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영상이 MBC에서 방영한 '바람돌이 소닉' 오프닝
두 번째 영상이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BS에서 방영한 '고슴도치 소닉' 오프닝
한때 ‘콘솔게임대전’ 또는 ‘비트(BIT)전쟁’ 이라 부르는 콘솔게임시장 경쟁에 참전하였던 불굴의 게임업체가 있었다. 필자는 항상 게임업계의 콩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힘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터라 그 라인 조차 못 타고 있어서 안타까운 게임업체 세가. 이 글은 그 세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파란 고슴도치 ‘소닉 더 헤지혹(이하 소닉)’ 의 이야기다.
닌텐도는 이미 1983년부터 패미컴(FC)으로 콘솔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였고, 1985년 배 나온 콧수염 아저씨 마리오가 등장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을 출시하여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었다. 이에 밀릴세라 세가는 닌텐도에게 도전장을 던지는데, 이것이 1988년 출시한 세계최초의 16비트 콘솔게임기(패미컴은 8비트)인 메가드라이브(MD)다.
이미 어느 정도 콘솔게임시장을 장악한 닌텐도를 이기기에는 부족했지만 기계의 성능을 활용한 다양한 타이틀 덕분에 부동의 2위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던 세가와 메가드라이브. 하지만 이보다 한 발 빨랐던 닌텐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를 시리즈화 시키기 시작했다. 1988년 기네스북에도 오른 전설적인 타이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 와 1990년 ‘슈퍼 마리오 월드’ 는 닌텐도의 성공적인 시리즈화의 산물인 셈이다.
▲영국의 i-D 잡지에 실린 소닉의 모습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 세가는 1990년, 장래 자사의 얼굴이 될 독자적인 캐릭터이자 메가드라이브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처음에는 귀로 물건을 집어 적에게 던지는 토끼를 캐릭터화했지만 프로젝트의 나카 유지(中 裕司)팀장이 “그렇게 하면 게임이 복잡해 질 것이다.” 고 반대하여 최종적으로 고슴도치와 아르마딜로가 남게 된다. 그렇게 검토 끝에 ‘등에 있는 가시가 스피드감 있는 게임에 적합하다’ , ‘고슴도치 (Hedgehog)의 영어단어가 어감이 좋다’ 는 이유로 고슴도치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리하며 ‘음속을 넘나드는 고슴도치’ 라는 뜻의 ‘소닉 더 헤지혹(Sonic the Hedgehog)’ 이 탄생한다.
소닉 더 헤지혹 1
1990년, 닌텐도는 조금은 늦었지만 16비트 게임기의 후발주자인 슈퍼패미컴(SFC)을 출시하고 이와 함께 자사의 인기 작품인 ‘슈퍼마리오브라더스’ 시리즈의 최신작 ‘슈퍼마리오월드’ 를 발매하여 인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소닉이
로고에서 나와 손가락을 흔드는 이 시작 화면은 이후 전통이 되어 계속된다
이에 메가드라이브(MD)로 재미는 보고 있었지만 큰 한방을 못 올리고 있던 세가는 “마리오를 능가할 자사의 얼굴이 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는 일념 하나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그것이 바로 1986년 ‘알렉스키드(Alex Kidd)’ 의 뒤를 이어 활약하게 될 음속의 푸른 고슴도치 ‘소닉’ 이다.
1991년 세가는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게임 ‘소닉 더 헤지혹 1’ 을 발매하며 마리오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게임의 스토리는 IQ 300의 천재 과학자 닥터 에그맨이 사우스 아일랜드의 동물들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로봇을 만들어내고, 섬에 숨겨져 있는 카오스 에메랄드를 빼앗기 위해 나타난다. 하지만 숲에 살고 있던 소닉이 동물들과 섬을 구해내고 닥터 에그맨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심플한 내용이다.
