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19 롤 KeSPA 컵 울산이 막을 내렸다. KeSPA 컵은 LCK 정규 시즌 시작 전 팀별로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상대 팀 전력을 체크할 수 있는 기회다. 팬 역시 길었던 비시즌을 뒤로 하고, 각 팀 리빌딩 결과를 미리 볼 수 있는 자리다. 또한 KeSPA 컵에서 보여준 각 팀 경기력을 바탕으로 차기 LCK 스프링 시즌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에 KeSPA 컵을 바탕으로 다가올 2020 시즌에서 각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폭발하는 경기력! 2020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아프리카 프릭스'
KeSPA 컵 시작 당시, 아프리카 프릭스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회 시작 후 아프리카 프릭스 경기력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국대 탑 '기인' 김기인의 기복 없는 슈퍼플레이에 '스피릿' 이다윤, '젤리' 손호경 등 기존 멤버들의 안정적인 모습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기량을 선보였으며, 새로 들어온 '미스틱' 진성준 또한 중국 리그 출신답게 뛰어난 센스로 한타 때마다 적을 압도했다. 더 무서운 점은 선수 모두 경기가 진행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증명한 것은 더이상 '기인 원맨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아프리카 프릭스는 '기인 말리기'가 대표적인 공략법으로 알려졌을 만큼 기인의 슈퍼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KeSPA 컵을 통해 기인 외 다른 선수들도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그런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미스틱 딜링을 앞세운 후반 원딜 캐리도 노려볼 수도 있게 됐다는 점은 호재 중에 호재. 치명적인 약점이 보완된 '아프리카 프릭스'는 명실공히 2020 시즌 최고 기대주다.
정말 강했지만 경험치가 조금 부족했던 '샌드박스 게이밍'
샌드박스 게이밍은 아프리카 프릭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으나 경기를 통해 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작년 LCK를 점령한 T1을 꺾은 4강 경기는 이 팀이 이번 대회를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탑 '서밋' 박우태의 폼이 매우 출중했으며, 정글 '온플릭' 김장겸 또한 대회에서 유일한 펜타킬을 달성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신예 '레오' 한겨레와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고릴라' 강범현 으로 구성된 봇듀오 호흡도 좋았다.
아쉬운 점은 큰 무대 및 다전제에 대한 경험 부족이었다. 실제로 샌드박스 게이밍은 결승 내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지난 LCK에서도 샌드박스 게이밍은 정규 시즌에서는 항상 강했으나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나 롤드컵 선발전에서 매번 미끄러지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롤드컵에 진출하고 싶다면 중요한 경기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신입 멤버 불안정성을 해결해야 한다, 'T1'
유독 KeSPA 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T1은 이번에도 작년과 같이 4강에서 탈락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더불어 현 메타에 맞지 않은 조합을 계속 꺼내 드는 고집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새로 들어온 정글러 '커즈' 문우찬과 탑 '칸나' 김창동은 결정적인 순간에 안일하다고 지적할만한 움직임을 보여 좀 더 기량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다만 기존 멤버 폼이 고점을 유지하고 있고, 이번에 보인 단점은 연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이라 T1의 2020 시즌은 어둡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잠재력은 검증됐지만, 실전은 아직... 'DRX'
DRX 입장에서 이번 KeSPA 컵은 검증과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대회였다. 가장 큰 수확은 실전 경험이 전무했던 '표식' 홍창현과 '케리아' 류민석이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더불어 신예 폼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김대호 감독 지도력도 재평가받았다. 특히 리빌딩 한 달 만에 작년 롤드컵 진출 팀이자 KeSPA 컵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담원게이밍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김대호 매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다만, '도란' 최현준과 표식이 매 경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도란의 경우 세트 단위로 기량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하루 빨리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대에 비해 매우 아쉬운 출발, '젠지'
스토브리그를 통해 완성된 팀 구성만 놓고 보면 이번 KeSPA 컵 우승은 단연 젠지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8강 탈락이었다. 기대에 비해선 매우 아쉬운 결과다. 패한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보여준 개인 피지컬이나 판단력은 좋았고, 운영에서도 큰 실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타에서 주요 타겟에 포커싱이 이뤄지지 않는 등 팀 호흡이 완벽하지 못했다. 아울러 메타를 반영하지 못한 밴픽 도 고쳐져야 한다.
한국 G2가 될 수 있을까? '한화생명 e스포츠'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번 대회 우승팀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유일하게 한 세트를 가져간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화가 보여준 저력과 팀컬러는 색달랐다. 특히, 공격적인 운영과 한타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유럽 강호 G2 e스포츠를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OP 캐릭터 루시안을 상대에게 줘버리는 밴픽과 경기 중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판단력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금까지는 실망스러운 리빌딩, '그리핀'
그리핀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 영입한 선수를 적극 기용했는데 결과는 대패였다. 탑 '운타라' 박의진과 미드 '내현' 유내현은 라인전과 한타, 어디에서도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도 좋지 못한 판단으로 패했다. 그렇다고 기존 선수들이 예전만큼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타잔' 이승용은 스킬이 빗나가는 경우가 잦았고, '바이퍼' 박도현도 한타 때마다 실수가 많았다. 그리핀이 소화한 것은 비록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만 보자면 작년보다 기대감이 덜하다.
안 좋은 의미로 이변의 주인공이 된 '담원게이밍'
담원게이밍은 젠지와 함께 이번 KeSPA 컵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특히 지난 시즌에 호흡을 맞춰온 주력 멤버를 모두 유지하며 탄탄한 팀워크를 강력함을 선보이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8강 탈락. 안 좋은 의미로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경기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쇼메이커' 허수의 좁은 챔프 폭, 도벽이 없어지면서 힘이 빠진 '너구리' 장하권, '뉴클리어' 신정현과 '베릴' 조건희 듀오 폼 하락 등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터졌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경기력, 'KT 롤스터'
KT 롤스터는 스토브리그 막판에야 로스터를 완성했으나 KeSPA 컵에서 보여준 저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정글러 '보노' 김기범이 정확한 타이밍에 갱을 성공시키거나 팀원을 커버하러 와주는 모습부터, '에이밍' 김하람의 매서운 딜량 등은 분명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개개인 기량과 별개로 팀 전반적인 호흡은 맞지 않았다. 아울러 다소 의아했던 탑과 미드 라인 합류 타이밍이나 '투신' 박종익의 이니시에이팅 능력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도 개선할 과제로 남았다.
아직 챌린저스 탈을 벗지 못한 APK 프린스
이번에 LCK로 승격한 APK 프린스에는 비상이 걸렸다. 스프링 시즌부터 1부 리그 LCK에서 뛰어야 하는데, 2부 리그 팀에 밀려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탑 라이너 '익수' 전익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여기에 중국 LPL에서 활약하며 기대를 모았던 정글러 '플로리스' 성연준은 팀이 너무 빨리 탈락하며 출전 기회도 잡지 못했다. 팀 전체 기량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2020 시즌이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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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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