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이슈가 됐던 ‘레드블러드 온라인(이하 레드블러드)’이 5년이란 긴 제작기간 끝에 마침내 첫 비공개 테스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워낙 소식이 없어 개발이 중단된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문제없다는 듯 ‘뽀대’나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 `레드블러드` 티저 영상
보다시피 ‘레드블러드’는 올해 초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테라’와 흡사한
모습이다. 원래 이 게임은 어드벤처 요소가 특화된 스테이지형 MORPG로 알려져 있었으나,
개발이 진행되며 몰이사냥이 강조된 논-타겟팅 전투 방식의 MMORPG로 바뀌었다. 특히
전투의 경우 과거 국내 고전 온라인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물약 신공’이 가능해
눈길을 끈다.
게임의 제작사인 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는 “레드블러드는 원래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어드벤처 요소가 가미된 MO 방식의 신선한 게임을 생각했으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트랜드과 대중성을 쫓다보니 어쩔 수 없이 MMO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논-타겟팅 전투 `레드블러드 온라인`
물약+논타겟팅 몰이 전투로 부담없이 즐긴다
‘레드블러드’는 지난 06년 첫 공개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개발에만 전념해왔다. 그러나 5년 반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늦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이에 대해 김찬준 대표는 지연된 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 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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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MMORPG의 경우 4~5년 정도 개발하잖아요. 아키에이지도 06년도에 시작했고. 이런 걸 감안하면 늦어진 건 아니라고 봐요. 게다가 최초 공개 시 조명을 너무 크게 받은데 반해, 당시 제작진은 25명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늦어진 것도 있고요, 개발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고. 뭐, 다른 업체도 다 겪는 일이니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네요(웃음).” 확실히 ‘레드블러드’는 첫 공개 당시 업계에 이슈가 되긴 했다. 과거 ‘충무공전’을 제작해 이름을 알린 1.5세대 유명 개발자 정무식 PD가 고릴라바나나를 세우고, ‘레드블러드’ 원작 만화작가인 김태형 씨도 AD로 합류해 함께 만들어 나간다니 충분히 그럴 수밖에. |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특히 온라인게임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어드벤처 요소를 강하게 부각시킨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지속성이 중요한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어드벤처 장르로 기획된다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게임메카 독자들 사이에서도 ‘레드블러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당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은 허무하게도 지금의 ‘레드블러드’는 어드벤처가 특화된 장르가 아니다. 어드벤처 요소는 그저 소소한 재미요소로써, 게임구성에 일부분만 차지하고 있는 것.
“레드블러드는 06년도 최초 공개 시, 던전 내 미로나 퍼즐 등의 어드벤처한 부분을 강조한 감이 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려 조금 튀고 싶었거든요(웃음). 그러나 처음부터 어드벤처를 주류로 갈 생각은 없었어요. 요즘은 어드벤처 장르를 거의 찾기 힘든데다, 온라인 게임으로 구현하기 참 어렵잖아요. 결과적으로 어드벤처한 부분은 전투에 흥을 돋궈주는 소소한 재미요소로 보시면 됩니다. 장르 자체를 어드벤처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죠.”
▲ 06년도에 최초 공개된 `레드블러드`
그렇다면 현재 ‘레드블러드’의 진짜 특징은 무엇일까? 김찬준 대표의 대답은 ‘정통 MMORPG’였다. 너무나 흔한, 너무도 뻔한 답변에 조금 의아했지만, 추가로 덧붙인 ‘논타겟팅 전투-물약신공-콘텐츠 순환구조’의 3박자 관계를 들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됐다.
우선 김찬준 대표가 말한 ‘정통 MMORPG’란 사람들이 왜 MMORPG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지 이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설계한 게임이라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연출에 따라 등급이 분류되듯, ‘레드블러드’도 연출을 통해 흔한 MMORPG 중에서도 A급이 되겠다는 것.
이를 가능케 하는 게임 특징의 1등 공신이 바로 논-타겟팅 전투다. 이미 ‘테라’를 통해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증명됐고, 요즘 유저들이 좋아하는 방식이기 때문. 특히 ‘레드블러드’의 논-타겟팅 전투는 타격 판정범위를 정교하게 구현돼 있어 칼을 휘두르는 범위나 구체의 범위 내 모든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몰이사냥’에 특화돼 있는 셈.
