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는 그 자체로 샌드박스 오픈월드 RPG이자, 여러 게임이 자리한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그런데 최근 로블록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게임’과 ‘플레이어’라는 단어를 점점 서비스 내에서 지우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대명사로 평가된 로블록스가 게임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로블록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을 포함해 유저가 만든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국내 버전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으나 해외 버전에는 ‘게임(Game)’ 탭 이름이 ‘발견(Discover)’으로 바뀌었고, 개별 게임은 ‘게임’이 아닌 ‘경험들(experiences)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게임당 최대 유저 수를 의미하던 ‘맥스 플레이어(max players)’는 ‘맥스 피플(max people)’이 됐다.
용어 변경에 대해 로블록스 측은 해외 전문지 더 버지(The Verge)를 통해 “경험들이라는 단어는 메타버스의 실현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 용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온 것과 일맥상통한다”라며 “로블록스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함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이며, 지난 수년간 이러한 세계를 ‘경험들’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상 콘서트 같은 3D 몰입형 공간(immersive places)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해외에서는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 소송이 얽혀 있다. 로블록스는 애플 앱스토어에도 출시됐고, 게임에서 유저들이 만든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애플은 게임 다수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대해 개별 게임 모두를 각각 심의를 받을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실제로 MS는 엑스클라우드를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사파리(iOS 웹브라우저)를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로블록스 안에 있는 게임을 ‘게임’으로 보느냐다. 해외 전문지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l) 보도에 따르면 소송 증인으로 참석한 애플 트리스탄 코스민카(Trystan Kosmynka) 마케팅 총괄은 로블록스에 포함된 제품을 게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임에는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고, 플레이어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어야 하는데 로블록스에 있는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2017년에 코스민카 총괄이 직접 작성한 이메일이 법정에 증거로 제시됐다. 메일에는 ‘(로블록스가) 승인되어 놀랐다’라며 애플 앱 심사팀에 로블록스가 규정에 맞는지 확인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서 애플 스토니 갬블(Stoney Gamble) 앱 서포트 매니저는 로블록스가 2014년에 ‘스트리밍 게임’으로 간주되어 앱스토어에서 내려간 적이 있고, 관련 문제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 검토위원회(executive review board)’ 승인을 거쳐 2015년 초에 다시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판사가 로블록스를 ‘게임 플랫폼’으로 판단할 경우 애플과 로블록스는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애플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앱스토어에서 제한해온 명분을 잃게 되며, 앱 심사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로블록스 입장에서는 ‘게임 플랫폼’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애플이 이를 민감하게 여길 경우 앱스토어에서 다시 내려갈 우려가 있다. 올해 3월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성장세를 이어나가야 하는 로블록스 입장에서 중요 플랫폼이 폐쇄되는 것은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소송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로블록스 회사 차원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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