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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은 초반 콘텐츠, '듀랑고' 재미는 RPG로 사회건설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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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3 2017 '아생의 땅: 듀랑고'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지난 2014년에 첫 공개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여전히 베일에 가린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치고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다. 흔한 중세 판타지를 벗어나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독특한 소재로 유저들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듀랑고'는 아직 개발 단계를 밟고 있다. 완성도 검증을 위한 테스트만 3번 진행됐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듀랑고'를 접할 기회가 테스트밖에 없어 게임에 관심은 있어도 깊이 있게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런데 기자가 'E3 2017' 취재를 위해 준비하고 있을 즈음, 넥슨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바로 '듀랑고'를 'E3 2017'에 출품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게임사의 E3 출품만 해도 충분히 이례적인 일인데, 하물며 출품작이 그 '듀랑고'라니, 그만큼 완성이 가까웠다는 뜻인가 싶었다. 서양권에서 생존이 인기 장르여서 일까? 기자가 'E3'에서 직접 확인한 '듀랑고' 시연대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수많은 시연자들이 국적,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듀랑고'에 깊은 흥미를 보였다. 심지어 일부는 관계자에게 게임 플레이 외에도 세계관과 스토리 등 꽤나 깊은 부분까지 물어볼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E3 2017'에서 완성도를 입증한 '듀랑고', 실제 어떤 게임이고 출시는 언제 되는 걸까? 마침 E3 현장에서 개발 총괄인 이은석 디렉터와 '듀랑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인터뷰는 'E3 2017' 마지막 날, 행사장인 LA 컨벤션 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 이은석 디렉터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E3 행사장 인근 레스토랑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3 2017'에서 '듀랑고'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듀랑고' 시연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이은석 디렉터: 사실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슬쩍 보니 사람이 의외로 많이 모여 있어서 놀랐다.

올해 'E3'는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직접 해외 플레이어들을 만나 질문을 받아 보니 어땠나?

이은석 디렉터: 서양 게이머는 게임도 게임이지만 그보다 배경이나 세계관에 관심이 많았다.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는지, 제작진이 만든 게임 속 세계는 어떤 곳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공룡이라는 소재가 주로 어린이들한테만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해외에서는 누구나 공룡을 좋아하더라. 공룡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해외 게임사들의 '듀랑고'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나?

이은석 디렉터: 아직 우리 게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서양에서는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만 있어도 모바일 MMORPG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모바일 MMORPG라고만 하면 핵심 요소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완전한 샌드박스 오픈월드에서 수많은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개념을 이해시키 위해서 여러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주고, 2~3년 전 트레일러부터 하나씩 자료를 보여줬다. 그러니까 조금 이해하는 것 같았다.


▲ '듀랑고' E3 2017 시연 현장
많은 방문자들이 게임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제공: 넥슨)

해외에는 이미 '아크: 더 서바이벌 이볼브드'나 '더 스톰핑 랜드'처럼 공룡이 나오며, 유저끼리 협동해서 생존하는 과정을 다룬 게임이 많이 나와 있다. 듀랑고는 이 게임들과 어떠한 차별점이 있나?

이은석 디렉터: 일단 MMORPG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아크: 더 서바이벌 이볼브드' 같은 게임은 한 게임이 끝나면 지금까지 쌓은 게 사라진다. 그러나 '듀랑고'는 거대한 세계에서 오랫동안 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자원을 축적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한 게임 세션에 모일 수 있는 플레이어 수가 한정된 '아크'와 달리,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세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그렇다면 '공룡'이라는 원시생물을 주요 소재로 한 이유는?

이은석 디렉터: 사실 '마비노기 영웅전' 프로젝트에서 하차했을 당시에는 이어서 '마비노기 영웅전 2'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제안서도 쓰고 준비 중이었는데, 경영진에서 보더니 '세상에 이런 게임은 많은데 굳이 넥슨이 이런 걸 또 만들어야 하나?'라고 코멘트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 판타지가 지겹기도 했고.

그래서 드래곤이랑 좀비 빼고 무슨 괴물을 내세울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결과 나온 게 공룡이었다. 크고 '에픽(epic)'하다는 건 공룡도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실제 존재했던 생물이라는 점에서 오는 독특한 현실성도 매력이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원시시대에서 싸우는 거 보다는 현대인이 공룡과 함께 사는 세계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나온 게 '타임슬립'을 통한 원시와 현대의 만남이었다.