‘소닉 더 헤지혹 1’ 은 세계 최초 횡스크롤 게임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85년)’ 시리즈와 동일 장르인 횡스크롤 액션으로 제작을 하지만 차별성을 두기 위해 ‘속도감’ 와 ‘직관성’ 을 강조했다. 메가드라이브 성능을 100% 발휘한 ‘속도감’ 은 슈퍼패미컴으로 출시하던 게임들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었으며, 적절한 밸런스와 맵의 구성은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를 새로운 인기 타이틀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당시 필자는 마리오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소닉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일종의 체력 시스템으로 도입되었던 ‘링 시스템’ 은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 속에서 유저가 적을 인지하기도 전에 사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소닉(유저)이 링을 단 1개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게임오버 당하지 않게 하여 난이도와 속도감,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하여 ‘소닉 더 헤지혹 1’ 은 전 세계 600만장을 팔아 치우며 북미 시장에서 메가드라이브(북미명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수십 배로 높여주는 추진력이 되어준다.
세가는 ‘소닉 더 헤지혹 1’ 으로 폭 넓은 유저층을 확보하는데 성공,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리즈를 비롯하여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미디어 믹스를 이루어내는 세가의 황금기를 열게 된다.
소닉 더 헤지혹 2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소닉 더 헤지혹 1’ 은 그 인기에 힘입어 1992년 동일 기종인 메가드라이브로 후속작인 ‘소닉 더 헤지혹 2’ 를 출시한다. 개발 당시 소닉의 아버지 나카 유지 개발자가 세가 본사와 불화로 인해 퇴사하게 되지만 동료들의 권유로 세가 북미지사(Sega Technical Institute)에서 ‘소닉 더 헤지혹 2’ 를 개발한 것은 꽤 유명한 일화다.
▲예리한
사람은 알겠지만 테일즈보다는
소닉이 엄지 손가락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더 눈에띈다
세가는 본래 ‘소닉 더 헤지혹’ 의 주 판매 시장을 자국(일본) 보다 메가드라이브의 인지도가 높았던 북미와 유럽시장을 목표로 잡았던 터라 ‘소닉 더 헤지혹 1’ 과 마찬가지로 ‘소닉 더 헤지혹 2’ 역시 유럽시장에서 우선 출시(이후 일본, 북미 순으로 출시)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 게임시장에 소닉의 푸른 물결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시리즈의 기본적인 틀은 이미 ‘소닉 더 헤지혹 1’ 에서 잡혀 있었기 때문에, ‘소닉 더 헤지혹 2’ 에서는 약간의 추가 요소만이 더해졌다. 물론 이 약간의 추가 요소가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새로운 동료와 능력의 추가다.
마리오에게 루이지가 있듯, ‘소닉 더 헤지혹 2’ 에서는 소닉의 파트너인 두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마일즈 ‘테일즈’ 프라우저’ 가 추가되게 된다. 테일즈의 등장은 모험을 다니던 소닉이 새로운 섬 웨스트사이드 아일랜드에 들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꼬리가 두 개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던 테일즈가 섬에 도착한 소닉을 보고 자신도 소닉처럼 멋지게 되고 싶은 마음에 지 멋대로 소닉을 따라다니다가 친구가 된다는 설정이다. 소닉을 보조하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테일즈는 루이지와 다르게 소닉을 대신하여 적을 처치하거나 링을 대신 획득해주기도 하였으며, 2P 플레이어가 소닉을 보조하는 형식으로 조작을 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테일즈가 없었다면 스크린샷 만으로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테일즈의 본명 마일즈 ‘테일즈’ 프라우저(Miles ‘Tails’ Prower) 라는 이름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마일즈 ‘테일즈’ 프라우저라는 이름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정한 마일즈 프라우저(Miles Prower) 라는 이름과 다른 개발 스텝들이 정한 테일즈(Tails) 라는 이름을 서로 타협하여 만든 이름이다. 때문에 제작진도 헷갈렸는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서의 본명과 애칭이 각각 다르다.
‘소닉 더 헤지혹 2’ 는 메가드라이브 패드의 세 버튼 모두 점프로만 사용되던 단순한 조작 체계에서 벗어나 ‘스핀 대쉬’ 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하여 더욱 속도감을 낼 수 있었다. 방향키 아래 + 점프키를 눌러 ‘스핀 대쉬’ 를 발동하면 제자리에서 회전을 시작하며, 어느 정도 충전된 상태에서 점프를 때면 평소 달리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오르막길을 이동할 때 매우 유용한 기술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닉이 제자리에서 윙~윙~ 하고 돌다가 슉! 하고 달려가는, 소닉을 대표하는 액션으로 자리잡는다.
