가 보낸 공식 보도자료의 제목은 ‘미소스, 헬게이트:런던 국산 게임 되나?’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헬게이트:런던’과 ‘미소스’가 국산게임이 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플래그십 측이 ‘미소스와 헬게이트:런던의 지적재산권은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미소스’의 IP는 한빛이, ‘헬게이트:런던’의 IP는 코메리카 은행으로 넘겨졌다는 한빛소프트와 여러 매체들이 보도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입장이었다.(한빛소프트는 코메리카 은행이 가지고 있는 헬게이트:런던의 IP도 사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래그십의 주장이 알려지자 한빛소프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플래그십 폐쇄 선언 이후 플래그십과 한빛 그리고 T3 양사 간에 무엇인가 감정적인 앙금이 남아있을 짐작케 하는 발언들이 계속 이어졌다. 한빛소프트는 앞서 이야기한 보도자료에 플래그십의 재정 안정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했지만 플래그십 쪽이 이해하기 어려운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사실, 그 동안 한빛소프트는 이러한 상황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FSS에 대하여 수 차례에 걸친 제안을 하였으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제안들을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7.14일 한빛소프트 입장발표 중-
영원한 동맹일 것 같았던 플래그십과 한빛소프트이지만 ‘돈’ 앞에서 그동안 굳게 잡아왔던 두 손을 쉽게 풀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돈’만이 이 둘을 갈라놓을 것은 아니다. 이번 파경의 배경에는 T3가 존재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빛소프트는 올 초 까지도 플래그쉽 쪽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왔으나 T3로의 인수 이후 추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빛을 인수한 T3 입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 ‘헬게이트:런던’에 생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빛에게 ‘헬게이트:런던’이 배 아파 나은 자식이라면, T3에게는 데려온 자식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T3가 한빛에게 “양육비 주지 말고 아예 네 자식 데려오라. 내가 잘 키워주겠다.”고 옆구리 쿡쿡 찌른 셈이다.
어찌됐던 이제 한빛과 T3 그리고 플래그십은 이제 ‘헬게이트:런던’을 놓고 양육권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안 그래도 좀 미숙아로 태어난 헬게이트가 행여 삐뚤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ID rilrioo는 “디아블로2 처럼 패키지 + 무료 베틀넷 형태로 출시됐었으면, 이렇게 망하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라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한 분석을 내놨고, ID 불멸의 꼴통은 “해외에서는 패키지형식으로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은 못 올렸다. 국내에서도 역시 패키지로 출시되었어도 큰 성과는 못 올렸을 것.” 이라며 게임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ID 템플거너는 “초반엔 엄청 재미있는데 나이트메어 가고 만랩찍고, 몹은 갈수록 세지고, 공중몹 치고 빠지기 패턴은 더욱 짜증나고, 각종상태이상에 항상 긴장하고, 획기적인 아이템스텟 시스템 덕분에 강한 케릭터가 만들 수 없고, 아이템 스텟 맞추려면 머리 아프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헬게이트:런던’의 단점을 지적했다.
ID 골드회원은 “온라인게임 시장도, 영화나 연예 시장과 유사한 형태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영화나 연예시장도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혹은 대기업형)을 중심으로 시장을 지배해나가고, 중소규모의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형국. 빈약한 자본력 때문에 게임 개발이나 영화제작이 더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이 올 것이다. 대기업들은 스스로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투자를 통해 괜찮은 개발사를 통째로 사버리게 되고, 신생 개발사 사장들은 좋은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명감보다는, 게임을 조금이라도 띠워서 회사 자체의 지분을 비싼 값에 팔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의미하는 바를 짚어냈다.