그럼 게임에 나오는 공룡은 얼마나 고증이 됐나?

이은석 디렉터: 과학적으로 고증된 공룡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표준 공룡 같은 거다. 게이머로부터 "왜 티라노사우루스에 깃털이 없냐" 같은 의견도 많이 받았다. 여기에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동향을 따라서 벨로시랩터에는 깃털을 조금 달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병아리처럼 깃털 달린 티라노사우루스 복원도를 보면 내 마음 속 로망으로는 도저히 인정을 할 수가 없어서 깃털을 달아주지 않았다.

허기, 추위, 공룡 등 위협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게이머들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

이은석 디렉터: '듀랑고'의 핵심 주제는 생존이 아니다. 물론 생존도 중요하게 다루기는 하지만, 생존을 다루는 게임은 이미 시장에 많이 있다. '듀랑고'에서 생존은 초반에 중요한 콘텐츠다. '듀랑고'는 결국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RPG다. 플레이어는 미지의 신비와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가고, 개척해야 한다. 경이를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공룡과 싸우다 죽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을지도 모른다.




▲ 공룡과의 싸움은 게임의 일부일 뿐이다
(사진출처: E3 2017 '듀랑고' 공식 홍보 영상 갈무리)

'듀랑고' 특징 중 하나는 낮과 밤, 날씨의 변화 등 다양한 환경요소다. 혹시 환경요소를 더 추가할 계획이 있나? 계절의 변화라거나

이은석 디렉터: 아직 계절의 변화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요소를 추가하는 직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에 추가한 환경으로는 늪지대가 있다. 늪지대는 '유독성'을 주제로 한 환경이다. 이곳은 독 웅덩이가 있으며, 맹독을 품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위험한 장소다. 게다가 땅도 별로 없어서 건설도 제한된다. 그러나 늪지대에는 위험만이 아니라 기회도 있다. 늪지대에서만 나오는 새로운 재료들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을 만들기 위해 늪지대 생물의 독을 채취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게임 시작 시 학생, 구직자 등의 출신이라고 볼 수 있는 직업을 고를 수 있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직업을 추가할 의향이 있는가?

이은석 디렉터: 없다. 사실 과거 직업은 처음 플레이 몇 시간 동안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주부를 선택하면 요리 스킬과 부엌칼을 갖고 시작하고, 농부는 농업 스킬과 씨감자를 갖고 시작한다. 이러한 차이는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성장이 더욱 중요해진다. '듀랑고' 제작 원칙 중 하나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은 게임에 넣지 않는다'였다. 그 외에도 캐릭터를 잘못 키워서 삭제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MMORPG는 흔히 '탱딜힐'이라고 하는 클래스로 협동을 유도한다. 듀랑고는 어떻게 각 플레이어의 역할을 차별화시키고 있나?

이은석 디렉터: 전투도 '듀랑고'의 일부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듀랑고'의 가장 큰 목표는 사회 건설이다. 사회에는 PVP를 담당하는 전사나, 공룡을 잡는 사냥꾼도 필요하다.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농부, 채집꾼, 요리사, 도구 제작자, 건설자 등도 있어야 한다. 듀랑고는 사회에 필요한 여러 기능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분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듀랑고'의 핵심
(사진출처: E3 2017 '듀랑고' 공식 홍보 영상 갈무리)

본인이 '듀랑고' 세계에 갇히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이은석 디렉터: 난 하루도 못 버틴다. 죽을 듯...... 공룡들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게 내 역할이 될 거 같다.

다양성을 중시한 MMORPG라면 PC가 나을 것 같은데. '듀랑고'를 모바일 사양으로 만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이은석 디렉터: 사실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기기에 구애받지 않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초기에 웹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웹게임으로 제작했더니, PC에서는 잘 돌아가는데 모바일에서는 도저히 퍼포먼스가 나오질 않더라. 그래서 아예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자고 방향을 전환했다.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MMORPG'가 되는 쪽이 더 경쟁성 있어 보였다. 다만 PC로 확장할 의향은 아직 있다.