또한 7개의 카오스 에메랄드를 모두 모은 상태에서 링을 50개 소지하고 있으면 ‘슈퍼 소닉’ 이라 하여 일정 시간 무적상태가 되는 변신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스테이지의 존(Zone) 수도 늘어나 더욱 강화된 후속작다운 후속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사상 최고 판매량을 달성한다.
이 사이 세가는 자사가 개발한 휴대용 콘솔게임기 게임기어(GG)를 통해 ‘소닉 더 헤지혹 1, 2’ 를 출시하지만, 성능이 최악이었던 게임기어의 몰락 탓에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묻히고 말았다. 참고로 이 시기 닌텐도는 게임보이(GB/1989년)와 ‘슈퍼 마리오 랜드(1989년)’ 를 출시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소닉CD
‘소닉 더 헤지혹 2’ 로 소닉의 인기는 절정에 달하게 되고, 각종 소닉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대부분 이때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1993년 초, 영국의 F1 윌리엄즈 팀과 J리그 JEF 유나이티드의 스폰서로 세가가 선정되어 경기장과 서킷에 소닉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국내에는 ‘바람돌이 소닉’ 이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던 영국 애니메이션 ‘Adventure of Sonic the Hedgehog’ 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살짝
살이 찐 소닉(?)
한편, 카트리지 게임(일명 게임팩)이 현역이던 1991년, 우리의 콩 세가는 닌텐도를 이기기 위해 사상 최고의 삽질이자 실험작으로 콘솔게임기에 CD-ROM을 탑재해 CD를 매체로 하는 콘솔게임기 ‘메가CD’ 를 메가드라이브 주변기기로 출시한다. 일단 CD를 활용한 콘솔게임기라는 점은 칭찬해줄 만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로딩도 심각했으며 가장 중요한 전용 타이틀조차 몇 개 없어서 콩이 콩가루가 되도록 까이게 된다.
그러나 이 비운의 콘솔게임기에도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가 출시하게 된다. 그 이름하여 ‘소닉CD’. ‘AVGN(The Angry Video Game Nerd)’ 이라는 UCC 동영상으로 유명한 미국의 게임비평가 제임스 롤프(James D. Rolfe)는 “이 똥덩어리 게임기에서 건질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은 ‘소닉CD’ 단 한가지였다.” 고 발언할 정도로 메가CD는 최악이었었지만 ‘소닉CD’ 는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한 면을 장식하는 작품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3년 에 출시된 ‘소닉CD’ 는 나카 유지가 제작한 것이 아닌 소닉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오시마 나오토(大島直人)가 제작을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소닉CD’ 는 CD 매체를 활용한 작품이었던 만큼 고품질의 O.S.T를 탑재하여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에 손꼽을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메가드라이브로 출시하던 시리즈들에 비하면 속도감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CD 용량을 적극 활용하여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스케일이 특징이었다.
▲CD
매체 덕분에 조금 더 깔끔해진 도트
사실 이 ‘소닉CD’ 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테일즈에 이은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최초 여성 캐릭터이자 소닉을 너무 좋아해서 지구 끝까지 쫓아다니는 분홍 고슴도치 ‘에이미 로즈(이하 에이미)’ 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닥터 에그맨이 소닉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로봇 메탈 소닉에게 납치되는 수준의 역할로 나오지만, 이후 시리즈를 거치면서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진정한 히로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작 소닉은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쫓아다니는 에이미가 부담스러워서 도망 다닌다고 한다.
▲비록
망치 같은 무서운 무기를 휘두르지만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에이미
‘소닉CD’ 는 CD를 매체로 제작한 게임인 덕분에 PC로 쉽게 이식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정식발매 되는 등 기기와 달리 살아남아 그 시리즈의 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소닉 더 헤지혹 3
1994년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중 최고 명작이라 불리우는, ‘소닉 더 헤지혹 3’ 가 북미에서 메가드라이브를 통해 최초 발매된다.
▲'기계덕후'
테일즈의 비행기가 보인다
‘소닉 더 헤지혹 3’ 는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캐릭터나 배리어에 따라 점프 액션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점프 도중 다시 점프 버튼을 누를 할 경우 순간적으로 회전하는 ‘W 회전어택’ 이 추가되었고, 테일즈는 ‘꼬리 프로펠러’ 라 하여 순간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술이 추가되었다. 배리어 같은 경우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아쿠아 배리어, 용암 지형에서 공격을 당하여도 사라지지 않는 플레임 배리어, 근처에 있는 링을 끌어오는 썬더 배리어의 세 종류가 존재해 게임성을 더 높여주었다.