▲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우리 워해머 잘할 수 있지? 엄마는 기대가 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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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온라인, 콘텐츠 대폭 삭제하고 9월 OBT 진행미씩의 부사장 마크 제이콥스(Mark Jacobs)가 ‘워해머 온라인’에서 예정되어 있었던 일부 콘텐츠를 삭제하고 9월말에 출시하겠다고 밝혀 한차례 파장이 일었다. 삭제되는 콘텐츠의 양이 많은지 적은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나 마크 제이콥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냥 쓸데 없으니까 빼자’고 쉽게 결정할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삭제되는 콘텐츠는 도시와 직업이다. 마크 제이콥스는 종족별로 6개의 캐피탈 시티(Capital city, RvR의 최종 목적지)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이를 진영별로 두 개(Order 진영-Altdorf, Destruction 진영-Inevitable) 로 줄이고 Choppa (그린스킨) Hammerer (드워프), Blackguard (다크 엘프) Knight of the Blazing Sun (엠파이어) 등 4개의 클래스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RvR을 근간으로 하는 게임이니 만큼 이 정도 양의 콘텐츠가 삭제되면 게임의 디자인이 바뀔 여지가 크다.
‘워해머 온라인’의 콘텐츠 삭제의 배경에는 두 가지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당초 계획했던 콘텐츠를 구현해보니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손도 많이 가더라. 게다가 각 클래스 간의 밸런스 맞추기도 쉽지 않더라. 두 번째 “미씩! 언제까지 만들꺼야? 9월에 게임 나와야 한다고!”라는 EA(미씩의 모기업)의 요구. 이 두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하자’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번 ‘콘텐츠 삭제’ 사태가 ‘워해머 온라인’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미씩 측이 밝힌 콘텐츠 삭제의 이유가 나름 타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씩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워해머 온라인’을 기대해온 유저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ID kkjhes “EA에 먹힌 개발사는 일단 일정에 맞춰야 한다. 예전에 웨스트우드도 일정에 쫓겨서 반지의 제왕 전략게임 허접하게 만들고, 오리진도 그랬다. 울티마 온라인 후속작 만들라고 리처드게리엇 닥달하다 결국 공중분해 된 것 아닌가? EA의 철저한 상업적 마인드에 미씩이 잘못 걸려 들은 것.”이라고 EA를 비난했고 ID menya “미씩이니 믿어보자? 웨스트우드나 울티마 온라인의 리차드 게리엇은 그럼 허접 개발사, 개발자였나? EA가 게임의 완성도보단 상업성을 훨씬 중시하기 때문에 유명게임 망치는데 선수라는 것 모르는 사람 있나?. 미씩이라고 별다를 수 있을까? 물론 그런걸 극복하고 좋은 게임으로 나와준다면 좋겠지만 역대를 봐선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ID seifher는 “EA는 1년에만도 수십개의 타이틀이 출시되는데, 게임 하나 일정 틀어지면 나머지 프로젝트에도 줄줄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회사차원에서 본다면, 워해머 온라인은 EA의 수십 개의 프렌차이즈 중 하나인 것이고 수십 분의 1 매출을 위해 나머지가 악영향을 받는 것을 회사에서는 더 꺼리기 마련. 제품 출시에 대한 스케줄을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경영진이 정한 것도 아닐테고 막상 하다 보니 넘기 힘든 암초에 부딪힌 것인데,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든 넘어서든지, 아님 그 부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던지.”라며 콘텐츠 삭제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진행 된 것임을 강조했고 ID 딥리버는 “좀 불만이긴 하지만 미씩의 개발자들의 저력이 만만찮고 지금까지 잘해왔다. 돈만 생각하는 EA가 주식 떨어질까 염려되어 미씩을 재촉했나 본데, DAOC을 만든 팀이라면 콘텐츠 조금 줄어들더라도 충분히 멋진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 생각된다. ea는 돈을 벌기 위해 충분한 마케팅과 cf를 날릴거고, 여러분들은 그냥 즐기시면 되고, 재미없으면 돈 안 내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크게 실망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똑똑하다고, 기대할만한 하다고 찬사를 받아온 ‘워해머 온라인’. 항상 ‘수재’ 소리를 듣고 자라온 ‘워해머 온라인’인 만큼 EA의 기대도 미씩의 부담도 클 것이다. 또 얼른 좋은 성과도 내야 할 것이다. 과도한 부담과 재촉은 종종 뜻하지 않게 모범생들의 일탈을 불러오곤 하는데, 이번의 사태가 그 시초가 되지 않기를 게이머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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