'듀랑고'가 특이한 게임인 만큼 만드는 동안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얘기해달라.

이은석 디렉터: 독특한 게임을 만든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제작 초기부터 테마파크 MMORPG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샌드박스 MMORPG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사내 테스트 중 기획 상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그 때는 아직 웹 브라우저용으로 개발하던 때였고 지금보다 샌드박스 성향도 훨씬 강했다. 티라노사우루스 한 마리가 혼자 돌아다니면서 섬 안에 있는 프로토케라톱스를 멸종시키는 일도 있었고, 반대로 초식공룡 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인 풀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다 굶어죽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 게임에서 자주 일어나면 쾌적한 플레이가 힘들어지므로 정식 버전에서는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최근 넥슨에서 '로브레이커즈', '이블팩토리', '애프터 디 엔드' 등 차별화된 게임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듀랑고'도 꽤 독특한데, 요즘 넥슨의 경향이 이렇게 변한 계기라도 있었나?

이은석 디렉터: 사실 그 중에는 '듀랑고' 말고는 관여한 게임이 없어서 다른 프로젝트의 상황은 잘 모르겠다. '듀랑고'는 앞서 이야기한 다른 게임보다 훨씬 먼저 작업이 시작됐다. 다만 현재 경영진이 색다른 것을 많이 원하는 건 사실이다. 부임 직후 기존 프로젝트를 리뷰하실 때 '듀랑고'를 보고 많이 흥미로워했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듀랑고'를 캐주얼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했는데 그 방향성은 그대로인가?

이은석 디렉터: 게임을 더 하드코어한 방향으로 수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계속 추가하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듀랑고'가 근본적으로 캐주얼한 게임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듀랑고'가 대중에게 공개된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지금 완성도는 몇 % 정도인가?

이은석 디렉터: 숫자로 된 퍼센트는 늘 말하기가 힘들더라. 거의 다 완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숫자로 된 %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면 비지니스 모델도 이미 기획됐나?

이은석 디렉터: 사실 게임 개발에 비해 비지니스 모델은 더디게 기획되고 있다. 아직 고민 중인 부분이고 지금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다. 다만 게임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완성을 앞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이은석 디렉터: 테스트를 해봤다면 알겠지만, 기존에는 친구와 함께 하는 집단 플레이에 비해 솔로 플레이가 지나치게 힘들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불완전섬에 '캠프'라는 장소를 만들고 있다. 캠프는 서로 모르는 플레이어도 자연스럽게 뭉칠 수 있는 탐험 거점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들은 NPC로부터 임무를 받아 공동으로 수행할 수도, 이미 지어진 공용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혼자 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요소들을 여럿 개발 중이다.

'듀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은석 디렉터: 자원과 거점을 놓고 벌어지는 커뮤니티 간 관계가 최종 컨텐츠다. 우선 정식 버전에서는 '전초기지 섬'이 테스트 때와 달리 '불안정 섬'처럼 기간제로 열린다. 플레이어들은 이처럼 기간제로 열리는 섬에서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을 할 수도 있고, 경쟁을 할 수도 있다. 또 '전초기지 섬'에는 '전송장치'를 비롯한 중요 시설들도 있는데, 이러한 시설의 소유권을 놓고도 플레이어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듀랑고' 플레이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은석 디렉터: 개척. 내가 개척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하우징이라고 하면 주어진 구역의 권리를 얻어서 건물을 짓거나, 미리 지어진 집에 비용을 내고 들어가 사는 식이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진짜 임자 없는 땅에 들어가서 깃발 꽂고 바닥부터 모든 걸 쌓아올리는 느낌을 내고자 했다. 플레이어들에게도 이러한 분위기가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E3 시연 소감은?

이은석 디렉터: 음... 시연 소감을 말하는 게 늘 가장 힘들더라. 우선 '듀랑고'를 소개한 지 꽤 오래 됐는데, 긴 세월을 기다려주신 플레이어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 '듀랑고'는 남들과는 다른 시도를 많이 한 게임이다. 모두에게 맞는 게임은 아니겠지만 취향에 맞는 분들께는 굉장히 재미있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 이제 '듀랑고'를 공개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이은석 디렉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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