▲'소닉'
하면 떠올리는 가장 친숙한 장면
전작에 이어 ‘소닉 더 헤지혹 3’ 에서도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닥터 에그맨에게 속아 소닉의 적으로 등장하는 라이벌 붉은 바늘두더지 ‘너클즈 더 에키드나(이하 너클즈)’ 가 이 작품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두더지면서 하늘을 날고 벽을 타기도 하는 너클즈는 이후 ‘소닉&너클즈’ 라는 확장팩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하게 되면서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자리잡는다.
▲닥터
에그맨의 뻔한 속임수에 당했던 터라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바보' 로 통하는 너클즈
또한 ‘소닉 더 헤지혹 3’ 는 BGM 작업에 전설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참여했다는 점 하나로 큰 이슈를 몰고 다녔다. 마이클 잭슨은 세가와 함께 ‘소닉 더 헤지혹 3’ 의 만년설 스테이지(Ice Cap Zone)와 엔딩 스크롤의 테마곡을 직접 작곡하게 된다. 하지만 메가드라이브의 기기성능의 한계로 마이클 잭슨이 원하는 만큼의 BGM을 만들 수 없었기에, 팬들이 실망할 것을 감안하여 세가에서는 ‘소닉 더 헤지혹 3’ 의 엔딩 스크롤에 등장하는 제작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제외시켰다고 한다.
사실 마이클 잭슨과 소닉의 인연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다. 초기에 소닉을 디자인할 때도 마이클 잭슨이 신고 있던 신발을 본따서 소닉의 신발을 디자인 하는 등 디자인적 영향을 받았고, 게임과 어린이를 사랑했던 마이클 잭슨 역시 ‘소닉 더 헤지혹’ 의 열혈한 팬이 되어 세가 본사를 직접 찾아 가는 등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다. 이에 인연이 되어 ‘소닉 더 헤지혹 3’ 에 이르러서는 함께 게임 개발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그 인연은 계속 이어져 마이클 잭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동명의 영화 ‘문워커’ 를 게임화한 ‘문워커’ 와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리듬게임 ‘스페이스 채널 5’ 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무상으로 성우에 BGM까지 자청한다.
이러한 이유로 ‘소닉 더 헤지혹 3’ 는 소닉의 팬이자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해봐야 하는 명작이며, 극강의 2D 그래픽을 자랑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동시에 이미 몰락의 길을 걷던 메가드라이브의 말기를 장식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소닉&너클즈
세가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소닉 더 헤지혹 3’ 에 다 못 넣은 콘텐츠를 채우기 위한 확장팩 개념의 ‘소닉&너클즈’ 를 1994년 메가드라이브로 출시하게 된다.
▲테일즈를
밀쳐내고 시작 화면을 차지한 너클즈
게임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전 세계적으로 최초이자 최후였던 ‘소닉&너클즈’ 의 신개념 게임 카트리지 팩을 설명하고 넘어가자. 일명 ‘Lock-on technology(System)’ 또는 ‘도킹 팩’ 이라 부르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이 카트리지 팩은 팩 자체에 슬롯이 있어서 그 위에 또 다른 카트리지 팩을 장착하는 방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고, 앞에 언급된 ‘소닉 더 헤지혹’ 의 전작을 ‘소닉&너클즈’ 팩 윗부분에 장착하면 추가 요소가 더해진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다. 즉 간단하게 말해서 ‘팩 위에 팩을 합체!’ 한다는 뜻이다.
▲소닉
1! 소닉 2! 합체다!
‘소닉&너클즈’ 는 1993년 게임기어로 출시한 ‘소닉&테일즈’ 의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전작 ‘소닉 더 헤지혹 3’ 에서 라이벌로 등장하던 너클즈를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닉&너클즈’ 팩 위에 ‘소닉 더 헤지혹 3’ 를 장착하면 ‘소닉 3&너클즈’ 를 플레이 할 수 있게 된다. 이 소닉 3&너클즈’ 는 ‘소닉 더 헤지혹 3’ 에 아쉽게 빠졌던 스테이지가 추가되고 버그와 컨티뉴 세이브 기능이 구현된 점이 특징이다. ‘소닉 더 헤지혹 3’ 의 문제였던 작은 볼륨과 ‘소닉&너클즈’ 의 문제였던 세이브 불가를 모두 해결한 완전체인 것이다. PC로 출시한 버전이 바로 이 버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가장 많이 즐긴 작품이며, 소닉 시리즈를 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이틀이 된다.