여기에 물약 플레이는 논-타겟팅 전투를 더욱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약 플레이란 과거 ‘리니지’와 비슷한 형태로 생명력 회복 포션을 쿨타임 없이 사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에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에버퀘스트’ 직업 롤을 기반으로 한 파티 플레이가 정석이 되었지만, 사실 ‘재미’만 놓고 보면 물약플레이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물약 플레이는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주려는 데 그 의도가 있어요. 물약 1개를 가지고 5마리 잡을 것이냐, 아니면 10개를 가지고 50마리를 잡을 것이냐 유저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장점이 되겠죠. 요즘 게임을 보면 시스템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조금 더 쉽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 물약 플레이로 즐기는 논-타겟팅 전투
그렇다면 논-타겟팅 전투와 물약 플레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맞다. 동기부여다. 유저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는가?
김찬준 대표는 ‘레드블러드’가 대단한 목적성을 지닌 게임은 아니라고 말한다. 공성전이란 거대한 콘텐츠가 있다고 해서 유저들은 그것만 보고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 대통령이 꿈인 어린이가 무조건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만으로 공부하지는 않듯, 게임도 그때그때 목적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야금야금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그런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목적성과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성장-보상-소비의 순환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유저들은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때그때 어떤 형태로든 소비가 되도록 유도해야 하죠. 대신 유저가 소비를 하고 무엇인가를 이루어냈을 때, 그걸 얼마나 돋보이게 연출해주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만족을 느끼면 다른 목적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장에 힘을 쏟아붓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성장-보상-소비의 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현재 레드블러드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고? 쉽게 말해 김찬준 대표는 MMORPG의 궁극적인 재미는 유저가 들인 시간, 노력, 돈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상이 주어지느냐에서 판가름 난다고 말한다. 바로 이게 ‘동기부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결과적으로 논-타겟팅 전투도 무작정 액션을 강조하기 위해 구현된 게 아니라 MMORPG의 ‘진짜’ 재미를 빛내주는 연출도구 중 하나인 셈이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리니지’가 떠오른다. 김찬준 대표도 ‘리니지’와 기본적인 방향성과 비슷하다는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액션이 강화된 ‘리니지’가 아니라, 조금 더 세련되게 연출된 ‘리니지’라 보는 게 맞다고. 이게 바로 ‘레드블러드’의 정체다.
▲ 가장 화끈한 맛을 선사하는 워리어
첫 비공개 테스트는 9월에 진행
김찬준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잠시 ‘레드블러드’의 전투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솔직하게 전투 느낌 자체만 놓고 보면 확실히 ‘테라’와 흡사한 면이 많았다. 대신 정교함에 차이가 있어(라이트하게 설계돼)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었다.
“테라의 전투는 조금 힘이 들어갔다고 봐요. 레드블러드의 논-타겟팅 전투는 테라와 비슷한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손쉽게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될 것입니다."
▲ 조작 난이도는 `테라`와 비슷한 정도라고
‘레드블러드’의 직업은 크게 4종류로 분류된다. 물약 플레이가 가능한 만큼 탱, 딜, 힐이라는 직업 롤에 구속받을 필요 없이 여럿이 우르르 모여 ‘떼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파티 플레이 디자인이다. 대신 여럿이 함께 했을 경우 더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미션도 있고, 보상도 솔로 플레이와 다르기 때문에 고유의 동기부여는 충분히 제공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몬스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 네발 달린 몬스터의 경우 사냥에 성공하고 특정 액션을 취하면 바로 탈것으로 만들어 지배할 수 있다. 두발 달린 몬스터는 펫처럼 부릴 수 있고, 무생물의 경우 친구로 만들어 아이템을 대신 줍게 하거나 나에게 이로운 버프를 부여해주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소한 재미요소인 셈이다.
김찬준 대표는 ‘레드블러드’에 준비된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장-보상-소비의 순환구조가 가능하려면 그만큼 콘텐츠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 레이드나 공성전을 비롯한 PvE, PvP에 대한 콘텐츠도 잘 준비돼 있으니 그만큼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경쟁작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사실 MMORPG라는 건 제작하기 무거운 게임이 맞습니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요. 이에 론칭할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어요. 월드컵때 축구 게임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이에 우리는 특정 경쟁작을 의식하기보다 ‘우리가 준비됐을 때’가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레드블러드’는 오는 10월 경 첫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된다. 평가는 해보고 판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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