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과 에이스의 완벽호흡! SK의 노련한 우승 전략

▲ 우승의 순간,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택용

완벽한 노림수! SK텔레콤의 강력한 `에이스` 이영호를 보유한 KT 롤스터를 4:1로 잡고 우승을 차지한 비결이다.

4월 9일,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펼쳐진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위너스리그 결승에서 SK텔레콤이 KT롤스터를 꺾고 위너스리그 첫 우승을 기록했다. SK의 승리 전략은 가장 강력한 적수인 `이영호`를 날카롭게 겨냥한 노림수였다. 이승석의 활약으로 올킬패의 위기에 몰린 KT는 결국 팀의 마지막 카드로 이영호를 세트 중반에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SK가 함정을 판 곳은 5세트 아즈텍이었다. 이 맵은 이영호마저 부담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테란에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4세트에서 이영호에게 패한 이승석에게 바통을 이어 받은 김택용의 종족, 프로토스에게는 매우 좋은 맵이었다. 긍정적인 데이터를 뒤에 업은 김택용은 팀의 전략대로 이영호를 무너뜨리고 팀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백업 라인과 에이스의 척척 맞아들어가는 궁합이 SK텔레콤을 이번 시즌 위너스리그의 최고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번 결승전의 MVP는 단연 KT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어 팀의 에이스 김택용에게 유리한 플레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한 이승석으로 선정되었다. 선 방어 후 공격 전술로 KT의 김대엽을 무너뜨린 이승석은 뒤이어 출전한 KT의 새로운 저그 카드, 임정현마저 제압하며 2연승을 달성해 팀의 사기를 드높였다. 이승석은 이에 멈추지 않고 KT의 대표 프로토스, 김대엽마저 시원스런 히드라 올인 공격으로 쓰러뜨리며 승부사다운 대담한 기질마저 드러냈다.

올킬패 위기에 몰린 KT는 결국 팀의 `최종 병기`, 이영호를 투입시켰다. 4세트에서 철벽과 같은 수비로 이승석의 매서운 공세를 상쇄시키며 1승을 따낸 이영호, 하지만 그는 테란이 다소 불리한 아즈텍에서 강력한 프로토스 김택용을 상대해야 하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쳤다.

그리고 김택용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진 게이트 이후, 질럿과 드라군으로 꾸준히 테란을 괴롭히며 자원 이득을 취한 김택용은 여유 시간 동안 추가 멀티를 확보해 곧이어 벌어질 화력 싸움에 대비했다. 놀라운 수비력으로 김택용의 공세를 저지시킨 이영호는 승부를 뒤집기 위해 다수의 메카닉 병력을 이끌고 나와 프로토스의 앞마당 입구를 조였다.

그 사이 아비터까지 보유한 김택용은 더 이상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다수의 질럿과 드라군으로 조이기 라인을 뚫고 나오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경기가 막바지에 다르자 김택용은 몸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며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화력과 자원, 그 어느 부분에서도 상대보다 앞서지 못한 이영호는 결국 통한의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 위너스리그 첫 우승을 달성한 SK텔레콤 T1

백업 라인과 에이스의 완벽한 호흡, SK텔레콤의 이러한 장점은 지난 2일 펼쳐진 화승 오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영호와 대등한 존재감을 지닌 이제동이 버티고 있는 화승을 SK텔레콤은 최호선, 이승석 등 백업 선수를 먼저 투입해 상대 팀의 힘을 뺀 뒤, 후반 세트에 출전한 이제동을 에이스 김택용으로 잡는 노련한 전략을 사용했다.

하이트 엔투스와 맞대결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결승까지 올라온 가파른 상승세 역시 SK텔레콤 측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주를 단위로 계속 경기가 이어진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생생한 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며 올라온 SK 선수들은 100%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준PO에서 PO로 다시 결승까지, 힘겨웠던 여정이 SK텔레콤 측에 오히려 이득을 가져다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