▲'소닉
더 헤지혹 2' 를 장착하는가 '소닉 더 헤지혹 3' 를 장착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소닉 더 헤지혹 2’ 를 장착하면 ‘소닉 더 헤지혹 2’ 의 스테이지를 너클즈로 플레이 할 수 있는 ‘너클즈 더 에키드나 인 소닉 2’ 를, ‘소닉 더 헤지혹 1’ 을 장착하면 ‘소닉 더 헤지혹 3’ 에 등장했던 링(일명 동전) 먹기 스페셜 스테이지 ‘블루 스피어’ 가 134, 217, 728개나 되는 무한에 가까운 패턴의 스테이지로 재구성된 ‘블루 스피어즈’ 를 즐길 수 있었다.
소닉 잼
1994년 ‘소닉&너클즈’ 이후의 2년 간은 소닉의 정체기로, 이 시기엔 소닉 시리즈가 꾸준히 출시되긴 했지만 소닉 특유의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아닌 외전격게임이거나 콘솔게임기가 망해서 함께 묻히곤 했다. 이 때 나온 타이틀은 너클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너클즈 카오틱스’ , 테일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테일즈의 스카이패트롤’ 과 같은 조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다룬 외전에서부터, ‘소닉 레버린스’ 나 ‘소닉 더 파이터즈’ 와 같은 장르가 전혀 다른 게임들이다.
▲로고에
날개가 생겼다?
사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콘솔게임 업체로 소니가 등장하여 뛰어난 3D 성능과 CD 매체를 적극 활용한 플레이스테이션 1(PS1)을 출시하던 시기다. 세가는 야심차게 준비한 슈퍼32X를 제대로 말아먹고는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닌텐도 한 명 상대하기도 힘든데 소니까지 참전하는 바람에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그리하여 1994년 세가는 플레이스테이션 1을 격추시키기 위해 2D 와 사운드에 특화된 CD 매체의 콘솔게임기 ‘세가 새턴(SS)’ 을 발매한다. 참고로 닌텐도는 2년 뒤인 1996년 닌텐도64(N64) 라는 카트리지 팩을 사용하는 64비트(세가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1은 32비트) 게임기를 출시한다. 이것이 ‘제 5세대 콘솔게임대전’ 이다.
한때 영국에서는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가 세계의 역사적 필름이나 방송을 보존시키는 ‘영국기록물보관소(National Film and Television Archive)’ 에 ‘소닉 더 헤지혹 1’ 이 비디오게임 최초로 등록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할 정도로 말이다. 이에 세가는 소닉이라는 캐릭터 브랜드를 단순한 게임캐릭터가 아닌 세가의 상징 그 자체로 인지, 캐릭터성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팀 ‘프로젝트 소닉(PROJECT SONIC)’ 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1997년 프로젝트 소닉의 이름으로 최초로 출시하는 타이틀이 바로 ‘소닉 잼’ 이다. 사실 ‘소닉 잼’ 은 소닉 시리즈를 모은 최초의 합본팩으로, 메가드라이브의 인기 타이틀 ‘소닉 더 헤지혹 1’ , ‘소닉 더 헤지혹 2’ , ‘소닉 더 헤지혹 3’ , ‘소닉&너클즈’ 가 수록되어 있었고 각종 설정집이나 역사도 포함하고 있었다. 게임성 자체는 딱히 큰 변화는 없었지만, 시스템적으로 세이브와 난이도 조절, 세가 새턴의 아날로그 컨트롤러를 지원한다는 정도의 추가 요소가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이러한 그래픽을 보고도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단순하게 이런 부분만 존재했다면 의미가 없었겠지만, ‘소닉 잼’ 에는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폴리곤)으로 된 소닉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소닉 월드’ 가 수록되어 있었던 터라 차후에 나올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소닉R
세가 새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한창 플레이스테이션 1과 ‘너 죽고 나 죽자’ 하며 전투를 펼치던 1997년, 프로젝트 소닉팀이 아닌 영국의 Travellers’ Tales가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레이싱 게임을 제작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소닉R’ 이다.
▲3D
그래픽으로 바뀌면서 로고에서 튀어나오던 시작 화면이 바뀌게 된다
‘소닉R’ 은 ‘소닉 월드’ 에 이어 3D 폴리곤 그래픽으로 제작된 게임이다. 사실 세가는 이미 어느 정도 ‘소닉 잼’ 을 통해 세가 새턴도 3D 폴리곤 그래픽이 뒤쳐지지 않는 기기라는 걸 입증하긴 했으나, 기술력의 문제로 약간은 어설픈 그래픽을 보여준 적도 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작품이었다.
등장 캐릭터는 소닉을 포함하여 테일즈, 너클즈, 에이미, 닥터 에그맨까지 참가하였으며,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과 다르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뚫고 다닐 수 있었다. 또한, 링과 카오스 에메랄드를 획득하여 슈퍼 소닉으로 변신하거나 숨겨진 캐릭터로 있던 닥터 에그맨을 언락 시킬 수도 있었다. 소닉의 상징인 속도감 또한 상당히 잘 표현되었으며, 소닉의 상징인 360도 회전코스를 3D로 표현한 덕분에 카메라의 움직임을 따라 실제 도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첫 번째 레이싱 장르 게임
결국 ‘소닉R’ 은 정식 시리즈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높은 완성도와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 모여서 함께 달리는 심플한 레이싱 게임으로 인정 받으며 대박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한 획을 긋는 데는 성공한다.
이후 영국의 Travellers’ Tales는 이후 프로젝트 소닉의 3탄으로 1999년 3D 그래픽으로 제작한 ‘소닉 3D 플릭키즈 아일랜드’ 를 출시했는데, 폴리곤 그래픽이 아닌 아케이드로 발매한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와 동일한 쿼터뷰 방식으로 제작하여 그래픽을 제외하면 딱히 큰 특징이 없었다.
소닉 어드밴처
1998년, 콘솔 3사의 후속기종 개발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세가가 먼저 ‘제 6세대 콘솔게임대전’ 의 칼을 뽑아 든다. 그것이 바로 세가의 꿈을 담은 ‘드림캐스트(DC)’ 이다. 드림캐스트는 세가 새턴의 장점인 2D와 3D 기술력이 합쳐진 발매 당시 최고의 성능을 가진 콘솔게임기였으며, 세계 최초로 모뎀을 내장하여 전용 웹 브라우저와 온라인 기능을 지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0년도에 보편화에 더 비중을 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PS2) 의 등장으로 시대를 너무 앞서가 보편화에 실패한 드림캐스트와 세가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2001년 콘솔게임기 사업을 접게 된다.
▲시작
화면에 소닉 어디갔어?!
어찌되었던 세가는 1998년, 신형 콘솔인 드림캐스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투입시킨 ‘소닉 어드밴처’ 를 출시하게 된다.
‘소닉 어드벤처’ 의 가장 큰 특징을 두 가지 뽑는다면 드림캐스트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한 3D 그래픽과, ‘소닉 어드벤처’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횡스크롤 액션 방식에서 어드벤처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후 3D 그래픽으로 제작되는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는 대부분 어드벤처 형식을 갖추게 된다.
▲'소닉
어드벤처' 의 명장면(?)
‘소닉 어드벤처’ 의 게임 진행은 스토리를 진행하고 캐릭터와 대화를 하는 어드벤처 파트와 기존의 속도감과 액션을 느낄 수 있던 액션 파트로 나뉜다. 이에 따라 캐릭터의 수가 증가하고 스토리의 비중이 더 높아지게 된다.
플레이 가능 캐릭터는 총 여섯 명으로, 각자 다른 플레이어 파트를 전담했다. 3D로 구성된 맵을 신나게 달리는 소닉 파트, 소닉이나 닥터 에그맨과 경주를 하는 테일즈 파트, 필드에 흩어진 마스터 에메랄드 조각을 수집하는 너클즈 파트, 닥터 에그맨이 만든 로봇의 추격에서 벗어나 탈출하는 에이미 파트가 기본적으로 존재, 여기에 두 명이 추가캐릭터로, 낚시를 즐길 수 있던 뚱뚱한 보라색 고양이 빅 더 캣 파트와 주변의 적을 일정시간 동안 파괴하는 닥터 에그맨의 새로운 로봇 E-102 감마 파트가 새로 선보여졌다.
특히, E-102 감마 파트는 주변의 적들을 록온시켜서 파괴하는 미션이 매우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 그 덕분에 E-102 미션에 등장하던 록온 시스템과 콤보 시스템은 ‘소닉 어드벤처 2’ 의 테일즈와 닥터 에그맨의 플레이 스타일로 계승된다.
▲캐릭터
마다 엔딩 화면이 달랐다
화려하게 제작된 풀 폴리곤 3D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 더욱 넓어진 스케일 덕분에 ‘소닉 어드벤처’ 는 전 세계 250만장을 판매하며 드림캐스트 사상 가장 많이 팔린 타이틀로 기록, 소닉의 팬이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뽑는다는 역작으로 평가 받는다.
소닉 어드밴처 2
시간이 흘러 2000년 초 세가의 소닉 개발부가 분사되어 ‘주식회사 소닉팀’ 이는 회사를 설립하여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개발을 이어간다. 그리고 드림캐스트의 말기이자 세가에게 있어 자사의 콘솔게임기로 출시하는 가장 마지막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인 ‘소닉 어드벤처 2’ 가 2001년 6월에 출시되었다. ‘소닉 더 헤지혹’ 탄생 10주년이 되던 해였다.
▲섀도우와의
대립을 표현한 시작 화면
3년 만의 공식 후속작이다보니 그래픽은 당연히 진화하였고, 가장 큰 특징으로는 어드벤처 파트가 삭제되면서 단순하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액션 파트만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플레이 가능 캐릭터는 역시 여섯 명이지만, 히어로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 두 사이드로 나뉘어져 세 명씩 스토리를 진행하는 구조로 변경된다. 또한 전작의 빅 더 캣과 E-102 감마가 제외되고 이후 다크 사이드로 진정한 악역이자 소닉의 라이벌인 까만 고슴도치 ‘섀도우 더 헤지혹(이하 섀도우)’ 과 트레저헌터로 등장하는 악역 히로인 박쥐 ‘루즈 더 뱃(이하 루즈)’ 이 추가된다. 비록 악역이었지만 두 캐릭터 모두 고유의 컨셉과 색깔이 강했던 터라 큰 인기를 얻었다.
▲2인
플레이로 대결을 펼칠 수도 있었다
섀도우는 닥터 에그맨의 아버지 제랄드 로보트닉이 만들어낸 궁극의 생명체로, 소닉과 또 다른 형태의 쿨한 성격과 카오스 컨트롤이라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 덕분에 소닉의 진정한 라이벌이던 너클즈는 상대적으로 묻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미에서
인기가 높았던 섀도우
‘소닉 어드벤처 2’ 는 그래픽과 사운드, 스토리의 완성도가 뛰어나 전작 ‘소닉 어드벤처 1’ 에서 벌려놓은 세계관을 어느 정도 자리 잡아준다. 그러나 어드벤처 파트가 삭제되며 볼륨이 적어지는 바람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륨이
적었다는 부분만 빼면 괜찮은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최초로 타 기종으로 이식되는 작품이라는 점인데, 바로 세가와 그렇게 치고 박고 싸우던 닌텐도의 게임큐브(GC)로 출시된 리메이크 작품 ‘소닉 어드벤처 2 배틀’ 이라는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에서 소닉을 만난 팬들은 실망과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였으나, 가장 슬퍼하던 이들은 현실에 굴복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세가 본인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닉 더 헤지혹은 계속 달려나갔다
세가에게 있어 1993년에서부터 2001년 사이의 시기는 닌텐도와 마리오에게 밀려 만년 콩라인에 불과했지만, 콘솔게임기시장에의 참전, ‘소닉 더 헤지혹’ 의 탄생과 같은 의미 있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 6세대 콘솔게임대전’ 에서 밀려난 세가는 콘솔게임기 산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본가를 잃은 소닉도 함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물론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는 위의 ‘소닉 어드벤처 2 배틀’ 과 같이 자사와 경쟁하던 업체들의 콘솔게임기에서 그 명분을 이어가지만 그 결과는 찬란했던 황금기에 비하면 조금 많이 초라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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